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성균관 전 부관장

선생은 1791년~1886년으로 96세의 장수하였으며 조선 후기에 큰 문호를 열어 후학들을 성학(聖學)의 길로 이끌었던 종사(宗師)이다. 성재선생은 19세기의 역사적 상황은 유자(儒者)가 꿈꾸는 이상의 실현이 결코 용이하지 않았다. 국내의 정치적 상황과 서쪽의 세력과 동쪽의 압력으로 성리학의 고조에 지장을 초래하였다. 성재선생 역시 목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형편은 그가 학문의 길로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암담한 상황에서도 성재선생은 보편적인 인성(人性)의 발현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이는 인간에 신뢰와 인성에 대한 희망적 전망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성재선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늘이 부여한 성(性)을 구현시키며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성재선생의 학문의 요체란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본성을 따르는 것이라 하였다. 그 본성을 체용(體用)으로 나누어 말하면 인의예지(仁義禮智)가 그 체(體)이고 효제충신(孝悌忠信)이 그 용(用)이라고 하였다. 도(道)가 멀리 고원한 곳에 따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에 있기에 그 도는 쉽게 밝힐 수 있고 그 가르침은 쉽게 행할 수 있다는 한유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이는 유가의 이상(理想)인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도 이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하였다. 이러한 학문적 이상의 구체적 실천방안으로서 성재선생은 하학상달(下學上達)을 말하였다.

생이지지(生而知之), 학이지지(學而知之), 곤이지지(困而知之)는 종래에 그 타고난 천분을 이유로 벗어날 수 없는 제한조건으로 인식되었었다. 하지만 성재선생은 앎이라는 궁국에 도달할 수 있다면 모두 같다고 했다. 또 안이행지(安而行之), 이이행지(利而行之), 면강이행지(勉强而行之)도 그 타고난 자질의 한계에 기인한 제약으로 인식되었지만 성재선생은 행함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이를 수 있다면 그 역시 같은 것이라 하였다. 천부의 성을 구현함에 타고난 기질과 자질의 차이가 없을 수 없지만 궁극의 목표와 이상을 이루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 궁극의 결과는 같다고 역설한 것이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고뇌와 그 한계를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의지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재선생은 학문의 요체는 인의예지와 효제충신에 있다고 하였다. 학문의 목표란 그것의 실천에 있는바 실천이 이루어진다면 바람직한 인간형이 되는 것이라 믿었다.
선생은 바로 그 학문의 목표인 효제와 인의를 삶에서 실천한 인물들을 이상적 인간형으로 기리고 있었다.
성재선생은 생활하는 관점에서는 삶의 방식이 분명 난세를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듯하다.
출세하여 관록(官祿)에 매인 삶을 사느니보다는 욕심없이 가훈(家訓)과 사교(師敎)를 지키고 받들며 사는 삶이 훨씬 현명하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우천고(尙友千古)의 삶이 선생의 이상이였다.
‘할 수 있다.’ 한아(閒雅)한 정신세계를 꿈꾸었던 수많은 유자들처럼 선생도 세속의 명리는 소거된 맑고 깨끗한 세계를 추구하였다. 그런데 그 세계는 혼자만 무욕적 삶을 유유자적 누리는 것이 아니라 경종수족(敬宗收族)의 이상이 실현되거나 공동체의 화합과 공존을 추구하는 유풍(儒風)이 진작된 사회의 이상이 함께 추구된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