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동호는 춘추전국시대 진(晋)나라의 태사(太史)였다.
태사는 역사의 기록을 맡은 벼슬 이름이다. 이 동호가 권세에 아부하거나 무서워하는 일이 없이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에 올려 사관(史官)의 직분을 다하는 한편, 권력층의 가슴을 놀라게 했다. 해서 역사에 길이 그의 이름이 남게 되었다.
  그 사실의 내용은 이러했다. 조(趙)나라의 어진 재상 이였던 조돈(趙盾)은 어리석고 못난 영공(靈公)임금의 부당한 처사를 일일이 못하게 간함으로써 영공임금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임금은 그를 재상에서 파면시킬 만한 명분도 없었고 힘도 없었다. 그래서 임금은 비겁하게 자객을 시켜 조돈을 죽이려다가 실패하자 다시 그를 초대한 자리에서 그에게 칼을 빼게 한 다음 그것을 구실로 그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조돈은 음모가 있는 것을 알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달아났다.
 그러자 영공은 숨겨 두었던 무사들을 풀어 조돈의 뒤를 추격하는 한편 호랑이 같은 개를 풀어 놓아 그를 물어 죽이게 하려했다. 그러나 조돈의 심복 호위였던 제미명(堤彌明)이란 장사가 개를 쳐서 죽이고  뒤쫓아 오는 무사들을 맞아 싸우다가 죽었다. 이때 뒤를 쫓던 무사 가운데 전에 조돈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 영첩(靈輒)이란 사람이 있어서 조돈을 업고 달아나 무사히 난을 면했다.
 조돈은 국외를 망명할 생각으로 국경까지 왔다가 조천(趙穿)이 영공을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국경을 넘지 않고 돌아왔다.
 그러자 태사인 동호가 나라에서 보관하는 사건 기록에 조돈이 그 임금을 죽였다. 조돈살기군(趙盾殺其君)이라고 쓰고 그 사실을 조정에 널리 알렸다. “그건 사실과 다르오” 하고 조돈이 말하자 동호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재상으로서 달아나 국경을 넘지 않았고 돌아와 하수인을 처형하지 않았으니 그 책임을 당신이 지지 않고 누가 지겠소. 그러자 조돈은 이렇게 탄식해 말했다.
 “그대로 국경을 넘어 설 것을 그래서 나라 일이 걱정이 되어 되돌아 왔더니 결국은 이런 죄명을 쓰게 되었구나”.
 그 후(後)에 공자(孔子)께서 이 일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동호(董狐)는 옛날 훌륭한 사관이다. 법(法)을 속이거나 굽히지 않고 바른 대로 직필로 썼다. 조돈(趙盾)은 정직하고 사심(私心)이 없고 치우치지 않은 훌륭한 대신이다. 법을 위해 자기에게 싫은 명예(名譽)를 그대로 받았다. 애석(哀惜)하게도 국경을 넘었더라면 그런 불미(不美)한 이름을 면했을 것을 그래서 권세(權勢)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실대로 쓰는 것을 동호의 직필에 비유해서 말한다.
 제발 우리나라의 기라성(綺羅星) 같은 정치인들 동호(董狐)의 본을 받았으면 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