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고성미래신문 논설위원

지난 9월 8일 고성향교(전교 이재호)에서 계사년 추계 석전제를 봉행하였다. 헌관은 고성군의회, 황대열 의장, 김형규 교육장, 황호원 문화관광과장이 맡았다. 그 밖의 집사에는 지역의 유림 중 덕망이 있고 이제까지 참여하지 못한 인사를 분장하여 구판옥 유도회장이 별도로 제례의식을 교육시켜 향교와 유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종래에 보기 드문 반듯한 석전제를 치렀다.
고성향교는 국비를 보조 받아 풍화루를 중수하는 과정에 상량대 도리에 상량문이 복장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복장된 상량문이 도리 속에 홈을 파서 보관되어 있었지만 좀이 쏠고 낡아 찢어지고 떨어져나간 글자가 많았다. 그렇지만 고성향교의 역사를 바로 찾아내는 의지로 이재호 전교를 비롯한 계정서당 정창석 원장, 심상정 등 여러분이 노력하여 없어진 글자를 찾아내고 우리말로 번역하여 향교 이건의 역사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고성향교는 138년 전 통영 죽림향교에서 고성향교로 반환되었는데, 상량문 속에는 고성향교를 빼앗긴 뼈아픈 역사와 지역 유림의 회환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임진왜란으로 삼도수군통제사가 있던 통영지역의 정치사회적 위상이 높아지자 고성에 있던 향교마저 통제영 근처인 죽림으로 이건하였고 향교를 빼앗겨 자존심이 상한 고성지역의 유림들이 끈임 없이 상소를 올렸으나 고종 12년 (1875년)에야 비로소 향교가 옛터로 반환되었다.

석전제에 참여한 유림들은 잃어버린 족보를 되찾은 듯이 반겼다. 상량문 원본은 고성박물관에 기증하여 보존하고, 사본과 새로 중건한 풍화루의 고유문은 새로 지어 상량대 도리에 복장하여 역사에 길이 남겨둘 예정이다. 여기 정창석 씨가 번역한 전문을 원문과 함께 게재한다.

풍화루상량문

을해(1875고종12) 칠월 십팔일 유학 최상기는 성조지신께 아뢰옵니다.

조두를 우리고을 옛 터에 반환함에 오위 대전을 중건하였고, 풍화루를 사림정로에 세우고 삼문을 건립하도다. 오직 인자들이 이 문을 출입하고, 성도들이 앞뒤로 앉아 있음을 보겠노라. 공경히 생각건대 문선왕이신 공자님은 요순보다 훌륭하시고 인류에 뛰어나셨도다. 천지를 찬양하시고 일월의 밝음을 널리 펴시었으니, 한마디로 가리키면 대성지성이요, 춘추를 지어 제왕의 도리를 글로써 열었으니 만고로 뻗어 후생의 선사이시다. 글을 지음에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 우러러 볼수록 더욱 큰 덕을 이루시고, 방책으로 궤범을 다듬고 존속시켜 모든 후생들에 논어와 주역과 시서를 전하셨도다. 말세에 미치도록 한뢰와 당시를 추모하셨고, 중국으로 하여금 원학과 익비가 넘쳐 나도다. 우리 조선에 선왕의 정치가 우뚝하고, 인문과 오성의 덕이 성대하도다. 영현이 모여서 기주의 팔조를 일러주시고, 성신이 이어서 심법의 육관을 전하시도다.

風化樓上樑文

維歲次乙亥七月乙未朔十八日壬子幼學崔祥驥敢昭告于 成造之神 述夫

返俎豆於吾州舊基重建五位大殿 揭風化於士林正路因作三門大樓

唯仁者出入是門 見聖徒後先在座 恭唯文宣王夫子 覽堯舜遠矣 拔華類盛於

譽天地廣褒日月明蔽一言大成至聖 作春秋書開帝王道亘萬古後生先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