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균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원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는 멀리 신석기 시대에까지 올라간다.
이때에 이미 벼농사가 시작되어 청동기 시대에 이르면 그 흔적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기원후 1세기경에는 벼농사 기술이 백제, 즉 중부지역에까지 북상하였다.
그러나 고구려 등 북부지방에서는 여전히 조, 피, 기장 등의 밭곡식이 주곡을 이루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북부는 밭농사, 남부에서는 논농사라는 구분이 생겼다.
그러나 남부에서조차 논농사 비율이 반을 넘어선 것은 조선후기에 이르러서이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나타난 수전(논)의 보급 비율을 보면 전라도가 약 40%, 경기도가 약 30%, 함경도가 약 5%로 조선전기까지는 밭농사 지역이 더 많았다.
이앙법도 조선전기에 이미 도입되었으나 이것이 일반화하여 삼남지방을 중심으로 널리 보급된 것은 조선후기의 일이다.
그리하여 이 시기에 이르러 농업생산력의 발달에 힘입어 서민적인 우리의 민속문화가 꽃을 피우게 된다. 이삭을 떨고 남은 줄기인 짚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또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서민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담아내기에 적절한 소재가 되어온 것이다.

흙으로 벽을 쌓고 짚으로 지붕을 이은 초가는 쌀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우리들의 오랜 보금자리이다.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룬 초가마다 처마 끝에는 흡사 초가지붕의 연장인양 짚을 꼬아 만든 끈으로 메주를 달아놓는다.
짚신을 신은 농부가 짚으로 만든 닭 둥우리에서 건진 계란 몇 줄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짚으로 만든 계란 망태에 담아 초가를 나설 때는 나락을 저장한 짚가리가 놓여진 뜰과 짚울타리를 통과하게 된다.
농사가 끝나 볏짚이 모아지면 마을은 대동적으로 지붕 잇기를 한다. 집주인은 수고한 이웃을 위해 잔치를 벌인다. 우선 짚멍석이 마당에 깔린다. 멍석에는 동심원이 그려진 도래멍석 맷돌을 앉힐 수 있는 맷방석이 있고 엉덩이를 편안하게 하는 짚방석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동체적 삶의 체취가 묻어 있는 악의라고는 없는 짚멍석도 잘못한 사람을 벌주는 멍석말이, 덕석물이 때는 무서운 형기구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는 짚에서 태어나 짚에서 일생을 마쳤다. 조상 대대로 우리의 어머니들은 정갈한 삼신짚 위에다 우리들을 낳으셨고, 이렇게 태어난 우리들은 결국 짚으로 엮어 만든 초분에 묻혀 짚과 함께 사라졌던 것이다. 이것이 평범한 우리 조상들, 우리 농민들의 삶이였다.
우선 종자를 보관하거나 씨를 뿌릴 때 쓰는 연장을 보자.
씨오쟁이는 이듬해 씨앗으로 쓸 고추 등을 보관하던 용구이다. ‘굶어죽어도 씨오쟁이만은 베고 죽어라’든지 ‘남이 장에 간다고 씨오쟁이 짊어지고 따라간다’는 속담 등은 이것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이것은 마루한 귀퉁이나 안방 윗목벽에 걸어 놓아두었다. 쥐의 피해를 방지할 겸 습기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현재는 농가에서 씨를 뿌릴 때 소쿠리나 바가지 등 간편한 그릇을 사용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이를 위한 연장이 따로 있었다. 다래끼, 또는 종다래끼는 씨를 보관하는 기능을 함과 동시에 씨를 뿌릴 때도 사용한다.
즉, 이것에 종자를 담아 걸어 보관하거나 허리에 차고 다니면서 씨를 뿌린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