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성균관 전부관장

행복은 깨끗하고 검소한 데서 생기고 덕망은 비천하고 겸양한 데서 생기고 의리는 편안하고 고요한 데서 생기고 목숨은 온화하고 상쾌한 데서 생긴다. 근심은 욕심이 많은데서 생기고 재화는 탐욕이 많은데서 생기고 허물은 경솔하고 방자한 데서 생기고 죄는 어질지 못한 데서 생긴다.
눈을 경계하여 남의 그릇된 것을 보지 말고 입을 경계하여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마음을 경계하여 스스로 탐내고 성내지 말라. 몸을 경계하여 나쁜 벗을 따르지 말며 이로움이 없는 말을 함부로 말하지 말고 자기에게 상관이 없는 일을 함부로 하지 말라.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덕망이 있는 분을 받들며 어질고 어리석음을 분별하고 무식하고 의리를 모르는 사람을 용서하고 자기에게 부여된 재물이 순조롭게 생기면 거절하지 말고 재물이 이미 가버렸으면 쫓아가지 말며 자기가 대접을 받지 못하더라도 버리지 말고 일이 이미 지나갔으면 생각하지 말라.
총명한 사람에게도 어두운 점이 많고 잘 도모하려는 일에도 뜻대로 안되는 것이 있다. 남에게 손해를 주면 마침내는 자신의 손해가 되고 하고 권세에 의지하면 화(禍)가 잇따르기도 한다.
경계하는 것은 마음에 달려 있고 지키는 것은 기운에 달려 있다. 절제(절약)하지 않게 되면 집안이 망하고 청렴하지 않으면 이로 인하여 자기 지위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대에게 평생토록 스스로 경계하기를 권하니 늘 잘못을 한탄하고 두려워 생각할 것이다.

밝은 천지에는 엄한 법이 서로 지키고 있고 어두운 데는 귀신이 서로 따르고 있으니 오직 바른 것을 지켜야 하고 마음을 속이지 말아야 할 것이니 경계하고 경계할 것이다.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박하더라도 또한 즐겁게 살고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돈이 많고 지위가 높더라도 근심과 걱정이 떠날 날이 없을 것이다.
실없는 생각은 다만 정신을 상하게 하고 망령된 행동은 도리어 화(禍)를 이룬다. 만족함을 알고 항상 만족하게 살면 종신토록 욕되지 않고 마음 편안함을 알고 항상 마음 편안히 살면 종신토록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을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요, 깊은 방안에 앉아 있더라도 마음은 네 거리를 다니는 뜻 조심하라. 작은 뜻을 베풀더라도 여섯 필의 말을 부리는 뜻 조심하면 모든 허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부유하고 귀한 자리를 지혜와 힘으로 구할 것 같으면 공자는 젊어서 제후와 정승을 지냈으리라. 세상 사람들은 푸른 하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헛되이 몸과 마음을 항상 근심스럽게 만드는구나.
사람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더라도 남을 책망하는 데는 똑똑하고 비록 총명하더라도 자기를 용서하는 데는 어둡다. 사람들은 다만 남의 잘못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꾸짖고 자기의 잘못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성현(聖賢:성인(聖人)과 현인(賢人)의 준말로 곧 학식이 많고 덕망이 높고 인자한 사람)의 지위에 이르지 못할까 근심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