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균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원

작년 이 때쯤 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항포에서 세계공룡엑스포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우리 향토사연구소 임직원들이 해전관 해설사로 봉사활동을 했다. 많은 관람객의 질문에 답변할 자료를 정리하다 말고 쉬운 방법을 생각한 것이 휴대폰 기능과 컴퓨터 기능이 동시에 내장된 갤럭시탭7.7을 장만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문명의 이기(편리한 기구)는 그 종류 중에서도 구닥다리에 속하는 갤럭시탭7.7형임에도 내게는 아직 쉽게 다룰 수 없는 골칫덩어리인 채로 존재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문명의 이기인지 문명의 질곡(고통의 상태)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대개 요즘 각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TV들 만해도 그렇다. 시대가 좋아서인지 방영이 끝나는 시간이면 자동으로 꺼지고 시작되면 자동으로 켜질 뿐 아니라 시간을 예약해서 방송내용을 녹화할 수도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이 있어도 아마 거의 절반의 현대인들이 이 기능을 다 이용할 수 있는지는 자못 의심스럽기만 하다. 물론 나의 경우에도 그 기능을 다 알고 사용한다는 것은 머리 아프고 귀찮고 복잡한 일에 속하며 또한 능력 밖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말만 해도 음성인식으로 작동이 가능한 문명의 이기가 대거 등장했다. 그때는 또 나름대로의 제한이 있어 그것들을 제대로 사용하기가 어려운 상태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리라 짐작된다. 우리를 포위하여 우리들의 정신을 어지럽고 피곤하게 만들며, 때로는 자동차처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문명의 이기들속에서 가끔 이와 같은 문명의 이기들이 없는 세상에서의 삶 또한 우리가 지녔던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소중한 지혜들에 대해 생각하는 여유를 갖고 싶을 때가 많다.

지금 모 TV방송에서 ‘정글의 법칙’이란 프로가 방영되고 있다. 물론 인기연예인들로 구성되어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자연으로 돌아가 원시생활 체험이 시작된다. 이 장면들은 우리 인류가 문명의 이기라는 물질적 혜택이 없는 시기에도 얼마나 많고 다양한 지혜를 가지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가를 간명하지만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동물의 왕국에서처럼 하이에나에 쫓긴 소년이 자기보다 키 큰 동물을 공격하지 않는 동물의 습성을 알고 자신의 머리 위로 긴 나무토막을 세워 잡고 위기를 모면하는 것과 또한 밀림 속을 헤매다 갑자기 산불이 나서 피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맞불을 내어 탈출하는 지혜도 보여주었다.

현대는 XT에서 AT, 386, 486, 586(펜티엄), 윈도95, 98, 윈도XP, 이제 윈도우VISTA가 출시되었는데도 나는 아직 XT도 무서워하는 무지한 사람이다. 그러나 가끔 정글의 법칙에서처럼 자연으로 돌아가 밀림속의 원주민처럼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시계라는 괴물에 의해 온갖 행동순서를 통제받을 뿐 아니라 그 기능을 모두 활용하려면 몇 날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야 하는 괴물, 문명의 이기들이 더욱 나를 골치 아프게 만드는 시간과 공간속에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 머지않아 음성인식으로 작동이 가능한 이기들이 등장했을 때 그것이 인간의 두뇌나 심성을 앞서나가면 우리는 또 어찌될 것인지, 영화 속의 ‘슈퍼컴퓨터 프로메테우스IV’가 나타날 때에는 우리에게 더욱 정글의 법칙의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