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균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원

▲ 이부지자들의 사후추서
옛날에는 왕이나 벼슬아치가 죽으면 시호를 주어 불렀으며, 대개는 살아있을 때 보다 한 등급 높은 관직을 추봉하였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현직고관의 죽은 조상들에게까지 벼슬을 주기도 하였다.
요즘에도 임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한 군경에게는 으레 일계급을 특진시켜준다. 이러한 것은 모두 죽은 사람에 대한 예우이며, 죽고난 후에 뒷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한편, 국가의 존립을 위협한 역모자에게는 삼족을 멸하는 형벌이 내려지며 이미 죽은 시체를 다시 능지처참하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상해에서 피살된 김옥균이 서울로 옮겨져 와 다시 처형을 당한 경우이다. 물론 그는 뒤에 다시 사면, 복권이 되고 시호도 추증받았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은 후에도 고인의 좋았던 점, 잘된 점만 기억하고 나쁜 것에 대해서는 덮어주는 경우가 보통이다.
또 이렇게 평가해주는 것이 우리들의 인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아주 냉정하다. 역사는 과거에 대한 학문이므로 인간의 과거사를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서술하며, 역사적 사실이나 역사적 인문에 대해서도 편견없는 엄격한 비판의 칼을 댄다. 때문에 종교적이든 정치적이든 어떠한 카리스마를 가진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후세 역사가들에 의해 위대한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독재자로 낙인될 수도 있으며 역사의 노트에서 쉽게 이름이 지워져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사후추서라는 것이다.

2011년 12월 북한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 김정은이 인민의 우상으로 추앙되었다. 김일성, 김정일은 대를 이어 북한 인민들로부터 ‘위대한’ 혹은 ‘경애하는 어버이’로 불려져 왔기에 김일성, 김정일의 죽음이 갖는 의미는 국내외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겠지만 무엇보다 3대째 대를 이어 권력을 세습한 김일성의 손자이자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 그에 대한 호칭문제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미 어버이로 불려지기 직전이다.
전 근대의 동양 사회를 유지해 온 큰 틀은 유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가부장제적 질서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질서에 입각하여 왕위를 세습하였으며 군주는 곧 어버이와 일체로서 뿌리칠 수 없는 절대적 존재였다.
반봉건, 반제국주의를 내세우는 북한 사회가 이러한 봉건적 질서를 충실히 따르는 모순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을 모두 어버이로 부른다면 직계 존 비속관계를 혼동한 이부지자 또는 삼부지자의 꼴이 되는 이 또한 말이 아니다.
삼국통일을 이룬 김유신 장군은 살아서 대각간의 벼슬이 모자라 태대각간으로 봉해졌고, 죽어서는 홍무대왕으로까지 추서되었다.
이제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을 ○○대왕이라 부르지 않을까?
과거 우리나라를 수백차례 침공한 중국도 천안함 폭침, 그리고 연평도 폭격시 북한을 지원하며 그들의 손을 들어 줬으나 이제는 양상이 달라졌다. 핵전쟁이 모든 인류에게 엄습하게 되는 참해와 그러한 전쟁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마당에 그들은 버젓이 핵실험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고 항복문서에 도장찍을 자도 없이 짓이겨놓겠다는 망발을 해대는 북한에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2월 12일 단행된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 움직임에 반발, 북한은 3월 5일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다. 6일에는 핵으로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갑자기 군사도발 강행의 수위를 높인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 때문이다. 핵카드에 국고를 다 털어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북한 김정은의 체제 유지 경비통장은 잔고가 바닥, 즉 ‘파산’상태다. 절박한 경제 상황에서 돈줄이 끊기고 만기종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김정은으로선 군부 등 지도부의 내부 동요를 잠재울 수 없다.
우리와 ‘혈맹’ 관계인 미국에 ‘준’전쟁 선포를 한 북한은 중국과 ‘혈맹’관계임을 내외에 천명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전달해야 할 임무의 경고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이 도발을 자행, 한반도 위기상황을 조성하면 좌시하지 않겠다.
둘째,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동북아 지역에서의 미군사력 증대 상황은 이미 중국의 국익과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셋째, 북한의 최근 도발은 미군의 태평양지역 군사력 증대배치의 빌미가 됐다. 이로 인해 중국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동북아에서의 미국과 일본에 대항한 군사력 균형 달성 및 우위 확보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넷째, 중국의 입술이나 다름없는 북한과 한국간의 군사분쟁 발생은 중국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위협과 피해발생을 의미한다. 다섯째, 이러한 사태를 야기하는 북한은 ‘혈맹’관계를 부르짖으면서 무상지원을 해 온 중국의 땅과 인민에게 포탄 떨어뜨리는 적대행위로 간주될 수 밖에 없으며, 중국은 이같은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 여섯째, 만에 하나 북한이 미국의 함정이나 항공기, 주한 미군을 공격하면 미국은 즉각 대북 군사행동을 할 것이다. 그 때는 중국과 미국의 군사대치라는 위기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작금의 북한의 군사도발은 즉시 중단되고 철회되어야 한다.
일곱째, 북한이 군사도발을 철회하기 않고 위기상황을 지속 악화시킨다면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원중단’ 수준을 넘어 ‘동맹관계’의 근본적 전환 혹은 파기까지 고려할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 심지어 중국조차도 마치 3차 핵실험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자국의 이익을 위한 행보를 내딛고 있으며 그에 따른 다국적 다사안 협상을 기획하고 있다.
심지어 북핵 위기를 빌미로 전혀 무관한 영토분쟁, 군비확대, 외교통상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해보려는 기세이다.
우리 정부는 정신만 바짝 차리면 일거양득의 외교, 군사, 정치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이를 모른 체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