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고성JC특우회 회장

지난주 34명의 고성회원이 봄을 즐기려 하동 금오산(金鰲山)에 올랐다.
간밤에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길래 산행을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침은 오히려 찬란한 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고 있었다.
‘자라’의 형상이라 하여 금오산이라는데 별반 느낌은 없었다. 단지 이순신 제독의 마지막 격전지 노량을 보니 가히 한려수도라 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경남 24개 로컬이 집결한 장소는 노량 앞바다에 떠 있는 청소년수련원이었고 간들간들 부는 봄바람에 벚꽃이 낙화하여 어지럽게 차창으로 옮겨 붙었다.
849m는 낮은 산이 아니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은 집사람이 쉽게 따라나서려 할 때 걱정이 앞섰지만 ‘고희를 넘기신 어른들도 올라가시는데 뭐 어쩔까!’했다. 10시 30분경 산행이 시작되었고 2시간 정도 소요 시간을 고려, 12시~1시경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며,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25인승 버스를 수시로 운행하니 이용하시면 된다고 말하는 주최 측의 산행개요를 듣고 확인 없이 무작정 산을 올랐다.
1시간 정도 올랐을까, 집사람은 극도로 지쳐갔고, 우리 둘 뒤로는 인적이 끊어져 가고 있었다. 허리 수술을 일주일 전에 마쳤다는 진해 회장님은 그래도 얼굴에 여유가 느껴졌고 “천천히 따라오세요”하고 황망히 사라져 버렸다.  집사람은 창백해져 갔고 급기야, 삼보일배의 형상으로 기어가듯 했다.  중간 어디쯤엔가 임도가 나올 것이고 거기서 차를 타면 되겠지 하고 위로하며 조금씩 나아갔다. 노량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은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조금만 앉아 있어도 추워 견딜 수가 없었다. 
12시경. “이 산봉우리 하나만 넘으면 그 새로 분명 임도가 있을 것이다. 조금만 힘내라.” 그러나 몇 개를 넘어도 차가 다닐 도로는 씻고 봐도 없었다. 표정이 굳어져 하얗게 변해가는 집사람이 안쓰러웠지만 딱히 방도가 없었다. 전화는 불통이었고 급기야, 산을 아는 사람을 만나 물어보니 “임도는 산 반대편에 있습니다.”였다.

주최 측의 무성의한 산행개요도 그렇지만 스스로 확인하지 못한 나 자신을 책망하면서 집사람에게도 화살을 날렸다. “남산 말고는 두 번 다시 산에 가지 마라.” 일행 모두가 정상 데크에서 점심을 먹었지만 2시가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은 우리 두 사람이 얼마나 걱정이 됐을까? 
정상을 거의 앞두고 전화가 터졌고 일행들 중 몇명이 찾으려 내려갔다는 소식을 접하였으며 급기야, 칠순을 넘기신 어른께서 손수 먼 길을 되짚어 마중을 왔을 때, 집사람이나 나의 가슴에 휑하니 세찬 바람이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