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성균관 전부관장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간직해 온 우리 배달겨레는 아득한 그 옛날 광활한 동양 대륙을 재패하던 위대한 민족이였습니다. 그 때 우리의 조상들은 모든 인류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개명(開明)하여 전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문명을 이룩하였으니 그것은 한얼을 공경하고 광명을 숭상하여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등의 개천이념으로 온 세계가 한 덩어리로 뭉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위대했던 배달민족이였지만 그 뒤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차츰 우리 고유의 거룩한 얼이 퇴색되어 가고 있으니 이에 우리 겨레는 대륙의 한족(漢族)이 쳐들어오면 그들에게 굴복하고 섬나라 왜군이 침입해오면 그들에게 짓밟혔으며 원(元)과 청(淸)이 침략해오면 또 그들에게 억눌리는 등 온갖 수난의 역사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와 같이 광대무변(廣大無邊)했던 크고 넓은 대륙의 우리의 영토를 모조리 빼앗기고 반도의 좁은 땅으로 밀려왔으나 여기에서도 외세의 침략은 그칠 날이 없이 국토는 양단되고 국민은 양분되었으니 실로 통탄(痛嘆)하지 아니할 수 없으며 저 위대했던 우리 민족이 이렇게 점점 쇠퇴를 거듭하여 마침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근본원인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조상 전래의 거룩한 우리의 얼을 망각하고 팽개쳐 버렸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만약 배달겨레의 주체의식과 자주정신이 뚜렷하게 살아 있었더라면 외세(外勢)가 감히 우리나라를 능멸하여 넘볼 수 있었겠습니까. 이와 같이 원인은 나라의 흥망성쇠는 외국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그 원인을 조성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조상 전래의 얼과 슬기를 조성하고 창달함으로서 애국애족하는 기풍이 확립되고 모든 국민이 목숨을 바쳐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결심이 굳건하면 그 어떤 외세도 물리칠 수 있으며 민족중흥의 대업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중국의 지배를 받아오면서 사대주의 사상이 만연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우리의 국사 또한 중국인 뜻에 알맞도록 많은 부분이 왜곡되었으며 악랄한 일제 침략 시에는 그들의 식민주의 황국신민화 정책에 따라 우리의 말과 성씨와 글을 빼앗고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외곡 말살하여 왔으며 이렇게 보았을 때 지금 우리들의 배우고 있는 국사는 진실한 한국의 역사인지 사대 식민사관에 의한 역사인지 분명히 가려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민족사는 무엇보다도 자주적인 배달민족의 한얼이 살아 숨 쉬는 국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