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치고 <삼국지연>처럼 많이 얽힌 책은 없을 것이다. 맨 첫머리에 나오는 제목이 도원결의다.

전한(前漢)은 외척(外戚)에 의해 망했고 후한(後漢)은 환관(宦官)에 의해 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후한의 직접적인 붕괴를 가져오게 한 것은 황건적(黃巾賊)의 붕기였다.

어지러진 국정에 거듭되는 흉년으로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백성들은 태평도(太平道)의 교주(敎主) 장각(張角)의 깃발 아래로 모여들어 누런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황건적이 되었다. 그래서 삽시간에 그 세력은 50만으로 불어났다.

이를 진압하기 위한 관군은 이들 난민들 앞에서는 너무도 무력했다. 당황한 정부에서는 각 지방 장관에게 의용병을 모집해서 이를 진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유주(幽州) 탁현(?縣)에 의용군 모집의 계시판이 높이 나붙을 때의 이야기다. 맨 먼저 이 계시판 앞에 발길을 멈춘 청년은 바로 다른 사람이 아닌 현덕(玄德) 유비(劉備)였다. 유비는 나라 일을 걱정하여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때 “왜 나라를 위해 싸울 생각은 않고 한숨만 쉬고 있는 거지?”하고 유비를 책망한 사람이 익덕(翼德) 장비(張飛)였다.

두 사람은 서로 인사를 교환한 다음 함께 나라 일을 걱정했다.

가까운 술집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 거한이 들어왔다. 그가 바로 운장(雲長) 관우(關羽)였다.

이들 셋은 자리를 같이 하고 술을 나누며 이야기하는 동안 서로 뜻이 맞아 장비의 집 후원 복숭아 밭에서 세사람이 형제의 의를 맺고 힘을 합쳐 천하를 위해 일하기로 맹세했다.

이 때에 맹세한 내용을 원문에 있는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유비, 관우, 장비는 비록 성은 다르지만 이미 의를 맺어 형제가 되었으니 곧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괴로운 것을 건지고, 위태로운 것을 붙들어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만백성을 편안케 하리라.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나기를 구할 수는 없지만 다만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죽기를 원한다. 천지신명은 참으로 이 마음을 굽어 살피시옵소서.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은 일이 있으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이리라.

이리하여 세 사람은 지방의 3백여명 젊은이들을 이끌고 황건적 토벌에 가담하게 되었고, 뒤에 제갈공명을 유현덕이 삼고초려로 맞이함으로써 조조(曹操) 손권(孫權)과 함께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3국시대를 이루게 된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위에 말한 도원결의는 작가의 머리로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러나 이 소설이 끼친 영향은 너무도 커서 중국 민중들 사이에는 이 ‘도원결의’가 의형제를 맺을 때의 서약의 모범으로 되고 있다. 민중들 사이에서만이 아니고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청세조(淸世祖)는 명나라를 정복하기에 앞서 내몽고(內蒙古)를 먼저 정복하게 되었는데 그들의 배반을 두려워한 세조는 몽고와의 사이에 형제의 동맹을 맺었다.

병자호란(丙子胡亂)이란 우리의 치욕의 속에서도 같은 경우를 발견할 수 있지만 이때 청세조는 이 ‘도원결의’의 고사를 모방하여 만주를 형인 유비로 하고 몽고를 아우인 관우로 하여 같이 살고 같이 죽기를 맹세했던 것이다.

청나라가 중국을 정복한 뒤에 충의(忠誼), 신무(神武)등 10여개의 시호를 관성대제(關聖大帝)에게 준 것도 몽고 사람들의 호의를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