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회

지방자치에서 단체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머리가 조금 모자라더라도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말한 어느 군의원의 말이 생각난다.
단체장·기초의원들은`지방자치를 운영하거나 지방자치운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을 한다.
때문에 그들의 능력이나 도덕성은 매우 중하다. 굳이 진보적 시민단체가 아니더라도 지자체에서
선출된 단체장으로 하여금`선을 행하게 하는 주민정치`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간절하다.
지방자치에서 선(善)·(惡)악을 언제 어떤 상황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지식은 없지만, 유권자들은 직관적으로 선과 악을 판단해야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인간은 악보다는 선을 좋아한다. 굳이 사회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주변에 선과 악은 어떤 곳에 공존하는 경우도 있으며, 동일한 것이 어떤 때는 선한 존재였다가 다른 때는 악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금 옥·석을 구별해야하는 지방정치판에도 선악은 분명 존재하지만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의 주관에 좌우되는 것 같다.

우리의 주관적 판단은 자신의 개성과 경흠,학습,이해관계 등에 영향을 받는다. 허나 선 또는 선한 가치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라 여러 개의 선이 있을 때, 경·중(輕·重)의 판단이 어렵다. 서로 다른 것을 더 근본적이고 큰 선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선을 지향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악한 수단을 동원한 투쟁을 할 수도 있다. 실제 구읍청사 활용방안에 대하여도 군민들이 저마다 자기가 생각하는 선을 행하라고 집행부에 요구할 경우, 지자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군수·의회)선후와 경중을 따져서 일할 수밖에 없다. 집행부나 의회의 태도가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 주민들의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공청회에서 토론해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밤새도록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서 고성군을 하나의 국가로 볼 때, 국가는 개인과 다르다. 개인이 저지르는 악은 국가가 어느 정도 방지하고 응징할 수 있지만, 국가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악은 누구도 쉽게 저지하거나 응징하지 못한다. 구태여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임승수·이유리의 국가의 거짓말, 촘스키의 불량국가, 정희준의 이대로는 눈을 감을 수 없소, 특히, 한국 현대사`등을 제쳐두고라도, 단체장·기초의원들의 운영 또한 국가라는 강자의 논리로 선 못지않게 크고 작은 악을 저질러왔다. 때문에 악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고 더 많은 선을 행하도록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양심과 더불어 의식 있는 사람들의 집요하고 목적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을 우리는 도덕적 선행으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양심을 본다. 2014년6월4일에는 그러한 사람을 발굴해야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도덕·양심이 탁월해 보이는 후보자가 당선 후 공신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는 누구도 이타적(利他的)행동을 선으로 여기지 않는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선이요, 다른 집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개인과 집단은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집단에는 양심이 없다는 말은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선출직들이 이타성을 선으로 보는 직관적·도덕적 가치판단은 우리 편이 소속한 집단 내부에서만 유효하다. 집단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이타성은 때로 불신과 비난의 표적이 된다. 라인홀트 니버의「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나 마이클 샌델의「정의란 무엇인가·왜 도덕인가?」는 개인을 중심에 놓고 보면 최고의 도덕적 이상은 이타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회는 여러 면에서 어쩔 수 없이 도덕성이 높은 사람들이 결코 도덕적으로 승인하지 않을 방법, 예컨대 이기심, 반항, 강제력, 원한 등을 사용해서라도 종국적으로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필부는 이들의 생각에 결코 동의 한다.
우리는 무엇이 선인지를 판단할 때 개인과 집단에 대해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한 국가(지자체의 운영자)를 중심으로 놓고 볼 때 최고의 이상은`양심과 도덕을 기초로 하는 정의의 실현`이다. 그럼 국가가 실현해야할 정의란 무엇인가? 필부는 플라톤의 건강·안정·통합 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권리·소득·기회·부·권력·명예 등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정의다 는 말에 더 공감한다.

그럼 누가 무엇을 얼마나 받는 것이 정의로운지, 국가는 어떻게 판단하고 그 결정을 어떤 방법으로 집행할 수 있는가?
지도자가 실현해야할 도덕적 이상이 양심과 정의이고, 정의가 `각자에게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을 주는 것`이라고 할 경우,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국가를 실제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다. 정의를 실현하려면 그들이 누가 무엇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고 결정하는데 필요한 모든 권한을 다 가져야 한다. 이런 능력자가 있는가? 신(神)뿐인데 세상에는 신이 없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신을 대신해야 한다. 그 대신할 사람을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는 치열한 경쟁에서 찾아내 권력을 쥐어준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인품의 소유자일수도 있고 모사꾼일수도 있다. 정책전문가일수도 있고 돈밖에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공약을 지킬 수도 있고 식언을 할 수도 있다.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면서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기회만 있으면 법을 짓밟으면서 사리사욕을 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많은 득표를 하는 자가 공직과 이익을 배분하는 권력을 차지한다.
양심을 가지고 정의를 실현할 사람 찾기가 여기서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옥을 찾는 것은 유권자의 책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진정 가슴 비우고 정의의 사도로서 이 고성을 이끌어 나갈 자가 누구인가? 도덕적 양심으로 정의를 실현할 사람이 누구인가? 아직 1년 남았다. 찬찬히 옥을 찾아 요리조리 뒤집고 파헤쳐보자. 땀이 나고 피가 터지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