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이사

“우리 고장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40번지인 이곳에 있는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면서 최초의 사액서원(死厄書員)이고 최고로 오래된 최고(最古)의 서원입니다. 뿐만 아니라 4,200여명의 유생을 배출하여 최다유생을 배출한 서원이면서 최초로 원규를 제정한 서원입니다. 서원 운영은 철저한 정원제(정원30명)와 철저한 점수제로 운영하였습니다. 이러한 것이 소수서원의 자랑이자 특징입니다. 소수서원의 입원 자격은 생원이나 진사에 합격한 사람에 한하였고 원규에서 정한 8가지 시험에 불통(不通)하면 퇴원 당했습니다. 이것을 팔불출(八不出)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7년(1542) 풍기군수 주세붕이 고려 말의 유학자이며 최초의 성리학자 이신 회헌 안향(晦軒 安珦) 선생이 태어나 자란 이 곳에 그분을 기리고자 이곳 지명을 따서 백운동 서원을 건립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당시 중국에서는 주자(朱子)가 강론(講論)을 하던 백록동서원이 유명하였습니다.
그 후 퇴계(退溪 李滉)선생이 풍기군수로 부임하여 퇴락된 서원을 중건하고자 조정에 건의하여 소수서원이라는 사액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액을 받게 된 동기는 이황선생이 명종 임금에게 당나라의 사례를 들어 사액서원을 요청하였고, 신숙주의 친손인 신광한 대제학이 주청하여 명종5년(1550)에 명종 임금이 친필로 사액한 것입니다. 소수서원은 명현을 제사하고 인재육성을 위한 학문연찬과 수양이 끊임없이 면면히 이어가기를 바라는 뜻으로 명종 임금이 사액한 것입니다. 사액서원은 임금으로부터 책, 토지, 노비를 하사받고 면역의 특권을 가진 서원을 말합니다. 이곳 경내에는 강학당, 장서각, 일선재, 학구재 등 옛 건물이 있으며 국보 제111호인 회헌 안향선생의 초상과 보물5점 등 많은 유물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서원으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고색미가 풍기는 목조 기와 건물인 서원입구에는 기울어지고 쇠잔하여 연륜을 짐작하기 어려운 한 그루 고목된 은행나무가 마중합니다. 그러자 송재승 해설사께서 “이 은행나무는 퇴계 이황선생께서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전국의 향교나 서원에 가보면 한 두 그루는 반드시 심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유교의 창시자 이신 공자님께서도 제자들을 데리고 강론 하실 때 은행나무 아래에서 많이 하신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여름철에는 잎이 무성하여 그늘도 시원하고 좋을 뿐만 아니라 또 강하고 특이한 향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류나 해충, 벌레가 없어 새똥을 맞거나 독충에 물릴 염려가 없습니다. 지면에는 잡초도 자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을철에는 잎 새들이 샛노랗게 물들면서 가을날 정취를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그러다가 바람이 불면 아무런 아쉬움도 미련도 없이 우수수 낙엽 되어 엽귀모근(葉歸母根) 이듬해 새싹을 틔우는 흙이 되고 자양분이 됩니다. 또 다른 은행나무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가을철에 은행 열매가 익으면 과육에서는 심한 악취를 풍기지만 악취가 심하게 나는 과육을 잘 썪혀서 맑은 물에 휑구어 씻어 정화시키면 하얀 행인이 나옵니다. 이 행인은 향기도 좋지만 우리 몸에 매우 이롭습니다. 향교나 서원에 있는 은행나무는 무지하고 미숙한 원생을 잘 교육하면 박식하고 유능하고 성숙된 인재를 육성 사회에 배출함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은행나무는 생명력이 매우 강한 수종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화석(化石)이라 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얼마나 전란과 풍파가 많습니까? 그래도 은행나무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우리 조상님들은 전란과 풍파를 극복하였습니다. 우리도 은행처럼 좋은 열매를 맺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여 봅시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림(儒林)을 다른 말로 행단(杏亶)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좋은 특성을 지닌 나무인지. 이런 좋은 점이 있어 유림의 강론장으로 많이 애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림(儒林)을 다른 말로 행단(杏亶)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걷고 있는 이 소나무 숲은 학자수(學者樹) 또는 학사림(學士林)이라고 부릅니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 일세’ 애국가 노랫말을 대변 하듯이 소나무는 절의에 찬 선비의 기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학사림의 소나무는 적송인데 춘양목 이라고 합니다. 최초로 400년 전에 이황선생이 1,000여 그루를 심었다고 합니다.
  이 솔숲은 심득궁행으로 위기지학과 경(敬)의 철학자로 알려지는 퇴계 이황 선생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 분은 가고 없지만  그 분의 사상과 이 학자수는 무구(無垢)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