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주 재단법인 성균관 전부관장

님이란 사람의 일컬음 밑에 붙여 높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원래는 사모하는 사람을 일컬었으며 옛 말은 임이었다. 지금은 부모님, 선생님, 따님, 손님 등으로 쓰이고 또 하느님, 달님, 햇님과 같이 어떤 대상을 인격화(人格化)하여 높이거나 다정스럽게 일컬을 때도 붙여쓴다. 서구어(西歐語)의 영향을 받은 탓으로 임은 없어지고 님만 쓰이고 있다. 남을 높이거나 다정스럽게 부르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높임에 절도가 없거나 아무렇게나 쓰면 좋지 않다. 우리말의 높임에는 ‘께, 께서’가 쓰인다. ‘공자께서, 세종께서, 퇴계선생께서, 할아버지께서’하는 것은 옳지만 ‘공자님이, 세종대왕님, 임금님이, 할아버님이, 교수님이, 교수님사모님이, 주부님, 주부님들의, 이색적인 모임 아우님’하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과장님방, 교장선생님들의 모임, 기사님식당’은 어색하다. 과장방(과장실), 교장모임(교장회의), 기사식당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학생이 교수에게 선생님이라 했다가 내가 어디 중고등학교 선생이냐 하며 질타를 당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님이란 높임말이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쓰이는 원인을 살펴보면 높임에 대한 우리말의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 비판 없이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 하는 습관(習慣)에 젖어 있다는 것, 남을 높인다는 인식(認識)보다는 오랫동안 있어왔던 외세(外勢)와 권력자의 힘에 대한 아부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저의 나라 저의 나라문화, 저의 국산품, 저의 시(市), 저의 학교라는 말들을 최고지성인(最高知性人)들이 서슴없이 쓰고 있다. 이 말은 우리나라 전 국민과 모든 교사(敎師)와 교직원(敎職員)을 싸잡아 낮추어 버린 것이다. 힘 있는 권력자 앞에 아부하던 습관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겠는가. 애기곰, 아기사슴, 오랑우탄 탄생, 아름다운 나비가 탄생, 위대한 작품이 탄생되었다. 살의가 탄생, 에이즈아기 탄생 논란 이러한 말들도 텔레비전 방송이나 신문에서 자주 듣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방송인이나 신문기자는 지식인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버스기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야구감독님들이 화를 내시더라, 사장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너 선생님 말이 안들려, 저희 아버님께서, 정부의 각별하신 배려와 커피를 마시는 분이 많으시더군요 하는 말들도 마찬가지로 어디서나 듣고 볼 수 있다.
지나친 공손은 예가 아니다.(과공비례:過恭非禮)
높여야 할 곳에 높이고 낮추어야 할 곳에는 낮추어야 한다. 높여야 할 곳에 높이지 않으면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니 비례(非禮)이고 낮추어야 할 곳에 낮추지 않으면 상대를 모욕(侮辱)하는 것이 된다.
공경(恭敬)과 아부(阿附)는 마음의 자세에 달려 있다. 공경할 대상에게는 반드시 공경해야 할 것이고 자신의 행동이 아부인지 아닌지를 깊이 생각해보고 명확(明確)히 해야 할 것이다.
나는 날마다 세 가지의 일을 반성한다. 남을 위한 일이 성실하지는 않았는가, 벗과 사귐에 있어 믿음이 없지는 않았는가, 익히지 못한 것을 남에게 가르치지는 않았는가. - 오일삼성오신:五日三省吾身하느니 위인모이충호(爲人謀而忠乎)아 여붕우교이불신호(與朋友交而不信乎)아 전불습아(傳不習乎)아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알아볼만한 능력이 없음을 걱정할지니라. - 불환인지불기지(不患人之不己知)요
벼슬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런 자리에 설 실력이 없음을 걱정할 것이며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려질 수 있는 실력을 쌓을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