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2012년 7월 24일. 중국 친구들이 고성에 오는 날이었다. 타국의 친구를 만난다는 설레임과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야 할 것에 걱정이 들었다. 학교 음악실에서 간단한 환영식을 마치고 곧장 공룡엑스포 행사장으로 향했다. 실제 공룡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공룡을 구경하고 아기자기한 공룡 상품과 창의적인 공룡 모형이 있는 전시실을 둘러봤다.

나의 파트너인 Wu kun hong은 구경하는 내내 ‘beautiful’ 을 연발했다. 특히 내 파트너와 다른 중국 친구들 모두 4D와 5D를 아주 좋아했다. 영상이 튀어나올 때 마다 비명을 지르고 허공에 손짓을 하며 즐거워했다. 자기 도시의 공룡박물관에서는 4D나 5D 같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타국의 친구들에게도 인정을 받으니 더욱 자랑스러웠다. 뒤로도 탈박물관에 가고 한국 전통체험도 했다. 저녁 때에는 홈스테이를 하는 다른 친구들과 모여 쇼핑을 했고 카페에 둘러 앉아 웃고 떠들며 놀았다. 짧은 듯 길었던 2박 3일의 홈스테이가 끝나고 중국 친구들이 떠날 때가 되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은 뒤 단체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그렇게 서울로 떠났다.

한 해가 지나 2013년이 되었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친구들에게 익숙해져 갈 무렵 중국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16명이 모였다. 5월 쯤 부터 매주 토요일에 중국 친구들에게 선보일 부채춤, 태권도, 댄스를 연습했다. 나는 연습을 하면서도 내가 정말 중국에 가긴 하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군청에서 마지막 연습인 최종 리허설을 하고나서야 ‘이제 정말 중국에 가는 구나!’ 하고 느꼈다.

7월 17일, 출발 하루 전 짐을 다 챙기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중앙고 강당 앞으로 함께 떠날 친구들이 모여들어 중국과 한국의 문화 교류라는 큰 현수막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은 뒤 버스에 올랐다.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김해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선은 처음 타보는 것이라 여권 검사와 탑승 수속이 마냥 신기했다. 그렇게 비행기에 탑승하고 한국 땅을 떠났다. 나쁘지 않았던 기내식을 먹고 약 2시간 정도 비행 한 끝에 드디어 중국의 베이징에 도착했다. 날씨가 비라도 오려는 것처럼 흐렸지만 생각보다 덥지 않다는 것에 만족했다.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 곧바로 청두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부산에서 베이징까지 가는 것보다 긴 시간에 걸쳐 청두에 도착했다. 모두 짐을 찾고 쯔궁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려고 하는데 짐 중에 사물놀이에 필요한 장구가 안 왔다고 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지 선생님이 이리저리 뛰어다니셨고 할 일 없는 우리들은 사진이나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일단 장구는 나중에 찾기로 하고 버스에 탔다. 쯔궁으로 가는 내내 버스는 시끌벅적 했다. 기타와 플롯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놀기도 하고 앞으로 나가 중국어 인사말을 연습해보기도 했다. 또 청두의 밤거리는 좋은 구경 거리였다. 높이 솟은 건물들의 빛나는 외관은 어두운 밤과 대비되어 아름다웠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호텔에 도착했고 다음 날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캐리어에서 꾸깃꾸깃해진 교복을 꺼내 입고 목걸이를 걸고 쯔궁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학교로 향했다. 많은 친구들이 학교 앞에 마중 나와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다들 쳐다보는 눈길에 민망해하며 도서관이 있다는 곳으로 갔다. 각자 파트너를 만나고 중국어로 준비한 인사말을 하고나서 환영식을 했다. 연습해간 댄스와 부채춤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다는 부담감과 오랜만에 했더니 정작 연습할 때보다 못한 것 같았지만 몇 달 동안 이것만을 위해 준비 했던 것을 해버리고 나니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환영식이 끝나고 그 자리 그대로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됐다. 처음 먹어보는 진짜 중국식 밥이었다. 몇몇 향신료 향이 강하게 풍기는 음식이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점심을 다 먹고 근처에 있는 공룡박물관으로 갔다. 생각했던 것 보다 웅장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의 공룡 화석을 보여주었다. 한 곳에는 발굴된 화석 그대로 전시장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박물관 견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환영식을 했던 그 장소에서 서예를 배우고 중국 시를 배우는 등 몇 가지 활동을 하고 6시 정도 되어서 각자 홈스테이 가정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에 나의 중국 연수 파트너인 Gong xue의 집은 학교 뒤 낮은 산에 위치한 주택이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가족분들을 만나고 gong xue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밥을 먹었다. 죽순과 고기가 들어간 음식과 토마토를 얇게 썰어 넣은 계란 국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그리고 밥상에서 문화의 차이를 하나 느꼈다. 그것은 반찬 집는 젓가락과 입에 밥을 넣는 젓가락을 따로 쓰는 것이었다. 처음엔 몰라서 반찬 집는 젓가락으로는 반찬을 집어 먹고 밥을 먹는 젓가락으로는 밥만 먹다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친구가 밥을 어떻게 먹는지 본 후에 두 쌍의 젓가락을 제대로 쓸 수 있었다.

