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고성JC특우회 회장

“이런 지독한 불륜의 현장도 들어엎지 못하는 / 나는 누구인가?”, “사냥개처럼 물고 늘어져”, “엄혹한 현실의 매질”.  남녀관계가 아니라 자본과 권력관계의 불륜을 말하는 「공광규 시인」의 시어다.
 한때는 인구 10만의 환상에 젖어 꽤 시끌벅적하던 도시가 폐허 직전의 조용한 도시로 전락하면서 몸살 후유증이 이제 막 시작된 듯하다. 불과 얼마 전 입살에 만신창이 돼 어렵사리 고위공무원에 입성하더니 바로 불륜의 당사자가 되어 영어의 몸이 된 것에 우리 군민들의 책임은 없을까?

 “엄혹한 현실의 매질”에 무딘 밥벌레처럼 시류에 휩쓸려 10년 넘게 건성건성 살아온 비겁한 소시민에 불과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의뭉스럽기 짝이 없는 것은 불륜의 카테고리가 그렇게 한두 사람으로 끝나는 것일까?  왜 그 조직에는 “사냥개처럼 물고 늘어져” 거꾸로 가는 시류를 막아서는 공복이 없는가?  낡은 건물 누수가 만연한데 쑥덕거리는 방수쟁이만 바글거리고, 광고에 목멘 언론은 자본의 향수에 취해 버린 것은 아닌지. “거 봐라!”할 게 아니라 감독 소홀한 의원들의 책임은 없는지, 혹여 그 진흙탕에 다리가 빠져 곤욕을 치르는 자는 없는지.
 
 “지독한 불륜”을 견고하고 향기롭게 치장하는 엄호세력은 멀리 있지 않다.
 정치인의 탈을 쓴 사람들, 토호세력, 소위 지식인, 공무원, 하물며 조무래기 사기꾼까지 합세해 이루어 내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바로 불륜이다.
 우리는 들키지 않은 그런 부류를 ‘성공한 이’, ‘잘나가는 이’라고 흠모하고, 때로는 존경까지 한다. 그래서 자라는 젊은이가 그런 들키지 않는 기술을 배우려 들고 있다. 내 자식이 그런 기예에 탁월하다면 마냥 흐뭇해 할 것인가?
 “학교 우등생이 사회 졸병”이라는 공식이 탄생하는 계기가 여기인듯하여 자못 아쉽기 그지없다. 명품교육도시를 입으로 외칠게 아니라 솔선수범하여야지 않는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이듯 말이다.
 
 나이 들어 비겁하게 현실에 안주하고 쓴소리 삼가면 “사람 좋다.” 한다. 고성에는 사람 좋은 어른들만 사시는 듯하다.  선거철이면 낯빛 곱게 주민 앞세워 밥 먹이고 뒤로 주머니 챙기는 어른이 아니라, 우후죽순 돋아날 싹도 정리하고, 발전의 방향타가 되어 나무람이 추상같은, 그래서 따르고야 마는 진정한 어른 상이 절실하기에 하는 말이다.  내년, 숱한 선량이 엄청난 출혈로 다행히 입성하더라도 본전 생각에 불륜의 달콤함에 혀를 돌리지는 않을까!
 민주주의는 다양성의 수용이라지만 좁은 도시에 절반이 출마자고 절반이 유권자다. 여태까지 해봤으니 느낌이 오지 않는가, 기발하고 휘황찬란 무지갯빛 공약과 무소불위의 개발 뒤안에 초라해진 우리 고장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지독한 어른 아래 지독한 불륜은 감히 없지 않을까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