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고성JC특우회 회장

<들꽃은 스스로 자란다>는 주중식 교장선생님의 수필집에 나온 그의 교육철학이 닮긴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야생화가 유행인 것 같다. 애써 들판에서 캐 와 집 화단, 화분에 옮겨심기도 하고, 야생화로 전시회가 가끔 열리는 것도 본다. 하지만 그는, 들로 산으로 나가 보면 될 것을 애써 뽑아 와 말라 죽게 하는 것에 측은지심 하는 맘이 커 보였다.

다음은 주중식 교장의 졸업식 말이다. “(…) 태어남과 죽음처럼 만나고 헤어지며, 졸업과 입학처럼 헤어지고 만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잘 배우고, 바른 생각을 실천하여, 큰 꿈을 이루고, 이룬 그 꿈으로 여러분이 머무는 그곳이 하늘나라가 되는 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참으로 소박하고 진심이 묻어나는 것 같다. 꿈꾸게 하는 선생! 비단 학생들만이 새겨들을 말이 아닐 것 같다.

학교의 아버지는 교장이고, 교감 이하 선생님은 어머니랄 수 있다. 학생은 자식이고, 학생은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라며 꿈을 꾼다. 때문에 아비나 어미가 가정을 버리면 자연히 결손가정으로 자식의 장래가 불투명해지는 게 다반사다.

고성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학교가 많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인구감소와 더불어 학급수가 모자라 학교 존폐의 문제가 심각해진 적이 있었다. 동문의 갖은 노력과 지역사회의 염려와 애정으로 기사회생하는 듯 보였기에 안도의 한숨과 격려를 보냈었다.

고성이 고향이 아니라고, 퇴직하면 고성을 떠나 살 것이라고, 부지깽이로 헤집어도 되는 성질의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선생은 떠나도 학교는 있는 것이고 동문은 영원이 남는 것이고 학생은 여전히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허울만 아비의 옷을 입었다고 아비가 아니지 않은가.

아비가 도덕군자가 되라는 것도 아니요, 종(奴)이 되라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월급 타 먹는 샐러리맨으로 스스로 전락해서는 민망스런 일이기에 한 말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했거늘, 얼마나 존경스럽고 고마운 존재이기에 그랬겠나. 바둑의 이창호가 조훈현의 집에서 제자로서 사숙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한 번도 채 바둑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스승을 능가한 이창호가 됐다. 스승의 훈기만 입어도 배움이 몸에 배기 때문이리라.

교장은 학생의 꿈도 의당 키워야지만, 학교행정 최종 보류다. 행정에 있었어도 삿됨 없이, 불편부당 없이, 교육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시정 잡상인처럼 잔머리를 굴려서도 안 될 것이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자양분을 먹고 자라는 민들레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가을이 채 오기도 전 서둘러 홀씨가 되어 지천으로 스스로 뿌리를 내린다.

지상 어디로 가서 살더라도 바른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기도하는 자세, 간밤 태풍에 홀씨들이 온전히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를 여느 선생보다 더 넓고 깊게 생각해야 하기에 교장 선생님은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각별히 존경을 받는 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