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 경렴정 편액

D형, 경렴정 내부 들보에는 흘림글씨, 초서체(草書體) 목판 편액이 걸려있습니다. 글씨에 대한 문외한(門外漢)인 나의 눈에도 호방한 명필로 보입니다. 마치 고승 선사(禪師)들이 쓴 선필 같습니다.
그러자 송재승 선생 님은“경렴정은 서원으로 들어서기 바로 전에 있는 정자 건물로 유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던 공간입니다. 주세붕 선생이 백운동서원을 건립하면서 이 정자를 지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정자 중의 하나입니다. 

▲ 경렴정

보시는 바와 같이, 이곳 경렴정은 전면 3칸에 측면 1칸의 건물로 우물마루바닥에 4면으로 계자난간을 둘렀습니다. 일필휘지의 호방함을 느낄 수 있는 경렴정의 초서 편액은 조선 중기 퇴계 선생의 문인인 고산(孤山) 황기로(黃耆老)선생의 글씨입니다. 황기로 선생이 이 글씨를 쓰게 된 것에는 아름다운 일화(逸話)가 있습니다. 퇴계 이황선생의 문하인 고산 황기로선생은 어릴 때부터 초서를 잘 쓰기에 퇴계선생이 현판을 부탁했습니다. 그때 황기로 선생의 나이는 20대 초반 이었다고 합니다. 초서체 신동인 황기로 선생이 현판을 쓴다는 이 소식을 전해들은 유림들이 각지에서 구경하고자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고산 황기로 선생이 화선지를 펼치고 글씨를 써 보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인지 글씨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세 번이나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실망한 사람들은 하나 둘 뿔뿔이 흩어져 돌아갔습니다. 황기로 선생도 허탈감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는 울적하고 아픈 마음을 달래려고 술을 한 잔 마시고, 취중에 이곳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어느 듯 시간이 흘러 한잠을 자고 깨어보니 사위는 적막하고 고요했습니다. 술기운도 어느 정도 가시고, 휘영청 밝은 달빛만 교교하게 정자 마루에 놓인 지필묵과 나무향이 은은한 텅 빈 현판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화선지도 없는 목판에 바로 일필휘지(一筆揮之)하였습니다. 다음 날 이황선생이 이를 발견하고는 극찬하였다는 일화입니다. 황기로 선생은 조선시대의 명필로 특히, 초서를 잘 써서‘초성(草聖)으로 불렸습니다.”라고 송재승 선생님은 말씀해주십니다.
  이야기를 듣고 자세히 살펴봅니다. 정자 내부에는 주세붕 선생과 퇴계 선생 등 당대 여러 묵객들이 자연을 노래한 시판이 걸려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이곳 경렴정은 서원경내와 외부 자연 풍경을 이어주는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곳으로, 원생이나 유림이 모여 시연(詩宴)을 열며 풍류를 즐기고 심신을 고양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