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시작하여 10월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국립박물관의 학예실장 등 고성의 역사와 유적에 정통한 교수들을 강사로 초청하여 소가야의 역사와 함께 고성의 뿌리를 자세히 고찰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역사와 문화의 강의가 다른 주제에 비해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강사들의 언어구사력이 딱딱한 내용을 다소 부드럽게 하기도 하지만 역사와 유적이라는 그 자체가 이미 살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강의실은 강사의 강의가 계속되는 2시간 내내 진지하고 앎에 대한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일제 시대에 있었던 송학동고분군의 현장 발굴 사진을 본 시민들의 관심과 호기심은 출토된 유물들이 이미 도굴의 흔적이 있었으며, 발굴된 유물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해 더 큰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다. 250년 전에 제작된 고성의 고지도를 보면서 고지도 속에 정치사회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어 조상들의 생활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했다. 임진왜란과 의병활동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최강 장군의 공적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해 장군을 모시는 사당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정말로 안타까운 느낌을 갖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최강 장군의 추모 문제는 고성군이나 향토사에서 다시 다뤄야 할 과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승총명록’을 소개하는 강의에는 월봉 구상덕 선생의 후손들이 대거 참석하여 조상들이 남긴 자랑스런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역사적 의의를 익히기도 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2차로 연회석을 만들어 ‘승총명록’과 구상덕 선생의 행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소개되기도 하고 ‘승총명록’을 처음으로 발굴하여 학계에 알려준 허창무 박사도 참석하여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되기도 했다.

고성의 향교와 서원을 소개하는 강의에서 고성향교가 죽림향교로 이건하는 역사와 함께 15년 후 다시 현 위치로 이건하여 건축한 명륜당 건물이 다른 지역의 향교보다 격조 높은 건물이 지어졌다는 사실은 우리고장의 자랑거리를 하나 더 안겨주는 시간이었다. 향교와 서원에 이어 고성의 불교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에는 운흥사의 수미단 조각그림이 소개되었는데 고미술의 가치가 국보급인데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주기도 했다.  

4개월에 걸쳐 진행된 강의내용에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아쉽고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그렇지만 적은 예산으로 처음 개설한 박물관대학에서 이처럼 수준 높은 교양강좌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고성박물관 직원들의 치밀하고 헌신적인 노력이 아니고는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문화발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군의원을 비롯한 관계자의 노력이 모여 이렇게 보람 있는 연수회가 이루어 졌으리라.

한편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고성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이 좀 더 젊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계획을 세웠더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미래의 확실한 주인은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강의를 위한 강사 초빙도 학계의 저명인사도 필요하지만 우리 지역의 인사들과 문화 유적이 있는 현장에서 토론식으로 강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현장답사의 경우도 고성지역의 문화를 직접 활용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예를 들면 옥천사의 대웅전과 누각의 건축기법이나 미술사적 가치는 하루 종일 보고 익혀도 좋을 듯하다.

제2기 고성박물관대학의 멋지고 알찬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