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지면평가위원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권리와 의무를 수행한다. 우리는 초등학교시절부터 국민의 4대 의무라는 것을 배웠다. 국방, 교육, 납세, 근로의 의무가 그것이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예외 없이 법적 제재를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어떤 권리를 행사하고 있을까? 국민은 정치의 주인이며 권력의 원천일까?
국민이 정치의 주인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의사가 정치에 충실히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정치가의 선출에서 먼저 나타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자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국민의 고유한 권한이다. 대의제 민주주의 아래서 주권자인 국민이 자기를 대신해서 국정을 감시 감독하고, 자기 이익을 관철시켜 줄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체의 선거 과정에서는 본말이 전도되어 버린다.

우리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주인이 되는 반면 국민은 한낱 힘없는 객체가 되어버리는 선거를 수없이 목격했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제3세계 국가들이 벌여 온 민주화 과정은 외부로부터 수입한 민주공화국을 내부에 정착시키기 위한 지난한 투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정치 제도를 이야기할 때 근대 이후의 민주공화국이 인류가 투쟁을 통해 획득한 근대적 발명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투쟁은 단순히 반대 세력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었고, 이 과정을 통해 제도로서의 민주공화국이 등장했으며, 그 결과 민주공화국을 움직이는 주체인 근대적 국민이 탄생했던 것이다. 따라서 투쟁이나 이에 버금가는 대가 없이는 정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진리를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민주공화국이나 지방자치는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제도이다. 이 주인 된 작은 권리를 조건으로 우리는 4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불평등 계약 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불균등 계약하의 최소 요건인 주인 됨을 용인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배신한 그 국가를 전복하는 수밖에 없다. 백성은 교육을 통해서 국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전복을 통해서, 그 투쟁과정에서만 국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공화국을 사수하기 위한 정치혁명을 조직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주인인 국민이 주권을 지키려는 국민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결코 주인 된 지위를 확보할 수도 유지할 수도 없다. 우리는 그동안 주인의 말을 안 들을 뿐만 아니라 들으려는 그 어떤 노력을 게을리 하는 의회를 보아왔다. 국민의 말을 외면하는 의회는 더 이상 국민의 정치가 아니다. 일부 모리배의 정치일 뿐이다. 이런 관계로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오만한 정치를 파기해야 한다. 국민을 배반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의회를 정치적으로 전복함으로서 진정한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내년에 또 선거다. 민주주의는 붕괴된 정치 붕괴된 의회를 재건하는 유일한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