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 고성문화원 이사

1594년 전주에 있던 세자 광해군은 공에게 익호장군(翼虎將軍)의 군호를 내렸고 이어서 선조임금은 형조좌랑(刑曹佐郞)의 직함과 함께 충용장(忠勇將)의 군호를 하사하여 팔도의병 총수가 되었습니다. 그 뒤 남원에 머물다가 진주로 옮겼습니다. 그때 조정에서 의병을 통합하여 충용군에 속하도록 하여,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郭再祐)장군과 함께 도원수 권율(權慄)장군의 휘하에서 영남 서부지역의 방어임무를 맡았습니다. 공은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협력하여 수차례에 걸쳐 적의 대군을 무찔렀습니다. 그 후 1595년에는 우리 고장 고성(固城)에 상륙하려는 일본군을 별장인 최강(崔堈) 장군(將軍)을 비롯한 고성의 의병장들과 기습하여 격퇴시켰습니다. 
그 후 전쟁이 소강상태로 되자 1596년 도체찰사 윤근수(尹根壽)의 노속(奴屬)을 장살(杖殺)하여 투옥되었으나, 왕명으로 석방되었습니다. 그 해 다시 의병을 모집하여, 1596년 7월 충청도의 이몽학(李夢鶴)이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토벌하고자 도원수 권율의 명을 받아 진군했으나 반란이 이미 진압되었다는 전령(傳令)소식을 듣고 회군하던 도중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충청도순찰사 종사관 신경행(辛景行)의 무고로 서울에 압송되어 혹독한 고문 끝에 옥사했습니다. 29세인 1596년에 대장군의 기상도 못 핀 채 절명한, 난세에 못다 핀 피 끓는 충절의 꽃이 되었습니다. 이 억울한 심정을 기록한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봅니다. 

‣ 선조수정 30권 29년 8월1일 병신일 : 최담령. 최강을 사면하여 모집한 군사를 거느리게 하다. ‘김덕령이 옥에서 고문 받다가 죽었다. 덕령이 전령(傳令)을 듣고 즉시 부하를 거느리고 길에 올랐는데 적이 이미 평정되었다는 말을 듣고 도로 진(鎭)으로 돌아갔다. 이때에 이르러 덕령을 나포하려 하였는데, 조정이 그의 용력이 절륜하다는 말을 평소에 들었으므로 혹시 그가 체포에 응하지 않을까 근심하여 여러 가지 방략(方略)을 만들어서 그의 도망을 미리 방지하였다. 덕령이 순순히 체포되어 하옥되었는데 상(선조임금)이 직접 국문(鞠問)하였다. 이때 덕령은 사실대로 답변하였으나 증거는 없었다. 그는 갑자기 유명해진 까닭에 이시언(李時言) 등의 사람들로부터 시기를 받았으며, 조정 또한 그의 날쌔고 사나움을 제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의심하였다. 그래서 기회를 타서 그를 제거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놓아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였다. 상(선조임금)의 뜻도 그러하였지만, 대질하고 심문하고는 오히려 그를 아깝게 여겨 조우에게 묻기를, “이 사람을 살려줄 수 있는 도리가 없는가?” 하니 대신 유성룡 등이 아뢰기를 “이 사람이 살 도리는 없습니다. 다만 아직 그대로 가두어 두고 그의 일당들을 국문한 뒤에 처리하심이 어떻겠습니까.” 하였고, 판의금 최항 등은 즉시 형신할 것을 청하였다. 상은 재삼 난색을 지었다. 아무도 구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는 살인을 많이 하였으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하며 조금도 애석할 것이 없습니다.”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정언 김택룡(金澤龍)은 아뢰기를, “국가가 차츰 편안해지는데 장수 하나쯤 무슨 대수입니까. 즉시 처형하여 후환을 없애야 합니다.” 하여 사람들의 웃음을 샀습니다. 상이 도원수를 시켜 덕령이 출병할 적에 태도가 어떠했는지 물었으며, 또 그의 부하인 최담령(崔聃齡)과 최강(崔堈)등에게도 물었는데 혐의스런 단서가 없었다. 덕령은 여러 날 동안 갇혀 있었고, 상은 혹시 변이 일어날까 의심하여 옥문을 굳게 잠글 것을 명하였고, 의금부는 건장한 군사 1백여 명을 동원해서 굵은 밧줄로 묶어둔 다음 밤낮으로 에워싸고 지키기를 마치 많은 적군을 방어하듯 하였다. 수백 번의 형장 심문에 드디어 정강이뼈가 모두 부러졌는데도 조용하게 스스로 변론하며 말씨가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신은 만 번 죽어 마땅한 죄가 있습니다. 계사년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에 삼년상(三年喪)의 슬픔을 잊고 하늘에 사무친 원수에 격분하여 모자간의 정을 끊은 채 상복을 바꿔 입은 다음 칼을 짚고 분연히 일어나 여러 해 동안 종군하였지만 아직 조그만 공도 세우지 못해서 충성도 펴보지 못하고 도리어 불효만 하였습니다. 죄가 이에 이르렀으니 만 번 죽어도 죄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신은 지금 목숨이 다하게 되었으니 다시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신이 모집한 용사 최담령(崔聃齡) 등이 죄 없이 옥에 갇혀 있으니 원컨대 죽이지 말고 쓰도록 하소서.” 라고 했을 뿐 시종 다른 말이 없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