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이별고개 / 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 일 때 / 당신은 철사줄로 꽁꽁 묶인 채로 /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아빠를 그리다가 어린 것은 잠이 들고/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 몰아칠 때 / 당신은 감옥살이 그 얼마나 고생하오 / 십년이 가도 백년이 가도 살아만 돌아오소 / 울고 넘던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라는 노랫말로 가슴을 울리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곡을 듣습니다. 6.25동란 정전 60주년 기념 TV특집 방송을 통해 듣습니다. 정말 가슴 울리는 곡입다.

올해가 한국동란 정전 협정60주년입니다. 이를 계기로 서울특별시 성북구에서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로 인해 슬픔과 한의 이미지로만 다가왔던 미아리 고개를 시민 사기 고양을 위해 지난 25일에 ‘정전협정 60주년 미아리 고개 추모·평화의 밤’ 행사를 개최 하였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6.25 참전용사, 전쟁 경험 주민,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 그리고 성북구를 대표하는 인물로 구성된 ‘평화 60인’이 함께 해 미아리 고개의 평화적 가치를 더욱 뜻 깊게 하였습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미아리 고개’가 품고 있는, 단장으로 표현된 비극적 스토리는 오히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돌아보게 한다며 “비극과 평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 미아리 고개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가 평화의 미아리 고개로 승화되는 것 같습니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 노랫말을 생각해 봅니다. 6.25동란, 그 격동기에 가족들 앞에서 북으로 끌려가는 가장의 모습과 그 아빠를 기다리는 어린 자식 ‘영구’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서 남편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안해의 애절한 ‘한’ 같은 것을 노랫말은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곡은 총 2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1절과 2절 사이에는 절절한 목소리의 내레이션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 곡입니다. 제목에 애절한 ‘단장(斷腸)’이라는 표현은 창자를 끊어내는 ‘고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미아리고개’ 라는 특정된 장소가 지칭된 것은 미아리고개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북쪽의 유일한 외곽도로. 전쟁 초기에는 인민군과 국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고 인민군이 후퇴할 때는 애국지사와 저명인사들이 쇠사슬에 묶인 채 이 고개를 넘어 북한으로 납치되어갔기 때문입니다. 미아리 고개는 돈암동에서 길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미아로에 있습니다. 그래서 돈암동 고개· 돈암현(敦岩峴)이라고도 합니다. 작사가 반야월 역시 어린 딸을 피난길에서 잃은 개인적 경험을 연결 지어 애끊는, ‘단장의 미아리고개’ 노랫말을 붙였다고 합니다.

단장의 한자는 斷:끊을 단, 腸:창자 장입니다. 단장은 창자가 끊어졌다는 뜻으로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의 비유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단장의 유래를 생각해 봅니다.

지금으로부터 먼 옛날입니다. 중국 진(晉:東晉, 317∼420) 나라의 환온(桓溫)이라는 사람이 촉(蜀)땅을 정벌하기 위해 여러 척의 배에 군사를 나누어 싣고 양자강 중류의 협곡인 삼협(三峽)을 통과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수행원인 환온의 부하 하나가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붙잡아서 배에 실었습니다. 어미 원숭이가 뒤따라왔으나 물 때문에 배에는 오르지 못하고 강가에서 슬피 울부짖었습니다.

이윽고 배가 출발하자 어미 원숭이는 강가에 병풍처럼 펼쳐진 벼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배를 쫓아왔습니다. 배는 100여 리쯤 나아간 뒤 강기슭에 닿았습니다. 그러자 어미 원숭이는 서슴없이 배에 뛰어올랐으나 그대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 보니 너무나 심한 슬픔 때문에 창자가 가닥가닥 끊어져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단장(斷腸)’에 비유합니다. 사람도 원숭이도 사랑하는 자식과 사람을 잃었을 때의 심정은 같은 모양입니다. 이 사실을 안 환온은 크게 노하여 원숭이 새끼를 붙잡아 배에 실은 그 부하를 매질한 다음 내쫓아 버렸다고 합니다. 미아리고개 단장의 슬픔을 안겨 준 원흉인 북한 김일성 세습 체제는 어느 세월에 내쫓아 버릴지 가슴이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