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성균관 전부관장

사람으로서 어버이에게 마땅히 효도해야 함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효도를 하는 사람이 매우 적은 것은 부모님의 은혜를 깊이 알지 못하는 데 연유된 까닭이다. 세상에 있는 만물 가운데서 내 몸보다 귀한 것은 없는데 내 몸은 곧 부모님이 주신 것이다.
지금 남에게 재물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물건의 많고 적고 가볍고 무거운 가치에 따라 은혜에 감사하는 뜻이 깊고 얕을 수 있다고 하겠으나 부모님이 나에게 몸을 내 주시었으니 세상의 어떤 물건을 주더래도 이 몸과는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경에 아버님 나를 낳아주시고 어머님은 길러주시니 그 은덕 하늘처럼 넓고 커서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네 하였다.

사람의 아들과 딸로 세상에 태어날 때는 몸과 마음과 피와 살은 다 어버이가 주신 것이다. 기침하고 숨쉴 때는 그 기맥이 서로 통하니 내 사사것이 아니라 곧 부모님의 주신 기운이다. 그러므로 가여워라, 부모님은 날 기르시느라고 고생을 하시었네라고 하였다.
그러니 부모님의 은혜가 어떠하랴, 어찌 감히 그 자신을 스스로 가졌다고 해서 부모님에게 효도를 다하지 않으랴. 사

람이 항상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면 스스로 어버이에게 향하는 정성이 생기게 될 것이다.
무릇 부모님을 섬기는 사람은 한 가지 일이나 행실이라도 감히 자기 멋대로 하지 말고 반드시 명령을 받은 뒤에 행할 것이다. 할 만한 일이라도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반드시 자세히 설명하고 납득시키고 허락한 뒤에 행하도록 하고 끝내 허락하지 않으면 역시 그 뜻을 곧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날마다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옷을 입고 부모님의 잠자리로 나가서 숨소리를 낮추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더운지, 찬지, 편안한지, 불편한지 안부를 여쭙고 밤에는 또 잠자리에 이르러서 그 이부자리를 보아드리고 따뜻한지 서늘한지를 보살펴야 한다.
하루 동안 받들어 모실 때는 항상 기쁜 낯빛과 화순한 태도를 하고서 정답게 이야기를 하며 공경을 다하고 겉에서 봉양할 때에는 반드시 삼가 여쭙고 절을 할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많이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자기 힘으로 부모님을 봉양하지 못한다. 만약 이와같이 세월만 보낸다면 마침내는 정성껏 봉양할 때가 없을 것이다. 반드시 몸소 집안 살림을 다스려 스스로 맛있는 음식을 갖춘 연후에야 자식의 도리를 닦게 될 것이다. 만약 부모가 굳게 들어주지 않을 것 같으면 비록 집안 살림을 다스릴 수 없더라도 또한 마땅히 주선하고 보조하고 힘을 다하여 맛있는 음식을 갖추고 부모님의 입에 맞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약 마음과 생각이 늘 어버이를 봉양하는데 있다면 맛있는 음식도 꼭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의 집안을 보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거의 사랑이 공경보다도 지나치니 반드시 낡은 습관을 크게 씻어버려야 한다. 그리하여 자식은 공경을 다하도록 하며 부모가 앉거나 눕던 곳에는 자식이 감히 앉고 눕지 말아야 하며 부모가 손님을 접대하던 곳에는 자식이 감히 사사손님을 접대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님의 뜻하시는 일이 만약 의리에 해로운 것이 아니면 마땅히 말씀을 하기 전에 그 뜻을 받들고 잘 순종해서 조금이라도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하고 만약 의리에 해로운 것이면 온화한 기색과 좋은 태도를 짓고 부드러운 말소리로 바르게 간하며 그 뜻을 여러 번 설명해 드려서 반드시 이해하여 들으시도록 마련할 것이다.
부모님이 병환이 나면 진심으로 근심하고 다른 일을 다 제쳐놓고 의원을 불러 병을 고치는데 정성을 다하여야 하며 일상생활을 하는데 잠깐이라도 잊지 않는 다음에야 효도를 한다 할 것이다.
몸가짐을 삼가지 못하고 말을 하는 것이 법도에 어긋나고 놀음으로 세월을 보내면 부모를 잊어버린 불효이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버이를 섬기는 세월이 오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식된 자는 모름지기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며 그래도 항상 미치지 못할까 염려하여야 옳을 것이다. 옛사람의 시에 이르기를
‘하루 동안이라도 부모의 봉양을 정성껏 하면 삼정승(三政丞)의 부귀와 바꾸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르므로 효는 천하의 대본이요, 사회의 기강(紀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