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어느 날 저녁때였습니다. 중국 당나라 칠리 선사(七里禪師)가 불경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때 험상궂은 강도가 들어왔습니다.
강도는 칠리 선사에게 칼을 들이대며 “돈을 내 놓으시오. 내놓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소.” 하며 위협했습니다. 그러나 칠리 선사는 태연히 말했습니다. “돈은 저 서랍 안에 있으니, 가져가시오. 하지만 내가 양식은 살 수 있도록 조금만 남겨 두시오.” 그리고는 계속 불경을 읽었습니다. 강도가 있는 돈을 거의 챙겨 나가려고 하자. 선사는 이렇게 일렀습니다. “남의 것을 가져가면서 고맙다는 말도 못하시오?” 강도는 선사에게 고맙다하고는 나가버렸습니다.
며칠 후, 이 강도가 붙잡혀 칠리 선사가 증인으로 출두하게 되었습니다. 선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강도가 아니오.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그렇소. 돈은 내가 준 것이고. 그것도 내게 고맙다고 인사도 했소.” 그 강도는 형기(刑期)를 다 마친 다음 칠리 선사를 찾아와 엎드려 절하며 제자로 거두어 달라고 청했습니다.
강도도 칼을 버리면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어떠한 힘이 칼을 버리게 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자비로운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뿐입니다. 중국 고전인 선(禪)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