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우리 말 중에 “생긴 것은 멀쩡한 녀석이 속은 텅텅 비었다”, “겉보기는 먹음직 한데 먹어 보니 맛이 없다”, “시원찮은 일군이 연장 나무란다” 는 말이 있다. 말하자면 겉보기는 그럴 듯한데 실제로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엊그제 KNN에서 고성군 차기 군수 후보랍시고 하 많은 사람들이 무슨 현상 붙은 포스트 마냥 소개되었다. 유교의 잔재가 많은 탓인지 우리고성은 사람을 평가할 때 항상 그 사람의 형식적인 조건을 기준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보기 좋은 것과 맛이 좋은 것은 다르다. 후보자의 평가는 해바라기가 아닌 정직과 도덕을 기초로, 옳고 잘못된 것을 위하여 소수 정의의 편에 서 본 도덕적 용기, 그리고 대화를 통한 질의응답으로서의 지적수준, 그릇된 의리와 정의를 구분 못해 정직성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거나 정책토론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아예 출마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화 돼야 한다. 그러나 지도자 선출과정이 너무나 형식적인 요건만을 중요시하여 개인의 능력에는 돈밖에 관심이 없어 보이고, 얼마나 높은 지위에 있었는가? 지명도는 어느 정도인가? 가문은 어떠한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가? 지역 기반은 어떠한가? 재력은 있는가? 등 하나같이 권위주의 사회의 지도자 평가기준 같은 것에만 관심이 있다. 따라서 지도자의 내공에 쌓인 자질은 무시되고 오직 지도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끈질긴 의지만을 중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물의 등장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질적 능력을 외면하고 형식에만 치우친 잘못된 평가가 이 고성의 발전을 저해시킨 원인이요 오염이기도 하다.  
꿈을 꾸는 그대여! 이정표가 보이는가?
지천명을 넘긴 세월을 두고 생각해보면 필부 같은 노동자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잠시 동안 나타나서, 조연도 못되는 배역을 하거나 혹은 수많은 인파 속을 그냥 휙 지나가다 대놓고 욕이나 하다가 사라져야할 운명에 서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 멋에 산다고 자기의 입장에서 보면 주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대중들이 바라보는 무대를 염두에 두고 보면 주연보다 조연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사람이 배역을 하는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할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생의 도덕과 깊은 관계가 있는 자신의 위치와 자리매김을 성실하게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많은 사람들이 보는 무대 위에서 조연을 맡아 충실하게 일을 해야 할 사람이 무리하게 주연을 맡으려고 한다면, 그는 관객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 아니라, 잠시 동안 자기가 출연하고 있는 인생이라는 무대마저 허무하게 망쳐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느낀다. 더 높은 곳을 향한 삶을 살아가려다 보니 여러 가지 유혹이 있게 마련이어서 인간이 해야 할 도리인 도덕적인 규범에서 나오는 정의나 은혜로운 일을 제대로 지킨다는 것은 그 어느 경우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토사구팽도 있지만 만일 어떤 조연 자가 연기하고 있는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퇴장 하게 되어 자신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될 때, 자기를 거기까지 오르도록 도와준 사람이나 혹은 밀어준 사람을 가소롭게 보는 경우는 웃음뿐이겠는가. 반듯이 피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그래서 도덕적인 윤리관과 우리나라 사계절처럼 변화무쌍한 인간의 심성에 대해서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셰익스피어는 거미줄처럼 엉킨 인간의 도덕성 문제를 역사적인 문맥에서 극적으로 표현한「줄리어스 시저」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쓰고 있다. “흔히 있는 일 아닌가. 겸손이라는 젊은 야심이 발판으로 삼는 사닥다리,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원하는 자는 우선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지, 그러나 제일 높은 곳에 올라서면 곧장 사다리에는 등을 돌려, 그리고는 구름을 쳐다보고 지금까지 올라온 계단에는 자못 경멸의 눈초리로 대하는 것이거든” 만일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선 사람이 이렇게 자신의 바탕인 아래를 내려 보지 않고, 고고히 존재하는 듯 아무것도 없는 구름만 잡으려고 한다면, 그는 순간적으로 주인공이 될지 모르지만, 곧 관객의 웃음거리가 되어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추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높은 위치에서 추락하는 것은 본인에게는 섬뜩한 일이겠지만, 남들의 눈에는 참으로 어설픈 어릿광대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꿈을 꾸는 그대여! 이정표가 보이는가? 현주소를 정확히 판단하고 그에 따른 정확하고 적절한 길을 찾아 하루빨리 처방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