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부관장

수작(酬酌)이란 술을 권하는 것이다. 수작은 술잔을 주고 받음이라고 풀이한 것은 잘못이다. 수(酬)의 뜻은 권한다는 것이지 자기가 먹던 술잔을 남과 주고 받는다는 것이 아니다. 수작의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두 사람 이상이 술을 먹을 때는 사람마다 각자 자기의 술잔을 가지고 마시는 것이다. 주인이 손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고 권하면서 같이 마신다. 마시고 나면 또 주인 손의 술잔에 술을 따라 권하게 된다. 주인과 손이 서로 권(勸)하는 것이 수작(酬酌)이다. 자기가 먹던 술잔을 상대에게 주고 거기에 술을 따라 주는 것이 아니다.

술을 따르는 사람이 아래거나 작부(酌婦)일 경우도 있다.

술잔이 비면 따루어 준다. 첨작(添酌)도 한다. 첨작은 제사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작인 경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술잔을 주고받는 풍습(風習)이 언제 어디서 왔는가를 알기 어렵다. 중국인, 일본인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은 절대로 자기 나라의 풍습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의 좋지 못한 주법(酒法)으로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물론 그들도 한국인과 같이 술을 마실 때는 술잔을 주고받는 행동을 즐겨 하는 이들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주법은 한국인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임금의 하사주(下賜酒)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임금이 신하에게 술을 하사하는 경우는 술과 술잔을 내려 주는 것이지, 임금이 먹던 술잔을 신하에게 건네주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경주포석정(慶州鮑石亭)의 떠도는 술잔의 예(例)를 드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포석정의 술잔은 먹던 잔이 아니고 술을 뜨는 쪽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술을 뜨는 포주박이 자기앞에 오면 술을 떠서 상대방의 술잔에 따라 주는 것이다. 권주(勸酒)는 상대에게 술을 마시기를 권하는 것이며 자기도 술잔을 들면서 상대에게 권하기도 하는 것이다. 자기가 먹던 술잔을 재빨리 비우고 상대에게 주면서 술을 따라 주는 것은 정과 사랑의 표시라기보다는 힘 있는 윗사람에게 아부(阿附)하는 마음이 더 강하다 할 수 있다. 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아래 술잔 받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술잔을 바치지 않으면 윗사람에 대한 불경(不敬)으로 여겨 괘씸하게 생각하는 이도 많다. 그러므로 아래 사람된 이는 재빨리 자기 술잔을 비우고 높은 이에게 잔을 바친다. 그래서 자만(自慢)과 아부(阿附)가 자연스럽게 아니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사지낸 뒤에 음복(飮福)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초헌관을 비롯한 헌관들의 각각의 술잔을 앞에 가져다 놓고 술어 부어 드리는 것이지 술잔 한 개를 가지고 돌려가면서 한 사람이 마신 뒤에 그 잔에 술을 따라주어 마시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순배(巡杯)란 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전(辭典)에는 술잔 돌림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순배는 주순(酒巡), 곧 술이 두루 도는 것이지, 술잔이 도는 것은 아니다. 순(巡)의 뜻은 편회(徧廻)이며 순행할 순, 돌며살필 순, 두루 순으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