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고성미래신문 논설위원

고성군 대가면 유흥리 삼계마을에서 1803년에 태어난 이평은 경주 이씨이며 불굴의 투사와 같은 효행을 남기고 1874년에 타계하였다.

이평은 어렸을 때부터 지성으로 부모님을 모셨다. 저녁에는 편히 주무시도록 이부자리를 펴드리고 아침에는 문안드리는 일을 거르는 적이 없었다. 평소에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부모님을 봉양하였다.

1846년 가을, 아버지 이시봉씨가 병석에 눕게 되자 효자 아들은 아버지의 대변을 손수 받아 그 맛을 보아가면서 병세를 진단하여 간호하였다. 조선시대 임금의 병환 진단에나 쓰였던 방법을 그대로 실천하였다. 밤이 되면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축원기도하기를 ‘아버지 대신 불초 소자를 데려가 주십시오.’하였다.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봉양하기를 8년 동안 하루도 빠뜨린 적이 없었다.

1854년 이시봉씨는 천명을 다하고 84세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르고 대가면 유흥리 뒷산에 안장을 하고 묘소 곁에 여막을 짓고 시묘생활을 시작하였다. 모진 비바람과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었으며 묘소 앞에 엎드려 밤낮으로 슬피 울었다고 한다. 먹는 것이라고는 소금죽에 목숨만 근근이 유지하는 정도였다. 묘소가 높은 산꼭대기에 있어 호랑이를 비롯한 사나운 짐승들이 우글거리고 침범하여 시봉하는 상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한번은 식수가 떨어져 목이 말라 고갈상태에 이르러 무덤 앞에 쓰러져 있을 때 마른하늘이 울렁거리더니 뇌성벽력이 치고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리고 바로 곁에 샘물이 솟아나 해갈을 했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마을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효자라 칭송하였다.

이렇게 시묘 살이를 하던 어느 날 밤 묘소에 큰 호랑이가 나타나 으르렁대고 있었다. 효자는 깜작 놀라 말하기를 너는 짐승으로 사람과 같이 살 수 없으니 너의 곳으로 가라고 하였으나 꼬리를 흔들며 돌아가지 않거늘 그날부터 호랑이와 같이 기거하게 되었다. 호랑이와 같이 생활하면서 밤이면 돌을 운반하여 묘 둘레에 아미석축을 쌓았는데 그 돌들의 크기와 무게를 살펴보면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운반하기 힘든 석축으로 호랑이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평이 66세 때 어머니 대구 배씨가 95세로 별세하니 정성껏 장례를 마치고 27개월간 어머니 묘 옆에 여막을 설치하고 시묘 살이 한 사실도 밝혀져 있다. 이와 같이 지극한 효행은 당시 하동면 시달면민이 증명하고 있다. 효자는 이시봉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분골쇄신으로 대효를 이뤘었으니 이기주의가 팽배한 지금세상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요 실천하기 힘든 기이하고 특이한 일이다.

이평 효자가 시묘 살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피로함을 견디지 못해 혼미 중에 낮잠을 자는데 꿈속에 자기와 같이 생활하던 호랑이가 통영시 원문고개의 함정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효자는 깜짝 놀라 잠을 깨고 보니 꿈이었다. 효자는 즉시 이웃집 말을 빌려 타고 순식간에 50리 거리에 있는 통영원문고개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여 파 놓은 함정 속에는 자기와 같이 밤마다 돌을 운반하던 호랑이가 깊이 파 놓은 함정에 빠져 힘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에 효자는 그 장소에 모인 통영사람에게 호랑이에 얽힌 사연을 설명하였더니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출천지효자라고 칭찬하고 모두 해산하였다. 효자 이평은 함정에 빠져있는 호랑이를 구하고 그 호랑이를 타고 삼계마을까지 왔다고 한다.

이평 효자가 별세한 후 10여년이 지난 후 1890년경에 고성유림의 주선으로 정려(효자비)를 하사받기 위하여 곤양, 진주, 합천, 성주, 칠곡, 안동 등지의 유림들을 방문하여 수백 명에게 서명날인을 받아 여러 차례 상소문을 올렸으나 당시 정치권에서는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 정치적 혼란과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일본에서는 조선정권을 유린코자 패역무도한 책동과 전략을 강행하고 있을 때이다. 이와 같이 정부가 혼란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효자정려를 받지 못했다. 이 얼마나 애석한 일인가.

1920년에야 시달면의 양화리, 연지리, 유흥리 그리고 가동면 암전리, 금산리, 척정리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삼계마을 앞에 효자이평불망비孝子李平不忘碑를 건립하였다. 이마저도 오랜 세월에 풍우로 비석일부가 파손되고 마모되어 글자를 판별하기 어려워 읽을 수가 없었다. 이는 효자에 대한 예우가 소홀하였음을 탄식하여 유도회가 주관하고 군내 14개 읍면 유림들이 성금을 모금하여 효자이평기실비孝子李平紀實碑를 대가면 사무소 부근에 건립하고 1992년 11월 25일 제막식을 거행하였다.

비를 건립한지 8년 후인 2000년도에 이근식 행자부장관이 고향으로 오는 길에 본건 비문을 읽어보고 귀경하여 행자부 예산 2억원을 지원하였다. 국비보조로 이평 효자의 아버지 묘소에 이르기까지 도로를 신설하였고 효자가 시묘 살이 하던 곳에 여막을 건립하고 묘소에 진입하는 도로변에 휴게소를 건립하여 효행을 기리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