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이 최근 경북도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기초자치단체장 임명제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광역단체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기초단체장을 임명하고,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대신 광역의원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중점 과제인 ‘특별·광역시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 개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위원장의 언급대로 진행된다면 특별·광역시에선 아예 기초선거 자체가 없어진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여론과 맞물려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심 위원장의 발언은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일부 공감을 얻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구·군 기초단체가 고유사무를 거의 갖지 못한 상황에서 기초의회의 존재가 비효율과 부작용을 낳는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심 위원장이 검토 중이라는 내용은 지난해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의 의결, 2010년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 결정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당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서 시민단체와 지방의원들로부터 맹렬한 비판을 받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알고 있는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그런 전철을 밟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기초선거 폐지는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 많은 의구심을 낳는 문제다.
무엇보다 일방독주 가능성이 있는 단체장의 권한을 견제하는 기초의회를 대신할 장치가 미흡하다. 또 기초단체장을 광역단체장이 임명함에 따라 지방자치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지방자치 역사가 오래된 나라일수록 자치행정을 잘게 쪼개나가는 것과도 배치된다. 결국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지방예속, 행정편의 위주로 흐를 개연성이 높다.
기초단체장 임명제나 기초의회 폐지 논의는 지자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조치다. 겨우 20년에 불과한 짧은 지자체 역사에선 오히려 구·군 의회 활성화나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 일부 지자체에서 빚어진 비리의 상당부분은 정당공천제가 연결고리로 작용한 결과다. 기초선거 폐지보다는 국민 절대 다수가 바라는 정당공천제의 폐지가 더 다급한 과제다. 기초선거 폐지는 아직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