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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 강수식
정해룡 시인의 칼럼 '돈자모티'(돌아앉은 모퉁이)
2011년 08월 12일 (금) 16:29:33 고성미래신문 gofnews@naver.com

   
 
우리가 사는 주변에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사람,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여겨 같이 아파하고 위로해 주고 걱정해 주는 사람, 사회공동체의 정의와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지키고자 투쟁하고 앞장서는 사람, 부정과 불의와 시대적 모순에 항거하고 분노하는 사람, 남 탓이 아닌 내 탓이라고 가슴을 치며 책임지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그러한 사람을 가리켜 아마도 의인(義人)이라고 불렀을 것인데 의인이란 사사로운 자신의 안위와 이익보다는 타인이나 사회공동체인 민족이나 국가를 위한 일에 우선순위를 두며 목숨도 기꺼이 바치는 사람을 말함일 것이다. 의인을 만나기란 사실 눈 닦고 찾아보아도 찾기란 싶지가 않다.

의인다운 의인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나도 그러한 의인을 진정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오늘날뿐만 아니라 옛날에도 의인은 참 드물었던 모양이다. 성경에서도 주님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고자 할 때 아브라함이 주님께 다가가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진정 의인을 죄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 혹시 그 성읍 안에 의인이 쉰 명이 있다면, 그래도 쓸어버리시렵니까?” 그러자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소돔 성읍 안에서 내가 의인 쉰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들을 보아서 그곳 전체를 용서해 주겠다.” 그러자 아브라함이 연이어서 마흔다섯 명, 마흔 명, 서른 명, 스무 명, 그리고 이윽고 마지막으로, “제가 다시 한 번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 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창세기18,24~33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간행 성경)라는 구절에서 보듯 결국 소돔과 고모라의 도시에선 의인이 열 명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이 세상에는 의인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소돔이라는 한 도시에 의인이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에서 볼 때 내가 사는 고성에도 의인의 숫자란 아마도 그와 엇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 볼 따름이다.

다행히 나는 평소에 가까이 접하고 의논하면서 지내는 한 분을 의인이라고 생각되어 그 사람을 만날 때면 살맛이 난다. 이 분은 전직 고성수리개량조합의 조합장을 지낸 강수식이라는 분이다. 이 분을 왜 의인이라고 하는지 궁금해 하실 것이다.

고성이 낳은 위대한 연극배우 추송웅 선생이 작고한지 20년도 더 된 작금에 와서 아무도 추송웅을 거론하지 않는데, 심지어 추송웅의 고향이 고성이라는 사실마저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오직 강수식 씨만이 추송웅을 기리는 연극제를 그의 고향 고성에 유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한다.

그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유족을 만나고 하는 그 열정이 눈물겹다는 것이다. 여든을 바로 목전에 둔 연세가 아닌가! 이것은 앞으로 고성군에서도 크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추송웅이 TV연속극에서 “싸악케라! 이놈봤나!”라는 대사를 흉내 내면서 순전히 고성사투리가 전국의 전파를 타면서 유명한 말이 된 것을 그는 매우 기뻐하였다.

경남도민일보에서 낙남정맥의 전 구간을 등산 한 일이 있었다. 낙남정맥이란 백두대간에서 파생된 작은 산맥이다. 백두대간이란 백두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 천왕봉에서 끝난다. 낙남정맥은 지리산 세석평전의 영신봉에서 시작하여 청학동의 삼신봉을 거쳐 진주와 사천을 지나고 이윽고 고성의 무량산, 백운산,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나머지 구간은 함안 여항산, 마산 광려산, 무학산, 천주산, 창원 봉림산, 대암산, 김해 신어산을 거쳐 매리마을에서 낙동강으로 빠지는 244km의 거리다. 그런데 등산애호가들이 고성구간을 답사하게 될 때 고성 사람 중 누군가 마중을 가서 고성의 낙남정맥 구간의 산길을 안내를 해 주어야 고성인의 체면이 선다고 하면서 마치 자신의 일처럼 노심초사 하시는 그 모습에 감읍하여 그 역할을 내가 해 준 적이 있었다. 물론 필요 경비는 강수식 씨가 다 해결해 주었다. 이런 일을 아무나 하는 일이던가!

요즘 우리사회에 던져진 화두의 하나가 노령인구의 증가와 죽은 뒤 묻히게 될 무덤에 관한 것이다. 매장에서 차츰 화장을 하여 납골당에 안치하는 추세인데 그것마저도 자연에 반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과감히 수목장을 하자는 운동을 벌리고 있다.

수목장이란 죽은 뒤 화장을 하여 유골을 나무나 꽃나무 밑에다 묻는 것이다. 인간의 육신마저 자연으로 되돌리자는 운동이다. 강수식 자신이 발기인이 되어 회원을 모으고 하여 이제 제법 튼실한 단체가 되었다. 이런 일도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이 없으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지면관계상 그의 의인다움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음이 안타까우나 우리 고성에 강수식 씨 같은 분이 많을수록 정말이지 살맛나는 고장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굳이 의인이란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른’이나 ‘대인’ 쯤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리라. 어떤가, 이런 분과 함께 소주 한 잔 나누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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