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균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원

씨앗 망태도 씨뿌리는 연장이다. 씨앗을 여기에 담아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흩뿌린다.
짚은 운반용 연장을 만들 때도 소용된다. 망태기는 망태, 구덕, 깔망태 등으로 불리면서 양 어깨 또는 한쪽 어깨에 맬 수 있도록 끈을 달았다. 곡물이나 감자 등을 운반할 때나 산에서 꼴을 베어 담아 나를 때 사용했다. 망태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연장망태란 연장을 매달아 보관하기 좋게 가방처럼 만들어 끈을 단 망태를 말한다. 낫을 담아 걸어두기 위한 낫망태, 짚신 삼는 신골을 담는 신골망태, 땔감을 담아나르는 나무망태도 있다.

장정이 사용하던 나무망태는 매우 크다. 삼태기는 흙이나 쓰레기, 거름 또는 수확물을 나를 때 쓰이는 가장 흔한, 그리고 다목적의 운반용구이다. 짚으로 울이 깊게 엮어 만든 둥근 그릇을 멱둥구미, 줄여서 둥구미라고 한다. 곡식을 갈무리 할 때에도 쓰이고 채소나 곡식을 머리에 이고 운반할 때에도 쓰인다. 말리고 저장하는 용구들도 짚으로 만든다.

멍석은 짚으로 새끼 날을 싸서 장방형으로 두껍게 걸은 것이다. 짚으로 둥글게 짠 방석은 도래방석이라고 한다. 보통 보리 서발을 널어 말릴 수 있는 크기이며 방석으로도 사용된다. 도트레방석 또는 도리방석이라고도 부른다.
짚을 거칠게 쳐서 양끝을 안으로 우겨놓고 꿰맨 것이 섬이다. 가마니보다는 만들기가 쉬우나 짚이 많이 들어 요즈음은 잘 만들지 않는다. 열말들이가 일반적인 크기이며 곡물이나 사료 등을 보관할 때 쓴다.
섬보다 큰 것이 짚독이다. 작은 것은 두섬들이이며 세섬이 들어가는 것도 있다. 짚은 겹으로 엮어 뚜껑까지 해 덮는다.
오쟁이는 섬과 모양이 같으나 크기가 좀 작다. 멱대기라고도 부르는 멱서리 역시 섬과 마찬가지로 곡물을 담는데 쓰인다.

우리 민속을 담은 짚은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짚이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란 힘들다. 비올 때 농군들이 쓰는 도롱이, 짚신, 짚모자 등은 우리의 생활과 관련된 것이다. 메주틀, 메주끈, 시루밑, 장독뚜껑, 수저통 등 식생활 용구에도 짚이 들어간다. 그 뿐만 아니다. 짚은 농민들의 세시의례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재이다.
해안지방에서는 동제를 지낸 후 액을 물리치고 풍어를 기원하는 뜻에서 짚과 띠풀을 섞어 만든 띠배를 바다 멀리 띄워 보냈는데 여기에는 용왕에게 바치는 제물과 짚으로 만든 제웅을 함께 넣었다.
짚을 꼬아 만든 금줄은 잡귀와 잡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아이를 낳은 집, 동네의 당집 또는 당나무, 동네 입구의 장승 등에 걸어놓는다. 좋은 장맛을 내기 위해 장독에 걸어놓는 금줄 역시 짚을 왼새끼로 꼬아 만든 것이다. 종자씨를 담는 오쟁이는 농기구이면서 또한 액막이로 사용된다.

남부지방에서는 어느 동네를 가나 줄다리기를 하였다.
줄다리기는 농경문화를 대표하는 세시풍속이다. 줄을 만들기 위해 모든 주민들이 각자 짚을 추렴하였고 또 함께 모여 줄을 당겼다.
줄에는 암줄이 있고 숫줄이 있어 동편과 서편으로 편을 갈라 이긴 편이 그 해 풍년이 든다고 하였고 또는 남녀로 편을 갈라 여자편이 이겨야 그 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짚은 쌀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부산물일 뿐이다.
이 부산물을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는 농부의 지혜가 곧 짚의 민속인 것이다. 결국은 썩어 거름의 되기 전에 일시적으로 지상에 머물면서 이를 만들어 낸 인간들과 호흡을 같이 해온 것이 우리의 짚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