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균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원

우리 고성군내 일대는 청동기 시대 공동체 사회가 형성되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이곳저곳에 자리를 이탈한 고인돌이 중장비에 의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여러기관에 보호에 대한 대책마련을 하고자 고성향토사연구소 강수식 자문위원이 하기호 소장에게 지난 달 28일 임원회의를 요청했다.

먼저 청동기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청동은 구리 합금의 일종으로 구리와 주석이 각각 95~70%의 비율로 이루어진 합금을 말한다. 주석대신 가연성을 위하여 납을 넣거나 주석과 납을 같은 정도로 섞어 만들기도 하며 기타 1% 미만의 니켈, 아연, 철, 아티몬 등이 혼입물로 섞여 들어갈 수도 있다.
구리에 주석을 섞음으로서 더 단단하고 광택있는 금속을 얻게 되는 데 주석의 양이 많아질수록 단단하지만 대신 부서지기 쉬운 성질을 갖게 되므로 일찍부터 철구조물의 용도와 성질에 맞게 주석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이 발견되었다.
청동기시대가 되면 자원(구리)의 희귀성 때문에 도구제작에 필요한 구리를 얻기 위하여 평지의 농경사회와 생산지인 산지사이에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지며 광석채굴작업 과정이나 야금술의 발달에 따라 직업이 분업화하여 청동기 제조를 담당하는 특수한 직인계급이 등장한다.
한편 자원에 의한 교역의 발달과 농업생산의 증대는 생활을 안정시키고 인구증대를 촉진시켜 도시문명을 발달케 하였으며 생산물 획득을 위한 잦은 전쟁으로 정복민과 피정복민, 특권계급과 예속민등의 계급 분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한반도의 청동기문화는 북쪽지방에서는 기원전 10세기경에 시작되었는데 이는 스키토 시베리안 계통의 북방계 문화와 중국의 청동기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두문화가 복합되어 한국 청동기 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청동기 문화의 특징은 본격적인 농경생활과 함께, 가축기르기, 청동제품의 제작, 간석기의 정형화, 본격적인 무덤의 축조 등을 들 수 있다.
본격적인 농경생활은 각 유적지(평양 남경, 부여 송국리, 여주 흔암리 등)에서 출토된 불에 탄 쌀(탄화미)과 잡곡(보리, 수수, 피, 기장 등)을 통해 알 수 있으며 또한 함경북도 무산 호곡동 유적에서는 20마리분의 돼지뼈가 나와 돼지가 가축으로 길러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대의 집터는 대개 평야나 하천에서 가까운 낮은 야산에 자리잡고 있으며, 집의 모양은 네모꼴 또는 긴 네모꼴로서 신석기 시대보다 얕은 반움집이었다. 내부에는 바닥을 약간 파거나 냇돌을 돌린 화덕자리가 있다. 이밖에 충남 서산군 해미, 부여 송국리, 광주 송암동, 영암 장천리 등 한반도 서남지역에서는 중앙에 두 개의 기둥구멍이 있는 둥근 집터가 조사되어 독특한 지방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무덤 양식으로는 고인돌(지석묘), 돌널무덤, 독무덤, 널무덤 등이 있다.
고인돌은 선사유적 중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크게 두 가지 형식이 있다. 북방식(탁자식)은 판돌로 땅 위에 직사각형의 방을 만들고 주검을 넣은 다음 그 위에 넓고 판판한 돌을 덮었고, 남방식은 땅 밑에 판돌이나 깬 돌로 매장시설을 만들고 그 위에 큰 돌을 올려놓은 것으로 받침돌로 받쳐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돌널무덤은 땅 밑에 판돌이나 깬 돌로 매장시설을 만들고 그 위에 판돌이나 나무로 뚜껑을 덮었는데 고인돌과 달리 위에 덮개돌을 놓지는 않았으며, 그 위에 봉분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가운데에는 충남과 전남일대에서와 같이 깬 돌로 널을 만들고 구덩이 윗부분을 막돌로  채운 특이한 형식의 돌널무덤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한국식 동검을 비롯해 청동거울, 각종 청동의기, 덧띠토기, 검은간토기 등이 출토되어 지역적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대의 토기는 빗살무늬토기와 달리 진흙에 굵은 돌 알갱이나 곱돌가루 등을 섞은 거친 바탕흙으로 빚어 굽는 바닥이 납작한 토기로 대부분 표면에 무늬가 없는 민무늬토기이다. 일상용의 민무늬토기는 지역과 시대에 따라 형태나 만드는 방법, 바탕흙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일상용과는 달리 붉은간토기, 검은간토기, 가지무늬토기가 있는데 모두 껴묻거리로 만들어진 것으로 바탕흙이 아주 고운 진흙이며 표면에 산화철이나 흑연 등의 광물질을 바르고 잘 문지른 다음 구운 것이다.
이 시대에 생활도구에서 석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으며 신석기시대보다 일정한 용도에 일정한 형태를 가진 간석기가 사용되었다. 이들 간석기에는 나무를 자르고 가공하는데 쓰인 돌도끼, 자귀, 대패날, 끌 등의 공구류, 곡식의 이삭을 따는데 사용된 반달돌칼, 낫, 무기로 사용된 돌살촉, 간돌검, 실을 꼬는데 쓰인 가락바퀴 등이 있다.

한편 수량은 적지만 청동제품들이 사용되었다.
청동제품은 수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집터나 고인돌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주로 돌널무덤에서 출토되었는데 이를 통해 청동제품은 일상용기가 아니라 제정일치사회의 특수계급들이 갖는 특수한 용도에 쓰이는 것이거나 신분표시용이었던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청동제품에는 요녕식동검(비파형동검), 한국식동검, 도끼화살촉, 꺽창, 투겁창 등의 무기류와 거울을 포함한 각종 가지방울 등과 대쪽동기, 방패모양동기, 뚜껑모양동기등의 의기류가 있다. 무기류 중에서 한국식 동검은 요녕식동검에서 발전된 것으로 한반도 특유의 청동기이며 일본에 전파되어 널리 사용되었다.
또한 의기류중에서 가지방울들도 한국 특유의 유물이며, 섬세한 무늬를 새긴 거울과 함께 우리나라의 발달된 청동기 제작기술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이와 같이 청동기 시대의 문화는 발달된 농경을 바탕으로 경제력이 풍부해지면서 고인돌과 같은 큰 무덤을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여력이 생기고, 다량의 청동제품을 돌널무덤에 껴 묻을 만큼 사회적 신분과 계급의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결성된 고성향토사연구소 고인돌 분과는 이와 같은 내용을 참고로 하여 우리군 전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고인돌(지석묘)을 발굴.조사하여 청동기 문화의 생활상을 다시 한 번 재조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