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사서삼경(四書三經)하면 옛날에 글공부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읽어야만 했고 특히 대학(大學)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 왔다.
대학하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기본이 되는 것이 격물치지(格物致知)다
그런데 이 격물치지라는 네 글자의 해석을 놓고 두 개의 학파로 갈라져 그 시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정주학파(程朱學派)와 육왕학파(陸王學派)라는 것이다. 대학과 중용(中庸)은 원래 오경(五經)중의 하나인 예기(禮記) 속에 있는 한 편명(篇名)이었는데 이것을 따로 뽑아서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四書)라는 이름을 붙여 초학자가 꼭 읽어야 할 경전으로 만든 것이 주자(朱子)였다.

주자는 격물치지를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풀이하고 있다.
격물은 천하 만물의 이치를 끝까지 캐고 들어가는 것이다. 노력을 거듭한 끝에 하루아침에 훤히 통하게 되면 모든 사물의 이치를 다 알게 된다. 이것이 치치다.
주자는 격(格)을 이른다(至)는 뜻으로 풀이하여 모든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앎을 가져 온다는 치지(致知)는 우리가 말하는 지식의 획득을 뜻하게 된다. 그런데 주자의 견해와는 달리 격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물은 물욕(物慾)의 외물(外物)로 주장한 학자에 주자와 같은 시대의 육상산(陸象山)이 있다. 그는 사람의 참다운 지혜 양지(良志)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물욕을 먼저 물리쳐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육상산의 이 같은 학설을 이어받아 이를 대성한 것이 명(明) 나라의 유명한 학자 왕양명(王陽明)이다. 양명의 그 같은 견해는 그의 어록(語錄)인 전습록(傳習錄) 가운데 도처에서 볼 수 있다. 그는 격물치지의 격을 바르게 한다고 풀이했다. 이 경우 물은 외부 세계에 사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향하고 있는 대상(對象)을 가리키게 되고 지은 지식이 아니라 사람이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자연스럽고 영모한 마음의 기능 즉, 맹자가 말한 양지(良志)를 가리키게 된다.

주자의 격물치지가 지식 위주인 것에 반해 양명은 도덕적 실천을 중하게 여기고 있다. 주자학을 이학(理學) 이라고 부르고 양명학을 심학(心學)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현재 중국 13억의 인구는 양명학을 습득하여 생활화 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과 일본에서는 주자학을 정상학문으로 하여 생활화의 교육 방침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