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형설(螢雪)은 반딧불과 눈을 말한다.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고사에 의해 가난한 어려움을 딛고 고학하는 사람을 가리켜 형설지공을 쌓는다고 한다. 후진(後晋)때 이한(李瀚)이란 사람이 지은 몽구(蒙求)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晋)나라 손강(孫康)은 집이 가난해서 기름 살 돈이 없었다. 그는 항상 눈빛으로 글을 읽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청렴결백해서 친구를 사귀어도 함부로 사귀는 일이 없었다. 뒤에 어사대부(御使大夫) 우리나라 감찰원장(監察院長)에 까지 벼슬에 올랐다.
 진나라때 차윤(車胤)은 집안이 찢어지게 한미(寒微)하여 연료(燃料) 구입할 돈이 없어 여름이면 비단주머니에 수십 마리의 반딧불을 담아 글을 비추어 밤을 새우며 고독한 공부를 계속했다. 그는 마침내 이부상서(吏部上書 : 우리나라의 내무부장관)에까지 벼슬에 올랐다.
 이 이야기에서 고학하는 사람을 형설이니 형설지공이니 말하고, 공부하는 서재를 가리켜 형창설안(螢窓雪案)이라고 한다. 반딧불 창에 눈 책상이란 뜻이다.
 눈빛과 반딧불로 글자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글자가 굵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들이 그만큼 눈의 정기를 남달리 좋게 타고났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군자는 순리대로 살면서 천명(天命)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危險)을 무릅쓰면서 요행(僥倖)을 바라느니라.
 훌륭한 사람은 스스로 내세우지 아니하여도 빛을 발하는 법이요, 훌륭한 정치(政治)는 국정원 홍보처의 조악한 확성기(擴聲器)를 동원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스스로 편안함을 느낄 줄 아느니라.
 부자(富者)가 되기보다 근면(勤勉)하고 성실(誠實)한 사람이 되며, 성공(成功)을 원하기보다 봉사(奉仕)를 원하며, 유명(有名)해 지기보다 아낌 받는 사람이 되며 칭찬(稱讚)을 받을 때마다 오히려 한 가지 부족함을 느낄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