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수 / 재단법인성균관 전부장관

우리나라의 제례는 원시적(原始的)인 형태(形態)로 계속하여 오다가 고려말기(高麗末期)와 조선 초기를 통하여 중국의 유교사상(儒敎思想)에 의하여 제대로 형식(形式)과 절차(節次)를 갖추게 된 것이다. 역사에 나타난 기제제도(忌祭制度)는 1390년 고려 공민왕 2년 2월에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선생의 발의(發議)에 의하여 만들어진 제례규정(祭禮規定)에서 비롯되었으며 그에 의하면 대부(大夫)이상의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은 삼대(三代), 육품(六品)이상은 이대(二代), 칠품(七品)이하와 일반 서민들은 부모만 제사를 지내라고 하였다. 그 후 조선시대의 법전(法典)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의 예전(禮典)편의 규정에 나타난 것을 보면 사대부(士大夫) 이상은 사대(四大), 육품(六品)이상은 삼대(三代), 칠품(七品)이사는 이대(二代), 일반서민은 부모만 지내도록 되어있다. 그 당시는 전제군주(專制君主)제도로써 계급사회를 이루었기 때문에 제사의 봉사대상(奉祀對象)까지도 계급에 따라 차이를 두었다. 그러나 그 당시 칠품이상의 벼슬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수(數)는 불과 20%(2할미만), 부모만을 봉사(奉祀)하는 일반서민들의 수는 국민전체의 80%(8할이상)을 차지하였음으로 우리나라의 민속화(民俗化)된 기제사의 봉사대상은 대부분의 부모 당대(當代)만이 제사를 모시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부모 당대만을 기제(忌祭)로 지내오다가 1894년 한말(韓末)에 갑오경장(甲午更張) 또는 갑오개혁(甲午改革)으로 인하여 계급사회(階級社會)가 무너지자 너도나도 사대봉사(四代奉祀)를 하게 된 것이다.

가정의례준칙(家庭儀禮準則)에 보면 삼대봉사(三代奉祀)도 실은 그 근거(根據)의 바탕은 경국대전에 의거한 것이라고 보면 잘못이 없는 것으로 안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