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생문화재 자문위원 이진만 (철성중학교 교사)

전통문화라고는 식견이 짧고, 특히 고성오광대는 직접 참여보다 겨우 후원회원 활동이 전부인지라, 올해 고성오광대에서 일반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역점 사업으로 실시하는 ‘생생문화재’ 자문위원으로 위촉받았을 때는 몇 번이나 사양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고성오광대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속임말에 주저주저하다가 위촉장을 받고 말았다.
그러나 허락을 하고 난 후에도 후회가 되었다.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자문위원이라는 이름으로 전문인들의 공연에 토(討)를 단다는 것은 전통문화를 욕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억눌렀다. 할 수 없이 창피만은 당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알고 있던 고성오광대에 대해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하였다. 

자문위원으로 첫 활동은 공연에 대한 평가였다. 평가를 위해 사전에 작가와 연출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젊고 야심찬 젊은이들이었다. 그리고 고성오광대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공연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동안 고성오광대에서 수련을 한 젊은이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라면 훌륭한 공연이 되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전에도 몇 번 공연이 있었지만 일정 조정이 어려워 참관이 어려웠다. 그러다가 4월 24일 오전 시간을 모두 비워 고성오광대 전수관에서 처음으로 생생문화재 공연을 보았다. 공연의 제목은 잠자는 ‘말뚝이를 깨워라, 생생’이었고, 참가자는 고성유치원생들이었다. 우선 걱정이 앞섰다. 찾아가는 공연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유치원생들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다보니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산만한지 잘 알고 있다. 더구나 대상이 유치원 아이들이라 과연 정상적인 공연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유치원 교사 몇 분이 따라와서 지도를 하고 있었지만 어린 코흘리개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내가 할 일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무대가 잘 보이는 곳에 공연녹화 기기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준비하였다. 일회성 관람으로 끝내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서 몇 번이나 다시 보며 분석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공연에 앞서 먼저 아이들에게 정자관이라는 양반갓을 씌웠다.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인 것처럼 느끼게 하여 공연 속에 뛰어들게 하려는 의도였다. 오광대놀이가 마당극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참신한 발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공연의 주 내용은 오광대의 유래와 더불어, 오광대의 주요 탈을 인형극으로 소개하고, 말뚝이와 양반춤 등 주요한 오광대 춤을 시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탈을 만들어 얼굴에 써 보고, 현장에서 간단한 탈춤을 배워 출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산받이가 나오고 오광대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걱정했던 것이 기우임을 알았다. 배우들이 산만한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내용도 그렇지만 필요할 때면 아이들을 위한 즉석 멘트를 하고 유별난 행동을 제지하는등 지도를 잘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때로는 배우들과 대화를, 때로는 맞대응을 하며 공연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공연 내용은 익히 아는 고성오광대 다섯 과장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말뚝이와 비비, 양반 등이 나와 고성 오광대의 유래와 활동, 그리고 전통 문화의 의의를 알리는 것으로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활동이었다. 내용 또한 유치원 아이들이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적당하게 쉬웠다. 전통적인 5과장을 모두 보여주는 것보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줄이고 각색한 것이 공연의 특색이었다. 이전에 보던 전통적인 5과장의 오광대 공연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관객의 수준에 맞춘 공연은 일반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 고성오광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 공연 뒤에 부가 활동으로는 ‘탈 만들기’와 ‘탈춤 배우기’가 있었다.

탈 만들기는 아이들이 각기 재료를 주어 자신만의 탈을 만드는 작업으로 아이들이 재미있게 참여하였고, 탈춤 배우기 또한 기본무 몇 개를 쉽게 배워 따라 할 수 있도록 지도하여 마지막엔 전체 아이들이 같이 어울려 춤출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이번 공연은, 성인들의 놀이를 아이들도 따라하고 즐길 수 있게 잘 각색되었으며, 오광대 정신을 살리고 널리 알릴 수 있는 것으로,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생생문화재는 일회성이 아닌 상설 공연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 프로그램 이외에도 고성오광대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하고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문화재청이나 관련 기관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지원 및 격려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