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이 행인은 향기도 있고 우리 몸에 매우 이롭습니다. 향교나 서원에 있는 은행나무는 무지하고 미숙한 원생을 잘 교화하면 박식하고 유능하고 성숙된 인재를 육성하여 사회에 배출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은행나무는 생명력이 매우 강한 나무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화석(化石)이라 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얼마나 전란과 풍파가 많습니까?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조상님들도 은행나무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전란과 풍파를 극복하였습니다. 우리도 은행나무처럼 좋은 열매를 맺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여 봅시다. 이런 것을 배우고  본받아 실천 하고자 하는 뜻으로 은행나무를 서원이나 향교에 심고 가꾸었습니다. 이런 사유로 유생들을 일컬어 행단(杏亶)이라고 합니다. 우리들도 은행나무처럼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선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여 봅시다.

 그리고  여러분 이 아름다운 솔숲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걷고 있는 이 솔 숲을 학자수(學者樹) 또는 학자수림(學者樹林)이라고 부릅니다.‘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 일세’애국가 노랫말 대변 하듯이 소나무는 언제나 변함없는 절의에 찬 선비의 기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학사림의 소나무는 적송(赤松)으로 일명 춘양목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 이황선생이 천 여 그루를 최초로 심었다고 합니다.

 이 학자수림은 심득궁행(心得躬行)으로 자신의 인격완성을 위한 위기지학(爲己之學)과 경(敬)의 철학자로 알려지는 퇴계 이황 선생의 내면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그 분은 가고 없지만  그 분의 사상과 이 학자수림은 무구(無垢)하니까요” 설명을 듣고 보니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보았던 은행나무와 학사림 솔숲이 새로운 모습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푸른 소나무는 대장부의 마음이고, 푸른 대나무는 군자의 절의로다.(靑松丈夫心, 綠竹君子節)’라고 강론하시던 할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농한기 겨울철 약 두 달 간 저에게 한문으로 가르침을 베푸시다가 작고하셨습니다. 교재는 고조부님께서 편집하시고 쓰신 해몽집(解蒙集)이라는 얇은 한문 책자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이곳 학자수림이 그 때의 기억을 새롭게 합니다.

          <소수서원>

 이윽고 소수서원 외삼문 정문 앞에 도착합니다. 외삼문 돌계단 앞 왼편에는 철제 울타리 속에 사각형으로 약간 도드라진 흙단(土壇)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무덤처럼 보입니다. 봉분(封墳(덧말:봉분)) 같이 도드라진 표면은 양탄자를 펼친 듯이 잔디가 좋습니다. 성생단(省牲壇)이라 합니다.

 소수서원 향사(享祀)때 사용할 희생(犧牲), 즉 모든 음식과 주효(酒肴)를 이단 위에 올려놓고 점검하는 장소입니다. 점검의 소임을 맡은 사람들이 하나하나 살펴보고 한 사람이라도 잘못을 지적을 하면 다른 것으로 교체한다고 합니다. 향사는 음식 하나부터 시작해서 모든 일은 정성을 들이고 격식에 맞게 하야 한다는 것을 말없이 일깨어 주는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생단을 지나자 정면에는 엄숙하고 단아한 모습의 팔작지붕 명륜당이 서있고. 원장 밖 오른 쪽에는 아담한 야산을 배경으로 작은 하천을 바라보고 지은 단촐한 모습의 정자가 한 채 단정히 서 있습니다. 자연석 돌로 3단으로 쌓은 축대 위에 두리기둥에 난간을 두른 목조기와조입니다. 정자 뒤편에는 연륜이 500년도 더 된 듯한, 꽤 오래되어 보이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있습니다. 모습이 마치 정자를 지키는 호위장군 같습니다. 현판을 봅니다.

 한자로 ‘경렴정(景濂亭)’입니다. 송재승 선생님께서 설명합니다. “이곳 죽계천 변에 건립된 경렴정은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정자입니다. 정자의 이름 '경렴정'은 북송의 성리학자인 염계(濂溪) 주돈이(周敦?)를 경모하는 뜻으로 그의 호에서 빌어 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