밥을 다 먹고나서 파트너와 작년에 한국에 왔던 파트너와 만나서 같이 놀러갔다. 작년 파트너인 kung hong이 함께 온 자신의 오빠와 친구 한명을 나에게 소개시켜주곤 택시를 타고 동양광장으로 갔다. 다음 날 소풍을 위해 과자를 사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놀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 집에 도착했다. 어색한 잠자리

에 알람도 없이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어머니께서 아침밥을 준비해 주셨다. 아침은 간단히 먹는 듯 꿀물에 담겨진 경단을 먹었다. 이 날의 일정은 의빈에 있는 촉림죽해에 가는 것이었다. 버스로 3시간 정도 이동한 것 같다. 앞 뒤 옆으로 있는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떠드는데 금방 시간이 갔다. 잠시 점심을 먹고 다시 얼마간 이동해서 촉림죽해 입구에 도착했다. 시원한 폭포를 지나쳐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물을 건너갔다.

돌계단마저 초록빛으로 물든 대나무로 이루어진 긴 숲을 걷고 있자니 중국 영화에서 봤던 무림고수가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위쪽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길게 이어진 붉은 길을 따라 걸으며 자그마한 폭포를 지나 계속 걸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반복하며 점점 힘들어 질 때 쯤 나무들로 가려졌던 하늘이 밝게 트였다.

탁 트인 맑은 하늘과 저 아래로 보이는 땅 그리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가 있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주차장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다시 쯔궁으로 돌아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친구들과 저녁밥을 먹으러 갔다. 나의 작년 파트너가 말하길 자신이 한국에 왔을 때 친구들과 외식을 하고 카페에서 놀았던 것이 너무 좋았고 고마웠다며 이번에는 우리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는 kun hong이 있는 학교 학생들과 홈스테이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학교 친구들이 있는 가운데 나를 위해서 계속 같이 있어줘서 고맙기도 하고 모르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가 주도해 이런 자리까지 만드는 것을 보며 대단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샤브샤브도 맛있었지만 속은 아이스크림인데 겉은 튀겨진 것과 신기하게 생긴 면 등 특이한 음식이 많았고 맛도 좋았다. 장소를 옮겨 KFC에서 한참을 더 놀다가 집에 도착했다.

다음 날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했다. 이제 다른 도시로 떠나기 때문이다. 전날 친구에게 바오쯔를 먹어 보고 싶다고 했더니 아침밥으로 준비해줬다. 정말 맛있다며 고맙다고 했다. 아침밥을 다 먹고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버지는 멀리 일하러가셨기 때문에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내 파트너 gong xue와 어린 동생의 사진을 찍었다. 짧은 중국어 실력이지만 감사히 잘 지내고 간다는 말과 건강하시라는 말을 전했다. 아쉽지만 이틀 동안 머물렀던 집을 뒤로했다. 중국 친구와 함께 탔던 버스를 이제는 혼자서만 탔다. 창 밖에서 친구들이 잘가란 인사를 해주었다. 나의 두 파트너는 둘이서 손을 붙잡고 인사해주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에 울지말라고 얘기하며

중국 메신저 QQ로 연락하자고 달랬다. 버스는 떠났지만 정말 고마운 친구 두명이 생겼다. 앞으로 다시 볼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 파트너와 앉다가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앉았다. 한국말을 하면서도 중국 친구들 덕분에 계속하게 되는 짧은 영어에 웃으며 사진을 찍고 놀았다.

곧 성도에 도착해 귀여운 팬더를 보고 신기한 물건이 많은 전통거리, 장군들이 지키는 무후사를 견학했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서안으로 이동했다.

