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논설위원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원

구만면 면소재지에 이회서당이 있어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전을 읽고 있다. 서당은 옛날식 서당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당의 모습이 옛날과 다른 것이라면 훈장이나 학동이 모두 나이가 지긋하여 누가 훈장이고 학동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로가 존경하고 예의를 다하여 강독에 참여하고 있다. 개강은 음력으로 매달 초이튿날과 열엿샛날에 하며 4서 3경을 교재로 강독하고 있다. 

학동들의 면면을 보면 지천명에서 이순 칠순 팔순 그리고 망백(望百)에 이르기까지 20명이 넘는다. 개인별로 자세히 보면 막역한 벗에서, 동네의 어른, 스승과 제자 사이, 아버지와 아들 뻘 되는 세대차를 뛰어넘어 다양하게 어우러져있다. 훈장은 계정 정창석 씨가 맡아서 맹자(孟子)를 강의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논객이자 정치사상가인 맹자의 주장이 현대의 정치이론과 조금도 틀리지 않아 강의 중에도 진지한 토론이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성선설을 비롯한 역사 인문 지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맹자의 사상이 많은 영향을 미쳐 강의 시간은 더욱 진지한 토론거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던 중 원장이 무릎 수술로 석 달여 자리를 비웠을 때는 허창무, 이재호, 김문수, 이인성 씨 등이 차례로 강독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허창무 씨는 소년시절 10여 년간 본 서당에서 직접 수학한 바 있고, 중국문화대학에서 동양정치사상을 전공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 재직했던 박학으로 강주의 해석에 현대적 의의를 덧붙여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재호 씨는 이회서당 이사장 및 고성향교 전교이며, 소년시절부터 냉천서당 정헌 곽종천 선생 및 이회서당 신암 허격 선생 문하에 출입하면서 익힌 실력으로 운율에 맞춰 낭송을 하면 옛 서당의 진면목을 보는 것 같다. 이회서당 학생들의 좌장이신 제명수 씨는 고성향교 전교 한국한시협회고성지부장 등의 명함이 아니더라도 90이 넘은 연세에도 꿋꿋한 모습으로 학생들의 롤모델이다. 이옥진 씨는 국문학 전공 외에 불교미술에 관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로서 연례행사로 실시하는 여행이나 답사 때 문화유산 해설사로서 살아있는 백과사전 역할을 담당해 주신다. 이인성 씨는 서울에서 이회서당에 유학을 온 학생이다. 멀리서 나다니면서도 서당의 궂은일을 마다않고 솔선하여 이끌어가고 있다. 김무 씨는 시조창 전수자로 전국적 행사에 늘 바쁘지만 틈틈이 참석하여 강독전후 시간을 내어 시조창을 지도해 주시기도 한다. 조경증 씨는 조각가로서, 허종대 씨는 서예가로서 마산에서 버스로 통학하며 강독에 참여한다. 김문수 씨는 도의원을 지냈던 화려한 경력은 접어두고 집안에서 농사지으랴 강독에 참여하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허노진 허현 허종 씨 등은 멀리서 참석하는 정성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허현 씨는 서당 외임을 맡기도 하지만 환경개선 사업에 거액을 희사하여 학생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다. 최성림, 허태수, 박치옥, 이갑대, 최용순, 심상정, 이도생, 최낙년, 김외곤, 박행복 씨 등은 이웃 마을에서 경운기나 자동차로 서당에 와서 낭랑한 목청으로 강독을 하기도 한다.
서당이 열리는 날은 오전 9시부터 모이기 시작하여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기도 하는데 진솔한 삶의 이야기로 정겨움이 더해진다. 10시부터 강주가 한 시간정도 강의하면  학동들이 차례로 읽으면서 서로서로 교정도 해주고 박수로 격려도 해주며 책을 읽다 보면 한나절이 금세 지나간다. 점심때가 되면 함께 식당으로 가서 각자 점심값을 내고 점심을 먹기도 하지만 ‘오늘은 이사장이 쏘겠습니다.’ ‘원장이 쏘겠습니다.’하며 생일이나 축하 받을 일들이 겹쳐 잔치를 겸해 풍성한 식사가 이루어지기 일쑤다.

이회서당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독서에 뜻이 있는 분이라면  아무런 부담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회서당에는 경서 해례를 들을 수 있고, 한시를 배울 수 있고, 전통의례를 체험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문화유산 탐방이며 시조창, 중국어 등을 익힐 수도 있다. 이회서당을 설립하신 신암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그 유족과 제자들이 공익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신암 선생의 석채례가 치러지며 금년에는 고 최영수 선생의 시를 묶어 편찬한 ‘중산 산고집(重山散稿輯)’ 출판기념회도 개최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