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향토사연구원

□ 망사재(望思齋)를 찾아보게 된 동기에 대하여
 봄기운이 완연한 2013년 4월 4일 목요일입니다. 오늘은 필자가 근무하는 갈모봉산림욕장 근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날입니다. 만물이 생동하고 범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드는 춘삼월 호시절인 봄날 하루를 그냥 무료하게 헛되이 보내는 것이 아쉬워 우리 고성을 지킨 역사의 현장을 답사해보기로  합니다.
고성읍 판곡리에 있는 망사재를 찾아가 보기로 합니다.
망사재는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창의하여 왜적을 무찌르다가 조선과 우리 고장 고성 남해안 앞바다인, 지금은 통영시 도산면 수월리의 유자섬(귤도,橘島)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신 의병장 박애상 장군과 숙부인 함종 어씨의 혼백을 모신 사당입니다.
 

- 유자섬 전경-

필자가 망사재란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이십여 년 전에 삼산중학교 근무할 때 1010호선 지방도로변에 세워진 망사재 표석비(標石卑)를 통근 버스 찻장으로 보았습니다. 지금도 철뚝 해안에서 이어진 도로변에는 그때 보았던 표석이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망사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몰라 의문만 가지고 한 번 꼭 찾아가 보아야지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십여 년이 지난 오늘에 비로소 찾아보게 된 것입니다.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런 인연의 망사재를 오늘에야 찾아 답사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이렇습니다. 지난해인 2012년도에 고성문화원의 역점 사업으로, 100여 년 전에 한문으로 발간했던 우리 고장의 고성에 관한 역사지인 철성지(鐵城誌)와 고성지(固城誌)를 한글로 번역한 ‘고성사료 제III집'을 발간했습니다. 그때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교정을 보면서 망사재의 내력을 읽고 자세하게 알게 된 것이 큰 기쁨이었고 답사의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 망사재(望思齋) 답사 길에서
먼동이 밝아 오자 세수를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자전거로 답사길에 나섭니다. 싱싱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촌으로 이름난 철뚝을 지나가니 비릿하기도 하고 상큼하기도 한 갯내음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처음에는 비릿했지만, 오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맡아온 바다가 선물하는 향기라 생각하니 조금도 싫지 않고 좋기만 합니다. ‘아! 상큼하고 향긋한 바다의 향기여! 오염되지 아니 하고 영원히 지속되어라.’ 라고 주문해 봅니다.
이런 바다의 향기를 음미하며 망사재가 있는 판곡리(일명 너런지)에 도착합니다. 도로변 오른 쪽 산언저리에는 고성군 쓰레기 소각장과 쓰레기 매립장이 있고 망사재는 그 반대쪽인 깊숙한 골짜기에 있습니다.
2차선 도로변에는 이곳이 망사재 진입로임을 알려주는, 지나간 그 옛날에 보았던 망사재 표석비가 그대로 서 있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기록을 위해 사진도 촬영합니다.
 

- 망사재 진입로 표지석 -

표석비의 안내를 받아 군데군데 핀 야생 벚꽃이 화사한 골짜기를 얼마간 달려갑니다. 그 곳에는 인가는 없고 낮은 산 두 자락이 서쪽으로 뻗어 내린 곳이라 한적하고 고요하기만 한데,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망사재 관리사에서 기르는 개가 인적 소리에 놀라 짖는 소리였지만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망사재에 사람이 거주한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순국 의사 의병장 운정(雲汀) 박애상(朴愛祥)장군의 혼백을 모신 사당인, 망사재(望思齋)는 그곳에 있습니다.
 

- 순국의사 박애상 장군의 비각 -

야트막하게 흘러내린 천마산 자락에 터를 닦고 건립한 비각이 있고 돈화문(敦和門)이라는 현액이 돋보이는 망사재가 있습니다. 망사재 오른 쪽 바로 옆에는 관리사가 있습니다.
먼저 순국 의사 박애상 장군의 행적을 새긴 비를 배관합니다. 용두와 거북받침에 세워진 비문은 목조 기와된 비각 안에 있어 읽어 볼 수 없지만 비각 주변에는 붉게 핀 명자나무 꽃들이 장군의 충절을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인기척을 느낀 한 분의 관리인 왔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예고 없이 방문한 터라서 개 짖는 소리와 인기척에 나와 본 것 것이었습니다. 서로 수인사를 하자 죽산 박씨 집안의 서객(壻客)이며 정씨라고 합니다. 그 분의 안내로 사당인 망사재를 배관합니다.
 

- 망사재 전경-

망사재는 동향을 바라보고 건립되어 있습니다. 아마 동쪽 저 멀리에 있는 왜적의 침노를 경계하려는 의도로 동향으로 세운 것 같습니다. 신리의 문무대왕이 동해를 지키는 용이 되어 왜적을 물리치고자 경주 동해바다에 수장(水葬)원하자 대왕암에 시신을 안장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생각 할수록 애국심에 가슴이 찡해집니다. 이런 마음으로 망사재 배관을 마치고 나오면서 “선생님, 박애상 장군을 초혼장(招魂葬) 하였다는 장지인 천마산(天馬山)은 어디에 있는 산입니까?” 하고 여쭈니, “이 산이 바로 천마산입니다. 장군님의 묘소는 망사재 바로 위쪽 천마봉(天馬峯)에 있습니다. 매우 큰 봉분이 상하로 놓여 있습니다. 발아래 봉분은 숙부인 어씨 할머니 묘소입니다. 오신 김에 한번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라는 설명을 듣고 산책로 같은 오솔길을 걸어가니 묘소에 도착합니다.
순국 의사 박애상 장군과 숙부인 함종 어씨 묘소는 망사재를 내려다 보는 곳입니다. 도보로 3분 거리인 천마산 자락에 아늑한 곳입니다. 시신을 찾지 못해 의복과 신발과 함께 초혼장(招魂裝)을 했다는 애절하기 짝이 없는 장군의 유택(幽宅)입니다.
 
- 천마산 순국의사 박애상 장군과 숙부인 함종 어씨 묘소-

 묘소 주변에는 불변하는 대장부의 마음을 상징하는 소나무가 울타리를 이루고 붉게 핀 진달래와 하얀 눈송이 같은 하얗게 피어 달무리를 이룬 산벚들이 조화를 이룬 곳이고 한눈에 보아도 명당입니다. 좌청룡, 우백호, 주작(朱雀), 현무(玄武) 입수(入水) 등이 조화로운 곳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늑하고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장군의 충절과 부인의 정열이 함께 있는 묘지입니다. 장군이 순국하자 따라 바다에 투신 순절하신 열부 숙부인 함종 어씨 묘소는 장군의 발아래 놓여 있습니다.
순국의사 운정 박애상 장군의 나라사랑 정신과 열부 숙부인의 절의를 기리며 재배(再拜)합니다. 제주(祭酒)라도 한 잔 가지고 왔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입니다. ‘두 분의 명복과 극락왕생과 함께 영명한 정신으로 어두움 속에서도 국가를 도와주시옵소서!’ 라고 축원 합니다. 그리고 기록을 위해 사진도 찍어봅니다. 그리고 하산합니다.
마음이 매우 편안하고 밝아집니다. 마치 망사재 주변에 활짝 핀 벚나무 꽃같습니다. 그리고 흐뭇합니다. 언제나 마음에 짐처럼 자리했던, 보람된 망사재 답사를 마치게 되었기 때문이고, 이 답사기록을 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