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점 논설위원

고성박물관 옆 양지바른 곳에 이방의 공덕비 하나가 서 있다. 조선시대 고성 관아에서 이방으로 공정하고 헌신적으로 일을 한 공적으로 백성들이 남산에 오르는 길목에 세워 두었던 것 같다. 비석이 세월의 풍파에 시달려 파묻히고 사라졌던 것이 어느 해인가 폭우로 남산자락이 무너지는 산사태가 나서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비석이다.
조선시대에는 중앙에서 지방관이 교체해오면 새 이방을 선임해야 했다. 이방은 인사와 문서 등의 사무를 맡아보던 지방 관리의 우두머리였다. 흔히 수리라고 불리는 이방은 지방관아에 딸려 있던 하급관리를 선임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으므로 이서들 가운데 가장 위세 있는 직임으로 꼽힌다.
이방이라는 벼슬이 그 역할을 보면 지금의 기획감사실장에 해당되는 직책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탐관오리의 후원자로 알려져 있고 사리사욕을 일삼아 백성들에게는 민원의 직접적 대상으로 알려져 있어 조상들 중에 누가 이방 벼슬을 살았다는 것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후손은 드물다. 고성박물관 옆에 세워놓은 비문의 내용만 보아서는 이방 박영장의 생몰연대나 구체적인 행적의 내용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조선시대 세워진 이방의 공덕비라는 것과 백성들이 그 은혜를 잊지 못해 공덕비를 세웠다는 점으로 보아 우리 고성의 후손들이나 특히 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는 공직자들이 본받아야할 교훈적 유물이 아닌가 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이방 박영장은 정실이 지극히 공정하고 모든 일은 함께 원만히 처리하니 백성의 원성이 없고 무릇 부역을 차출하여도 법에 시비함이 없어 세간의 일이 한결 같아 천거하여 일을 맡겨도 한 사람이 하는 것 같아 지극히 공정하고 사사로움이 없어 평생 잊지 못해 비를 세우다.
(吏房朴霙長元情至公萬事俱便民無就怨?干出使差役勿論吏書井間均一任政薦望亦依一?至公無私平生不忘碑)

후손이 찾아 다시세운 공덕비의 기록을 보면
/나의 선대 이방께서 읍민이 칭송하여 비를 세웠다는 말이 있으나 그 비석의 소재를 알 수 없더라. 금년여름 비가 많이 내려 남산 구 대로가 빗물에 무너져 그 속에 비석이 나타났다.  추모하고 염려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증손 명택 후손 시복 시욱이 숭정 기원 후 90년(1735년) 10월 세우다/
(我先代吏房時邑民立碑稱頌云而莫知其碑石所在處矣今夏?雨南山舊大路水破中其碑石現出    不勝追慮曾孫命宅?孫時復時彧 崇禎紀元後三三十年十月 立)

조선시대 이방이라는 벼슬은 오늘날 지방공무원 조직과 비교해 본다면 시·군청의 인사담당관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시대이건 이방의 직책을 담당하는 관리는 있었을 것이고, 늘 지방관은 바뀌게 마련이듯이 퇴임 후 공덕비를 세우지는 못하더라도 주민들의 원망과 질시로 조상의 무덤에 성묘조차 못하는 일들이 현재 우리 고장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공정하고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는 공직자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