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사랑하는 B에게, 세월은 참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벌써 5월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신록의 계절이라서 사람들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이런 5월이면 소중한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스승과 부처님의 가르침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산하의 초목들이 청신한 신록의 향연을 벌리는 명산을 찾아 호연지기(浩然之氣)로 자연을 감상하고 즐긴다. 우리고장 고성에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산들 있다. 거류산, 무량산, 벽방산, 구절산, 무이산, 연화산, 적석산, 향로봉, 좌이산, 선유산 등이다. 이 산들은 고성군 10대 명산으로 지정되었다. 산들은 산마다 제각기 개성과 특색이 있기에 어느 산이 더 좋다고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렵고 곤란하다.

사람도 개개인마다 특성과 개성이 있듯이 산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고장 고성군의 조산(祖山)인 거류산을 더 좋아한다. 산세도 괜찮고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도 좋고 빼어나지만, 아침마다 남산공원에 오르면 멀리 보이는 산의 모습을 참으로 좋기 때문이다.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하고 힘찬 보라매가 비상하는 모습이다. 그것도 양쪽 날개를 남․북으로 활짝 펼치고 바둑판처럼 넓게 펼쳐진 고성 벌판끝자락에서 힘차게 박차고 막 동쪽 하늘로 날아오르는 보라매를 닮았다.
무한한 가능성과 꿈과 희망과 용기를 안고서, 파도치는 동해 바다를 연모하며 태양이 떠오르는 높푸른 창공(蒼空)을 비상(飛上)하는 형국이다.
이른 아침 먼동이 밝아오는 남산정에서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날 아침에, 밤사이 대지에 깃든 어둠을 밝히는 태양이 떠오를 때 거류산의 모습을 관조하면 더욱 아름답고 장엄하다. 그 아름답고 장엄한 모습에 나는 경외감과 신비감에 젖어들고 절로 힘이 솟고 용기가 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류산이 가져다주는 호연한 기상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거류산을 매우 좋아 한다. 너도 한번 남산공원에서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해 보아라!    
       또, 내가 거류산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이것은 근년에 거류산 자락 월치 고개에‘엄홍길 전시관’이 건립되어 더욱 가치를 높이면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엄홍길 전시관은 우리 고장 출신으로 고성인의 기상을 세계만방에 알린,‘신이 허락한 고성이 낳은 히말라야의 영웅 인간탱크’라 불리는 자랑스런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16좌 등정 업적을 널리 선양하고, 아울러 엄홍길 대장과 관련된 수많은 자료를 전시하고자 고성군민의 뜻을 모아 건립한 전시관이다. 그래서 나는 거류산을 좀 더 좋아했고, 엄홍길 전시관도 자주 찾게 되었다, 이곳에서 전시물과 영상을 통해서, 또 이곳에서 판매하는 엄홍길 대장의 저서를 통해서 히말리야와 등산과 관련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관람을 안내하는 홍보도 많이 하였다. “우리 고성군이 낳은 세계적인 산악인, 히말리야의 영웅 인간 탱크 엄홍길 대장의 전시관이 우리 고장 고성의 명산인 거류산 자락에 있습니다. 전시관의 부지는 약 5천 평이라서, 주차장도 넓어서 주차하기도 매우 좋습니다. 전시관에는 엄홍길 대장과 등산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 되어 있습니다. 특히 ‛히말리야 영상관’이 있어 엄홍길 대장의 히말리야 14좌 등정 모습을 영상을 통해 눈과 귀로 생생하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이 영상을 통해 실의에 빠진 사람들은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도전정신과 개척정신, 모험정신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의 현장학습장으로 매우 좋습니다.”라고 하면서.. 그런데도 금년에는 엄홍길 전시관이 문을 닫아서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문을 닫은 이유는 경제적 수익성이 없다하여 운영예산이 모두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 체육에 관한 가치와 성과를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하여 전시관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다.
 

- 엄홍길 전시관 전경 -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엄홍길 전시관에서 보고 배우고 느끼는 모든 것들, 정신적, 심리적으로 얻는 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무슨 수로 어떻게 측정하며, 물질적, 경제적 수익성으로 어떻게 환산할 수 있단 말인가? 정신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이고, 경제적, 물질적 가치보다 앞서는 풍요로운 삶이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정신적 빈곤으로 기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삶의 방향을 잃고 실의 속에 공허감과 허탈감으로 고뇌하고, 번뇌하고 방황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한 사람 중 몇몇이라도 이 전시관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고, 삶에 도움을 받는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특히 현실에 적응 못해 실의와 좌절로 목적의식을 잃고 방황하는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도전정신, 모험정신, 개척정신 등을 이곳에서 배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하루 빨리 좋은 방안을 강구하여 다시 개관되어 정상운영이 되었으면 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