서안에서의 첫 코스는 화청지였다. 실외와 실내를 왔다갔다해야하는데 비가 와서 조금 아쉬웠지만 당현종과 양귀비가 살던 곳이니 만큼 크고 화려함은 흐린 날씨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가며 들으며 보니 목욕탕도 그냥 목욕탕이 아닌 사연 많은 목욕탕이었다. 화난 양귀비를 달래기 위해 당현종이 양귀비 전용 목욕탕을 선물 했다는 말에 우리끼리는 역시 왕은 스케일이 달라도 다르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도착한 병마용갱. 버스에서 내려 전동차 같은 것을 타고 입구에 들어섰다. 먼저 가장 넓다는 1호갱으로 갔다. 병마용갱의 정면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했다. 어렸을 적 보물찾기 시리즈의 책에서 봤던 병마용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정교하게 조각된 하나하나의 얼굴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한창 발굴 중인 곳도 많았다. 지금 발굴 하고 있는 것만 다 하려고 해도 수 십년은 걸릴 것이라는 말과 함께 아직 발굴하지도 않은 것이 많다고 했다. 일단 땅에서 꺼내게 되면 본래의 색을 잃는 등 완벽한 보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대로 된 기술을 갖추고 발굴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2호갱, 3호갱도 둘러보다 사진처럼 큰 병마용을 발견했다. 이 곳 역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주변에 기마병인 듯한 병마용도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학교의 1차고사 시험 때 동아시아사 과목 시험에 출제된 그림과 같은 것이었다. 역사 책에서나 보던 유물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병마용갱을 관람한 후에 섬서역사박물관, 비림박물관, 명성벽, 대안탑 등을 둘러보았다.

서안에서 가장 많은 관광지를 견학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은 좋았지만 하루 종일 걸어다니느라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다. 평소보다 사람이 없는 편이라고는 했지만 기차역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시끄럽고 더러웠다. 사람들 사이로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기차에 탔다. 4명씩 하나의 객실을 사용했는데 나름 아늑하고 깨끗했다. 친구들과 야식을 먹으며 놀다가 얼마안가 잠들었다. 기차의 덜컹거림에 눈을 뜨고 세안정도 할 수 있을 만한 곳에서 머리를 감아가며 씻었다. 전날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씻는 사람은 거의 우리 일행뿐이었다. 역시 의지의 한국인.

기차는 밤새 달려 베이징에 도착했다. 전날에 있었던 서안에서는 비가 왔지만 다행히 베이징의 하늘은 맑았다. 처음으로 간 곳은 천안문과 자금성이었다. 천안문과 자금성이라니.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도 핵심적인 한 곳에 내가 서 있었던 순간이었다. 천안문 한가운데 걸린 마오쩌둥의 사진을 지나 자금성으로 갔다.

황제를 상징하는 노란 지붕의 자금성은 아주 넓었다. 제대로 보려면 하루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몇 곳만 구경할 수 있었다. 넓은 만큼 건물도 많았는데 각자의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이면서 경복궁도 가보지 못했는데 중국의 궁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한국에 돌아가서 경복궁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심에서 2시간을 달려 만리장성에 도착했다. 덜컹거리며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서 ‘the Great Wall of China', 만리장성을 밟았다. 산의 양 옆으로 끝없이 성벽이 이어져있었다. 그 옛날 이토록 긴 만리장성을 쌓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과 희생이 있었을까. 위쪽으로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좁은 길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더 구경하지는 못하고 조금 걷다가 내려가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올라올 때는 금방 왔는데 내려가기 위한 길은 꽉 막혔다. 쨍쨍한 태양 아래 사람들 사이에 끼여 더워 죽겠는데 새치기하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지. 우리는 새치기 당하지 않으려고 우리들끼리 꼭 붙어 섰다.

그러다가 우리가 한국인 임을 알아보고 말을 거는 중국인 가족과 만났다. 나는 가족 중에서도 바로 내 옆에 서 있던 아이들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듯 이것저것 물어보고 나는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답해주었다. 학교에서 배운 중국어로 몇 가지 말을 하니 좋아했다. 케이블카를 타기위해 1시간을 서 있었지만 그 가족들 덕분에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만리장성에서 다시 도심으로 돌아와 북경대학엘 갔다. 서울대학교 보다 훨씬 입학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곳에서 도서관과 미명호 라고 불리는 호수와 북경대학을 상징하는 탑을 보고 나서 중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마쳤다.

베이징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갔다.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6박 7일 동안의 중국 견학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머물렀던 중국을 떠났다. 더운 날씨와 타지에서 겪는 문화에 조금은 힘들었지만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끝으로 함께 여행했던 박광명 계장님과 이상조 교장선생님 정선화 중국어선생님 그리고 중국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신 고성군의 많은 도움을 주신 여러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