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하학이 상달은 밑에서부터 차츰 배워 올라가서 위에까지 도달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일상생활을 올바로 함으로써 자연의 오묘한 우주의 진리까지 깨치게 된다는 뜻이다.
  학(學)은 지식을 배우는 글공부 같은 것을 실천하는 공부를 말한다. 논어 학이편(學而篇)에서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남의 착한 것을 착하게 여기기를 어여쁜 이성(異性)을 어여쁘게 생각하듯 하며 부모를 힘을 다해 섬기고 이웃과 어른에게 공손하게 섬기며 친구와 다른 사람에게 진실 됨이 있으면 비록 배우지 못했다 말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배운 사람보다 났다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공부보다도 실천을 통한 자기 수양이 참다운 배움이란 것을 강조한 것이다.
  또 학이편에서 공자도 말씀하시기를 “먹는데 배부른 것을 찾지 않고 거처하는데 편안 것을 찾지 않으며 일에 민첩하고 말에 조심하여 도(道)있는 사람에게 찾아가서 옳고 그른 것을 바로잡으면 배움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모두가 생활을 통한 향상을 배움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유교(儒敎)는 행동을 통해 하늘을 우러러 알고 우주만물(宇宙萬物)의 조화(造花)를 창조하는 종교(宗敎)인 것이다. 불교와 같은 사색(思索)을 위주로 진리를 깨치는 것도 아니며 기독교와 같이 덮어놓고 하늘에만 매달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유교는 행동을 위주로 하는 관계로 속세적인 현실주의로 타락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즉, 하학이 주가 되고 상달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자신을 가리켜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허물하지 않으며 밑으로 배워 위로 통달하니 나를 아는 사람은 하늘뿐이다.(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고 했다.
  이 말은 논어 헌문편(憲問篇)에 있는 말이다. 공자는 진리를 스스로 깨달아 알게 할 뿐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를 굳이 알리려 하는 일은 없었다.
  내가 좋아하되 그 사람의 나쁜 점을 알지 못하고, 내가 미워하되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알아보는 사람은 천하에 드물 것이다. 그런고로 자기 자신의 나쁜 점을 알지 못하고 자기 곡식의 싹이 큰 줄을 모른다. 이는 그 몸을 바로하지 않으면 그 집을 바로 할 수 없느니라. 이는 대학에서 발취하였음.
  권세란 민생의 바다위에 잠시 떠있는 조각배에 불과하다. 권좌(權座)에서 한번 물러나게 되면 비바람에 떨어진 꽃잎이요 폐가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