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정치적 지방자치를 구성하는 다음에야 선출직들을 개혁하고 진전시켜야할 일차적인 책임은, 의원이 아니라 바로 유권자들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기초의회가 신뢰받지 못한다고 욕한다. 그러나 의원들은 그런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 기초의회가 함양미달이니 썩었다느니 욕해도 그 썩은 함양미달이 되고픈 사람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왜일까? 그 속에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히려 지방정치판에 더 많이 욕하길 바랄지도 모른다. 그래야 깨끗하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출마를 포기할 것이고 그 결과 유력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것 아닌가.

유권자의 권리만큼이나 중요한 의무는 선거에서 바람직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고 옥석을 제대로 가려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능력에 한계를 보여 생명력이 고갈된 낡은 정치인’을 퇴출시키고, 지방호족 닮아가는 퇴행적 지방정치 문화를 불식시켜 참신한 지방자치의 인물개혁을 구현하는 것, 이것은 2014년 지방선거가 우리 고성군민에게 요구하고 있는 매우 절박하고 중차대한 문제이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는 우리고성의 역사에서 한시대가 마감되고 새로운 고성 재도약의 꼭짓점에 위치해 있다. 지금까지 지방선거를 비롯한 모든 정치에서 유권자들의 문제는 사실상‘신성불가침’이었다. 문제가 있으면 전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있는 것이고, 그런 만큼 정치권은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만 했다. 이는 비단 선거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정치 행위, 예컨대 지역감정의 책임도, 선거타락의 책임도 이합집산의 정당행태도, 함양미달을 걸러내지 못한 책임도 모조리 정치인들에게 돌아갔다. 이런 까닭에 정치 냉소나 환멸이 국민들 가운데 광범위하게 조성되었다. 오죽 하면“정치인이 강물에 빠지면 오염된다”는 유머까지 있을까. 언론은 이런 현상을 십분 활용해서 정치 냉소를 더욱 부채질한 책임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치 냉소로는 결코, 희망과 발전을 꾀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병리적 중후군 이라는 표현은 과언이 될까? 정치인들에 의한 퇴행적 정치 문화도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국민의 정치 냉소와 탈정치화도 심각한 정치 퇴보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우리 고성의회의 발전을 위한 사려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때가 되었다. 지방자치의 책임 있는 기초의원의 행태도 정치로 보고 하는 말이다. 분명 주민의 일을 위임 받은 집단으로서, 정치적 책임자로서 기초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했는가? 하는 물음 앞에 기초의회는 한 치도 그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아울러 지금 까지 유권자들은 선거에 관한 한 자의든 타의든 한낱 돈을 매개로 한 동원 대상 정도로 전락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 의회가 주민들에게 자발적인 참여 동기를 회피한 책임도 있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책임질 부분이 없느냐?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정치적 지방자치를 구성하는 다음에야 의회를 개혁하고 진전시켜야할 일차적인 책임은, 의원이 아니라 바로 유권자들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기초의회나 정치인이 신뢰받지 못한다고 욕한다. 그러나 의원들은 그런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 기초의회가 함양미달이니 썩었다느니 욕해도 그 썩은 함양미달이 되고픈 사람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왜일까? 그 속에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히려 지방정치판에 더 많이 욕하길 바랄지도 모른다. 그래야 깨끗하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출마를 포기할 것이고 그 결과 유력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치 놀부가 맛있는 것을 혼자 다 먹겠다고 침을 퉤퉤 뱉어놓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자기 잇속을 다 챙기고 있는 반면, 유권자들은 정치판을 향하여 침 뱉고 저주만 함으로서 물갈이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원천적으로 봉쇄해 주민의 이익에 역행하는 일도 한다. 그러면 의원들보다 주민들에게 더 문제점이 많은 것은 아닌가?

사실 유권자들의 자질도 문제가 많다. 선거 때는 평소 욕했던 정치꾼들을 악착같이 뽑아준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 투표를 통해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바꾸지 않는다. 왜일까? 자질이 좋은 사람은 떡고물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이와 같이 정치인의 자질에만 문제가 있어서 오늘의 함양미달 지방자치가 양산되는 것은 아니다. 이래서 제도가 개혁되고 사람만 바뀌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인가? 오늘의 모든 지방자치 퇴행의 원인이 `제도와 자질론`에 묶여 있는 한, 문제를 제대로 진단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차라리 그렇기라도 한다면 문제 해결의 방법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말 그대로 법 바꾸고 이권개입의원 속아내면서 참신한 인물로 새로 충원하기만 하면 된다. 물갈이 한다고 해서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느냐. 유감스럽게도 아니올시다. 한국의 정치학 서적을 펼치면, 오늘날의 정치에는 타락선거를 부채질한 공여자로서의 정치인과 똑같은 비중으로, 수요자로서의 유권자들이 있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단다.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활동을 성실하게 수행해도,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기득권을 가지고 매일 유권자들의 경조사 챙기고, 각종모임의 대소사에 신경 쓰고, 기술적으로 축전과 축의금, 화환 등에 집중한 후보를 결국 유권자들이 선택하고 마는 이 착시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책`보다는 `돈`이 가깝고 의정활동보다는 연고가 통하는 정치 형태로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조성되는 것은, 의원들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안구(眼球)도 바꿔야할 일이다. 우선 곶감이 달다는 말이 있다. 온상에서 치명적인 농약을 먹으며 곱게 자란 야채가 비싼 값으로 시장에서 팔려나가 우리의 밥상에 오른다. 농약의 치명성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 야채의 겉보기에 현혹되어 비싸게 사서 먹고 서서히 죽게 된다. 제도권에 진입 못한 노동자의 극단적인 사고일까?
의식개혁 시민행동은 청약(후보자공약)에 의한 승낙(유권자지지)의 계약을 파기한 그들을 보고 분노할 때 시작되는 것이다. 돈을 소유한 개인은 이제 생존을 위한 노동과 투쟁의 유물론을 벗어나, 문화·명예에 관심을 갖고 이를 영위하며 창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돈이 가지는 교환가능성·등가성은 모든 것을 돈으로 표현할 수 있고 또한, 돈의 힘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만연시킨다. 야인의 표현으로 직설하면, 결국 유권자들이 의식을 바꿔 통째로 엎어버리는 분노가 없는 이상, 기초의회가 주민의 여론을 수렴한다는 말이나,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는 너무 비좁고 무시되기 마련이다. 후보자 때의 온갖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주민은 지방자치의 주인이 아닌 것이다. 분명 지금 이대로의 의식을 가지고는 주민은 영원한 현대판 신민이거나 비매품 노예일 뿐이다. 주민의 여론을 폄하 하는 지방자치에서 주민은 어떤 위치를 갖게 될까?

우리 지방자치에서 어느 선출직들이 진정으로 주민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주인으로 대우했던가?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한번 통째로 바꾸는 일밖에 없다. 그러면, 선출직들이 잘못하면 몽땅 바꾸면 된다고 치자, 주인인 유권자가 변하지 않으면 그 어떤 희망도 잉태할 수 없는 불모의 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