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논설위원

우리 고성의 특산품은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과 함께 한약재로 쓰이는 숙지황이 특산물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고장으로 가더라도 그 고장의 땅이 기르고 바다가 선물한 지방의 특산물이 있다. 그리고 지방에서는 특산물을 드러내어 축제로 알리고 선전하여 향토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을 종종 보고 있다. 예를 들면 금산 인삼, 양양 송이버섯, 대구 사과, 논산 딸기, 양양 연어, 청양 구기자, 광양 매실, 하동 녹차 등 다양한 먹거리나 약재가 독특하고 특별한 품격을 자랑하고 있다.
지황을 길러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언제부터 사라졌는지는 정확히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서양 의술과 함께 현대의약품의 발달이 약초시장을 침체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기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여 시골의 작물을 살펴보아도 가정용 약재로 기르는 것밖에는 찾을 수가 없다. 농부들의 이야기로는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고 한다.
지황을 감자나 고구마처럼 수확하여 물에 담그면 물위로 떠오르는 것을 천황이라, 가라앉지도 않고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인황이라, 바닥에 가라앉는 것을 지황이라 하여 이것을 최상품으로 취급하며 이 지황이 숙지황의 재료가 된다고 한다.   
한자로 하(?)’는 ‘지황 하’이다. 그런데 이 단어의 하(下)자가 변(卞)자로 잘못 읽히면서 지황 변(?)이라는 한국한자가 생긴듯하다. 따라서 ‘숙하(熟?)’가맞고 ‘숙변(熟?)’은 잘못이지만 ‘숙변(熟?)’을 ‘숙하(熟?)’의 변한 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므로 사전에서도 그에 따라 ‘숙변(熟?)’과 ‘숙하(熟?)’를 둘 다 인정하고 이 두 단어를 유의어로 처리하였다. 이와 관련한 단어로 ‘건하(乾?)’, ‘법하(法?)’와 ‘법변(法?)’이 있다.
숙지황의 효능에 얽힌 말장난 같은 중국의 수수께끼가 있다. “나는 생판 모르는 곳을 방문했다가 잘 아는 곳으로 돌아왔다. 나는 무슨 약초일까” 짐작이 가는가? 답은 ‘지황(地黃)’이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중국말로 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처음 가는 곳을 생지(生地)라고 하며 익숙한 곳은 숙지(熟地)라 하는데 생지황이 숙지황으로 바뀌는 데서 이 수수께끼의 모티브를 따 온 것이다.
숙지황은 지황이라는 현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의 뿌리를 익힌 것이다. 채취한 지황을 그대로 쓰는 것을 생지황이라 하고 그늘에 말려 쓰는 것을 건지황이라 하며? 건지황을 술이나 생강 등에 절여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햇볕에 말리면(구증구포九蒸九曝), 이것이 숙지황이다. 숙지황을 알게 되면 세 번 놀란다. 일단 그 모양새를 보자. 끈적거리는 보기흉한 검은 쇠똥구리같이 생긴 게 바로 숙지황이다. 이런 게 약이 될까 싶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대로 하찮은 석탄 부스러기나 쇠똥구리 취급을 하였다가는 큰 오산이다. 일단 혀를 대보고 끓여 먹어보라. 또 한 번 놀란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혀를 사로잡는다. 약이 뭐 이렇게 맛있어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여기에 숙지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안다면 그 정성에 놀람을 넘어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술 등에 적셔 24시간 정도 찌고 햇빛에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숙지황 1㎏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지황 20㎏이 필요하다. 게다가 만드는 기간도 100일 정도 소요된다.
이렇게 만든 숙지황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고 약간 쓰며 독이 없다. 혈이 부족한 것을 크게 도와주고 수염과 머리털을 검게 하며, 골수를 보충하고 살찌게 하고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 또 허약해 몸이 손상된 것을 도와주고 혈맥을 통하게 하며 기력을 더해주고 귀와 눈을 밝아지게 한다고 하였다.
중국 명나라 때 장경악이라는 당대의 이름난 명의는 신체가 허약하고 신정이 손상된 환자도숙지황으로 치료하여 ‘장숙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옛날부터 숙지황의 약효가 특별하다고 하여 다른 곳에서도 제조하여 사용하기도 했으나 고성의 숙지황(固城法?)에는 미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