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동등한 양성 평등 시대입니다. 역사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량 확보를 위해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던 유목, 농경시대나 전쟁이 많았던 지난 시대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지위는 매우 약하여 사회적 활동에 많은 제한을 받아 왔습니다.

힘이 강한 남자는 집밖에서 자연과 싸우고 적과 싸워 식량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고 여자들은 집안에서 남자의 뒷바라지와 함께 노약자를 돌보며 자식을 키우는 역할을 맡게 되다 보니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약한 지위에 놓이게 된 국가 사회였습니다.

이제는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힘입어 어렵고 위험하고 힘든 일들은 기계가 대신하고 전쟁도 비행기나 첨단 전자 장비로 된 무기로 하게 되어, 남성의 역할은 점차 감소되고 여성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증대 중요시되는 양성평등 사회가 되어갑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동서양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  같은 보편적인 궤적을 벗어난 양성이 평등한 국가사회가 우리나라에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그 나라는 여왕을 3명이나 배출한 신라(新羅)입니다. 그래서 신라는 민족 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왕 중에 선덕여왕(善德女王)은 그 예지력이 매우 뛰어나 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말해주는 이야기는 시공(時空)을 초월(超越)해 지금도 세인(世人)의 입에 자주 회자(膾炙)되고 있어 매우 유명합니다.

선덕여왕은 신라 제27대 왕으로 이름은 덕만(德曼)이고, 시호는 선덕(善德)입니다. 성은 김씨요. 아버지는 진평대왕입니다.

선덕여왕은 왕위에 올라 신라를 16년동안 다스렸습니다. 예지가 뛰어나 일의 기미를 미리 알아차린 세 가지 일로 매우 유명합니다.

하나는 당나라 태종이 진홍, 자색, 흰색의 3색으로 그린 모란과 그 씨를 석되 보내 왔습니다. 그러자 왕은 그 그림을 보고, “이 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다.” 하고 곧 그 씨들을 뜰에 심게 했습니다.

꽃이 피어서 질 때까지 과연 그 말과 같이 향기가 없었습니다.

둘째는, 경주 영묘사 옥문지(玉門池)라는 연못에 겨울철인데 많은 개구리들이 모여 3, 4일 동안 울고 있어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 왕에게 보고했습니다.

왕은 급히 각간 벼슬 알천(閼川)과 필탄(弼呑)에게 명하기를, “잘 훈련된 정병 2,000명을 데리고 속히 서쪽으로 나가서 여근곡(女根谷)이란 곳을 찾아가면 반드시 적병이 있을 것이니 이들을 습격하여 물리쳐라.” 하였습니다. 

두 각간들이 명령을 받들어 각기 1,000명씩을 거느리고 서쪽으로 가서 여근곡을 찾으니 부산 밑에 과연 여근곡이 있었습니다.

백제 군사 500명이 거기에 숨어 있었으므로 모두 잡아 사살했고, 또 백제 장군 오소가 남산 고개 위에 숨어 있으므로 에워싸서 이를 또한 사살하게 되었습니다.

또, 후속부대 1,300명이 오는 것도 격파하여 하나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셋째는, 왕이 건강할 때 말씀하기를, “내가 아무 해, 아무 달, 아무 날에 죽을 것이니 나를 도리천(?利天)에 장사(葬事)하여라.” 하였습니다.

신하들은 그 곳을 알지 못하여, “그 곳이 어느 곳입니까?” 하고 물으니, “낭산(狼山) 남쪽이다.” 하였습니다. 그 후 과연 그 날이 되어 죽으니 낭산 남쪽에 장사지냈습니다.

그 후 10년이 지나서 문호대왕이 사천왕사(四天王寺)를 왕의 무덤아래 세웠습니다. 불경(佛經)에 사천왕천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합니다. 비로소 이에 대왕이 신령스러운 성인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군신들이 선덕여왕에게 “어떻게 꽃과 개구리의 기미가 그러함을 알았습니까?” 하니 왕은, “꽃을 그렸는데 나비가 없으니 향기가 없는 것을 알았다.이것은 당나라 황제가 나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희롱한 것이고, 개구리의 성난 현상은 군사의 형상이다, 그리고 옥문(玉門)이란 즉, 여근(女根)이요. 여자는 음인데 그 색은 희고 흰색은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볼 때 서쪽이다. 그러므로 서쪽에 군사가 있음을 알았고 남근(男根)은 여근(女根)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는 것이므로 쉽게 잡을 것을 알았다.” 하니 군신들이 모두 그 성스러운 지혜에 탄복하였습니다.

세 가지 색으로 그린 꽃과 석 되의 씨앗을 보낸 것은 신라에는 여왕이 3명 있는 줄 알고서 그런 것인가? 선덕, 진덕, 진성 이 세 여왕이 바로 그 사람들이니 당나라 태종도 미리 짐작하여 아는 맑은 지혜가 있었는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