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변변치 못한 신분으로 살아가면서 문화를 들먹이는 것이 정제되지 못한 이기심의 발로인지 모르지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높은 지위에 올라,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권위와 지성처럼 으스대는 인물들이 문화의 이해를 통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그들의 머릿속에 문화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 또한 지자체 문화의 창달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언제부턴가 10월을 문화의 달로 정하고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뒤질세라 한 해 동안 이룩한 문화적인 결실을 축하하고 내일의 문화발전을 기원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벌리고 있다. 문화란 사전적인 의미로 쉽게 설명한 것이 많지만, 본지는 문화원 관계자들의 기고가 많은 곳이라 깊게 파고들수록 그 해답이 그렇게 쉽고 간단한 것만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경제학 관점에서는 명확하게 수입이나 가시적인 효과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문화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많은 내면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식자들의 말을 빌리면 ‘문화는 신이 불가능하게 만든 세상을 인간의 힘으로 완성하려는 노력 가운데서 얻어진 결과이자 그 빛이다’ 그래서 그런지 필부와 같은 노동자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은 저항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을 좋아하고, 대영제국의 부르주아들은 ‘완전한 것에 대한 사랑에 있다’고 했다.

10월은 전국의 지자체마다 각종의 문화행사로 붉게 몸부림치는 불꽃처럼 바람결에 빛을 발하는 낙엽들 사이로 펼쳐지는 기념공연은, 민주를 사랑해 어둠에 저항한 투사열사들의 주검만큼이나 밝고 찬란하다. 때문에 시간과 싸워서 창조하고 그것을 국민 속으로 확대시키는 일은 직면하는 수많은 비판을 감내하는 선구자의 눈물을 요하며, 일시적인 문화잣대로 비판하는 소리에 결코 멈춰서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지자체에서 연출하는 기념공연들은 문화적인 가치가 지니고 있는 비전과 그것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의미를 한정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문화 동력의 확대는 21세기 신 성장산업으로 추앙받는 연기 없는 산업, 굴뚝 없는 산업, FTA·WTO가 전혀 걱정 없는 고부가 산업의 발전과 문화의 질적 향상은 물론, 주민의 문화의식을 크게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문화선진지자체로 도약할 수 있는 문화의 질적 향상은 주민생활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것은 인간이 유구한 역사 속에서 갈구하며 실천하고자 하는, 즉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유토피아)’의 실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달성을 위해서 우리는 문화적인 유산을 보존하고 문화적인 비전을 실험하고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풍부하게 가져야만 한다.

문화 공간은 단순한 시간의 잔해를 수집하는 곳이거나 인간의 본능적인 충동을 자극하는 저급한 오락물을 공연하는 곳이 아니다. 어느 교수의 말처럼 ‘문화란 원시적인 인간을 문화적인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교실이고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꿈의 산실이다’ 이 말은 우리가 처해 있는 무질서한 사회환경, 천민자본주의 적인 발호, 설익은 과일을 먼저 따먹으려는 약육강식의 정글법칙과 같은 어둠으로부터 탈출하는 길이요 착한감정교육을 시키는 문화적인 수준의 향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20세기 가장 지적인 대통령이라는 프랑수아 미테랑은 ‘역사는 문화이며 문화사에 기록되지 못하는 정치인은 역사에도 남지 못한다’고 말하며 문화입국을 통해서 드골의 맥을 이으려고 했다. 문화의 축적이 없는 지자체는 생존하기 어렵다. 어느 지자체나 문화예술 증축을 위한 예산을 두고, 자기 지역구가 아닌 자들이나 경제 평론가들조차 선심공세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것은 너무나 편협한 식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앞으로의 경제발전은 문화전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부의 축적이 문화의 질적 향상과 무관하다면, 그것은 인간적인 가치의 상실로 말미암아 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화무십일홍이요 달도차면 기우나니 난마처럼 얽힌 권불십년의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는 이 군수의 문화축적은, 그 세월에 걸맞은 기념비적인 문화업적을 우리들에게 남겨보려고 애쓴 흔적이 분명히 곳곳에 있다. 11년 동안 한결같이 언론의 비판적 관점에서의 견지와, 문화시민으로서 타 지자체와의 비교우위에서 보는 안목은 다르게 마련이다. 도서관을 대중 속에 침투시키고자 책을 채워 수준 높은 문화 의식의 확대 등 반가운 일이 많지만, 안타까운 현실과 무질서한 논리의 저항에 부딪혀 불완전한 어둠에서의 탈출을 주저하고 있는 듯 보인다. 21세기의 경제흐름을 뒤적거리지 못한 추상적 논리의 뒷전에 밀려 우리 고성이 지향해야할 주체적인이 목표가 무엇인지를 상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의 축적 없이는 지자체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꿈을 꾸는 자들은 분명히 깨달아야할 책무가 있다. 문화가 단순히 정권의 아귀다툼이나 차기를 노리는 자들의 공격용으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언론의 비판적 논조에 눈과 귀를 닫고 있던 자들이 선거가 다가오니, 고성의 발전을 지향해서 나왔던 비판적 에너지를, 차기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듯, 더 높은 내일을 위한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고성의 에너지를 박멸하는데 온갖 정보를 비열하게 악용하려는 자들의 행위는 결코 용납하기 힘들다.
비판을 위한 선거용 잣대는 문화발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그것을 파괴하고 훼손해서 계량적으로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은 불을 보는 듯하다. 개인의 똥배를 채우기 위한 정치적 바람 속에서 자신을 참신한 정치인으로 꽃피울 수 없다.
헛된 바람의 충동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만이 성숙한 사람으로 변신한다. 무슨 소린지 모르는 자들은 망막한 막장만 찾아갈 것이요 아는 자들은 앞길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