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원

귤도(유자섬)을 두 번 쳐서, 왜적의 목을 벤 것이 많았으나, 마침내 절의로 순국하니, 몸은 비록 죽었으나 의기는 꿋꿋했습니다. 천마산 오좌원에 장사지내어, 다시 일어나기 기대했습니다. 사람들은 제사를 올려서 의리(依履 옷과 신발))를 붙잡고 신음에 보답했었네! 어디로 돌아가시어 의지하실 것인가. 사우(祠宇)가 허물어 졌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탄식하며 황천길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남겨진 후손들은 비문과 명을 청하고, 많은 선비들이 신신부탁하였습니다. 영혼과 의로운 체백은, 하늘이 다하도록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옵니다. 영명한 정신으로 어두움 속에서도 국가를 도와주시옵소서!” 라고 하였습니다.

□ 숙부인(淑夫人) 함종 어씨(咸從 魚氏)
 승지 약추의 따님이시다. 사용 박애상의 부인입니다.
정유재란에 박애상이 유자섬(귤도) 앞바다에서 순국하시니 부인 어씨가 변고를 듣고 곧바로 바다에 몸을 던져 부군을 따라 갔습니다.
 박애상의 시신은 찾지 못하여 초혼하여 고을 서쪽 천마산에 장례(葬禮)지냈습니다. 부인 어씨는 시신을 찾아 그 아래 부장(附葬)했습니다.

□ 통훈대부 군자감정 박종영(通訓大夫 軍資監正 朴宗寧)
 박종영 공은 박애상 장군과 열부 숙부인 이 낳은 두 아들 중 차남입니다. 그는 부친 박애상 장군이 유자섬 앞바다에서 왜적과 싸우다가 전사 순국하자 초상을 치루고 형 학포(學圃)와 함께 삼도수군통제사 이 충무공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선고(先考)의 복수를 간청하고 다수의 왜적을 토벌합니다. 전공을 세우자 이 충무공이 이를 칭찬하여 복수장군(復讐將軍)이라 하였습니다.
그 후 노량해전에서 이 충무공도 전사 하고 7년 동안의 왜란이 끝나자  공은 귀향하여 주경야독하였습니다. 필자가 우연하게도 알게 된 바에 의하면, 공의 묘소는 배 숙인 철성이씨(配 淑人 鐵城李氏)와 함께 고성읍 신월리 배산(盃山) 해좌원(亥坐原)에 있습니다.  현재 고성읍 남산공원에 세워진 남산정 바로 아래 동남 쪽 산언덕에 있습니다.

- 통훈대부 군자감정 박종영 공의 묘소 -

□ 순국의사 박애상 장군의 혼백을 모신 망사재(望思齋)
 망사재는 고성 고을의 남쪽 판운(版雲, 판곡리) 땅에 있습니다. 종일품 전 내무대신 겸 홍관학사 하산 남정기의 기록한 글에 이르기를 "고성은 옛날의 싸움터입니다. 고성의 서남 10리쯤 되는 곳에 재(齋)를 세워 망사(望思)라 하였습니다. 옛날 용사(龍蛇: 임진년과 계사년)의 난리에 운정(雲汀) 박공(朴公) 애상(愛祥)이 의병을 일으켜, 평소 알고 지낸 고성현령 조공(趙公) 응도(凝道)와 함께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을 도와 싸웠습니다.
 공은 싸울 때마다 전공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6년 째 되는 정유년 3월 29일에 마침내 유자섬(귤도 橘島) 앞바다에서 적탄에 맞아 순국(殉國)하였습니다. 고성현령 조응도와 함께. 열녀 숙부인 淑夫人) 어씨(魚氏)는 이 변고를 듣자 또한 바다에 몸을 던져 순종(殉從: 부군을 따라 죽음)하였습니다. 박공은 시신을 찾을 수 없어 고을의 남쪽 천마산 천마봉(天馬峯)에 초혼장(招魂葬)을 하였고, 부인은 시신을 건져 공의 묘소 아래에 부장(附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자손들은 바라보며 우러러 경배(望)하고, 마을 사람들은 사모하고 생각(思)하여, 그 언덕을 부르기를 망사정(望思亭)이라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그 땅에 사당인 재사(齋舍)를 짓고 그 명칭을 그대로 딴 것이 바로 망사재(望思齋)입니다. 아! 슬프구나, 공의 전공과 충절을 추모하는 것은 어찌 공의 자손들과 고을과 향로(鄕老)의 후예(後裔)들 뿐이겠습니까? 비록 백세(百世) 뒤에라도 공의 소문을 듣고 그 의기에 감명을 받는다면 지극히 생각하지 아니할 자가 없을 것이 입니다.'
 재사(齋舍)에 올라서면 노을 물이 아득하고 비바람이 몰려오는 것이 마치 천군만마(千軍萬馬)가 뛰는 씩씩한 소리와 같고, 소리가 장관으로 공을 생가하며, 공이 의병을 불러 모아 몸을 날려 적진해 내딛던 기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뛰는 물결이 살처럼 솟고 노한 물결이 눈처럼 부서져 우레 같은 소리, 번개 같은 낯빛이 마치 용(龍)이 싸우고 그 용이 나는 것 같음을 본다면, 반드시 공(公)이 노를 저어서 싸우려 가는 기상은 생각할 것입니다.

 한산섬(閑山島)에 구름이 끊기고 노량(露梁)에 달이 져 온갖 신령이 슬피 울고 처량하게 신음하는 것을 들으면, 반드시 공의 심신을 깨끗이 여기고 의리(義理)로 죽어 나라에 보답하는, 순의 보국하는 나라사랑하는 정신을 생각함입니다. 이미 그러한 것을 미루어 생각함에 이 재사(齋舍)를 건립하였으므로 이름을 붙였으니, 이는 군자가 말하는 소위 이름이 있으면 반드시 설명이 있어야 함입니다. 오! 옛 사람이 북소리를 듣고 장사(將師)의 신하(臣下)를 생각한다 했거늘, 하물며 지금 공이 가신지 300여년에 근심과 위험의 극치가 전날 같은데, 감히 회고(回顧)합니다. 어떻게 하면 공과 같은 분을 얻을 수 있겠는지요?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