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성균관 전부관장

후한 광무제(光武帝) 때 용맹을 날렸던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이 그가 싸우고 있던 교지(交阯:지금의 남원)에서 그의 조카 마엄(馬嚴)과 마돈(馬敦에게 편지로서 타이른 말 가운데 나오는 문자다. 두 조카들은 남을 비평하기를 좋아하고 협객(俠客)으로 자처하며 철없는 건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마원은 그들이 걱정이 되어 전쟁터에서 여가를 빌어 교훈의 편지를 썼던 것이다. 그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너희들이 남의 잘못을 들었을 때는 부모의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귀로 들을지라도 입으로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의 장단점을 즐겨 비평하거나 나라의 정사를 함부로 비판하는 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바다. 용백고(龍伯高)는 착실하고 청렴 공정하여 위엄이 있는 사람이다. 너희들이 이 사람을 본받기를 나는 바란다. 두계량(杜季良)은 호협하여 남의 걱정을 내 걱정으로 하고 남의 즐거움을 내 즐거움으로 하고 있어 그의 부친 초상에는 몇 고을 사람들이 다 모였었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러나 너희들이 이 사람을 배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용백고를 배우면 비록 그와 같이 되지 못하더라도 근실하고 정직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른바 기러기를 새기다가 제대로 못되면 그대로 집오리처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두계량을 배우다가 그처럼 되지 못하면 천하의 각박한 인간이 되고 만다. 이른바 범을 그리다가 이루지 못하면 도리어 개처럼 되고 만다.(화호불성반류구자야:畵虎不成反類狗者也)

이 이야기는 소학에도 인용되어 있는데 후한서 마원전에 있는 이야기다.

화호불성 반류구란 말은 마원의 편지에서 나온 말인데 원래는 바탕이 없는 사람이 호걸 흉내를 내면 도리어 경박한 사람이 되고 만다는 뜻이었지만 너무 큰 것을 욕심내다가 실패하면 망신만 당하고 만다는 그런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