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고성미래신문 논설위원

승보사찰로 알려진 송광사는 16국사를 배출했다. 하여 출가한 모든 스님들이 수행의 본보기로 삼는 곳이다. 송광사에 모셔진 16국사 중 13세 각진국사 복구(1270-1355)스님이 우리 고향 고성출신 스님으로 불교계의 큰 스승으로 존경받는 분이시다,
각진국사께서 장성 백양사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속가 조카인 공민왕 때의 문하시중 행촌 이암(1297~1364)께서 각진국사를 위해 쌍계루를 지어드려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사의 법명은 복구며 호를 스스로 무언수(말없는 늙은이)라고 하였다.  경남 고성 사람이니, 판밀직 우상시 문한학사 승지 이존비의 둘째 아들이다. 대사의 집안은 안팎으로 세상에 혁혁하게 드러났다. 대사는 큰 스님으로 이름이 높았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불경을 가지고 다니면서 외웠는데, 일찍이 꿈에 한 거사가 의관을 성대하게 차리고 앞에 와서 말하기를 “내가 이미 왔습니다” 라고 하였다. 이어 임신하여 1270년 9월 15일에 태어났는데 자질이 밝고 맑아서 혼탁한 세상의 보통 아이들과는 같지 않았다. 조금 자라자 불법을 존경할 줄 알았으며 장난하고 놀 때의 장난거리도 반드시 도량의 규칙을 본뜬 것이었다. 나이 겨우 10세 때에 조계종의 원오국사 천영스님에게 가서 머리를 깎고 구족계를 받았다. 얼마 안 되어 원오국사가 입적하매, 그의 유촉으로 대선사 도영스님에게 가서 부지런히 배웠다. 10년 만에 배움에 통달하게 되니 총림에서 여러 대중의 우두머리로 추앙되었다.  1290년 가을에 선종 과거에서 장원으로 급제하니 그 때 나이가 21세였다. 보는 바가 이미 초연하여서 도에만 뜻을 두고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였다. 구름처럼 노닐면서 도를 찾고 흙덩이처럼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는 마음을 관조하였다. 산과 물의 경치 좋은 곳에 슬슬 노닐고 구름과 수풀 사이를 유유자적하면서 공명의 길은 밟지 않기로 맹세하였다. 자각국사는 대사의 제2의 스승이었다. 대사를 대우하기를 지극한 예로써 하였다. 일찍이 자기의 제자들을 대사에게 맡기니 대사가 말하기를, “자기에게 얻은 바가 있은 뒤라야 남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인데 저는 진실로 감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고 드디어 백양사에 가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더불어 밤낮으로  참선하며 진리를 탐구하기를 또 10여 년이나 더 공부하였다. 월남사( 전남 강진에 있던 절)와 송광사( 전남 순천에 있는 절로 당시 조계종의 으뜸 사찰)와 같은 대도량에 머무른 것이 전후 모두 40여 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나라를 복되게 하고 민생을 이롭게 한 일과 나라에서 포상과 존숭하고 하사의 은총을 받은 것은 단번에 다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러나 그런 모든 일들도 대사는 한갓 찌꺼기에 불과한 것이라 여겼다.만년에 왕명으로 불갑사에 머물기도 하고 을미년에 백양사로 옮겨서 머물렀다. 6월에 병이 들었다가 병이 조금 덜하니 국왕과 관리들에게 하직하는 봉함 편지를 써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다하기도 하였다.
죽음에 임하여는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깎고 목욕하고 법복을 갖춰 입은 뒤에 시자(고승의 문하에서 시봉하면서 모시는 제자)에게 명하여 북을 치게 하고 작은 선상에 고요히 앉아서 노래하기를,
곧 마음이고 곧 부처인 강서의 늙은이여 / 부처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 물외의 노인이로다. 날다람쥐의 소리 속에 나 홀로 가노니 / 열반이나 나고 죽는 것이 본래부터 공이로구나.
하고 열반하시니 대사의 나이 86세이고, 승랍(출가한 이후의 나이)은 76세였다. 사람됨이 간소하고 과묵하며 맑고 순박하고, 단아하고 평화스러우며 곧고 정성스러웠다고 이달충이 쓴 송광사의 제13세 각진국사 비명이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