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임기동안 그렇다할 능력도 보이지 못했던 사람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내년에 ‘A는 군수후보로, B는 도의원후보로, C는 의장후보로’ 출마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진정 위민충정의 발로인지, 행자부의 경고까지 받은 의회청사 신축은 국리민복을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었는지, 해외연수라는 명목으로 매년 수천만 원씩 들여 유럽 여행하는 것이 주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관급공사와 수의계약의 이권은 나보다 먼저 주민을 생각하는 공정한 감시감독을 했는지, 언론을 향한 입바른 질의·질책은 홍보성 멘트였는지, 내년 선거 때는 꼭 따져보고 투표할 일이다. 주민의 여론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초의회에서 주민의 여론을 반영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주민을 의식하지 않는 이런 풍토에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를 거론하는 것은 지나친 농담일 뿐이다. 이런 기초의회아래서 정의와 평등 주민의 이익을 모색하는 것은 수돗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이런 지방자치에서 교육의 백년대계를 주장하며 우리의 청소년들이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해주도록 기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주민의 대표성은 주민의 의사를 반영할 때 있는 것이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사기이며 기껏해야 신기루일 뿐이다. 이제 일상생활에서부터 나아가 지역사회차원에 이르는 다양한 공간에서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지방정치 공간에 주민이 적극적 주체로서 직접 나서야 한다. 기초의회라고해서 가볍게, 또는 불신의 공간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방치하는 순간 그 공간은 언제나 자기밖에 모르는 무능한 세력으로 채워질 것이며, 결국 지방자치발전을 가로막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안위를 위한 보신주의자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기초의회에 대한 불신이 깊은데도 국회의 음덕으로 지방권력의 과일을 탐닉하지만, 백척간두에 서있는 지금의 기초지방자치가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권력의 투명화가 필요하다. 더욱이 기초의회는 맑은 유리 상자 속에 넣어 언제 어디서나 지역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둠은 인간에게 진지한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어두운 권력은 음험한 부정과 부패의 여지를 제공할 뿐이다. 기초단체의 직책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도 아니고 중국으로부터 하여받은 것도 아니다. 기초의원은 주민이 만들어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별것 아닌 것이다. 둘째로 지방자치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악에 대하여 철저히 똥침을 가하며 주민을 대표하는 다양한 세력의 육성이 필요하다. 주민은 주권자이지만 주민의 주권은 자발적으로 자연스럽게 대표되지 않는다. 게다가 특정 세력이 전체 주민을 대표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진정으로 주민을 대표하는 방법은 특정 세력이 주민의 특정 부분을 대표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 전제하에서 다양한 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것도 상호 협력하고 상호 경합하는 다양한 세력이 필요하다. 그런 연후에 복수의 세력과 주민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계약에 의해 맺어져야 한다.

주민은 정의롭고 공정하게 직분을 수행하겠다는 선출직들의 청약과, 주민의 승낙에 의한 계약의 이행 여부를 기준으로 지지를 결정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로 주권자인 주민은 그가 만들어준 권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혼자만의 똥배를 채우겠다는 불로소득의 간계를 부리는 권력이 있다면 비판하고 가차 없이 침을 뱉어야 한다. 지방권력은 아닌 측 하면서 은근슬쩍 사고를 치게 마련이다. 또한 가만히 두면 커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권력은 가능한 잘게 쪼개야 한다. 그뿐 아니라 쪼개진 권력이 담합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분리하고 통제 하면서 상호간에 견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권력의 분산과 상호 견제야말로 권력의 과일을 주민이 수취하도록 하는 방법이며, 권력이 외로워질 때 주민은 행복해진다. 결론은 민주공화국이 그냥 보장되는 것이 아닌 피를 먹고 자라는 것처럼 지방자치 역시 말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주민의식의 혁명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방자치는 지역의 주인이 평범한 ‘나’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의식 혁명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주인 된 자세야말로 가장 초보적이고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주인 의식을 갖추었다면, 어설픈 선출직들이 주인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의회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내가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때문에 모든 주민은 언제나 지방정치의 주인으로 나서야 한다. 현실의 기초의회는 더 이상 주민의 정치가 아니다. 한번쯤 전부 갈아엎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