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향토사연구원

<지난호에 이어>

 약 3년 전에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실패하자 어머니는 그 충격을 못 이겨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실의에 빠져 매일 술만 마시고 계십니다. 이런 사정으로 우리 집 형편은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청광화백님의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청광화백님 그린 달마그림을 집에 걸어 놓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드라마를 보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도 청광 화백님의 달마도를 갖고 싶어 하십니다. 그래서 어떻든지, 좋은 일이 생긴다고 소문난 달마도 1점을 구해 집안의 화평(和平)을 이루어 할머님께 효도를 하고 싶은 심정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청광 화백님, 저의 할머니 성명은??높을 위(魏)자, 순할 순(順)자, 큰 덕(德)자??입니다. 저의 정성을 봐서라도 꼭 한 점 보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꼭 할머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애틋한 효심이 묻어나는 편지입니다.
 2장의 편지지에 깨알같이 또박또박 쓴 글씨, 그 글씨 하나하나에 정성과 함께 진한 효심이 묻어있어, 그 학생은 달마도 소장과 관계없이 복을 받아 분명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 할 것 같기에 소개하는 것입니다.

▲ 박물관 같은 전시실에서 감회를 느끼다.
 신비한 달마도에 대한 설명과 편지 읽기를 마치자, 이번에는 일행 모두를 아래쪽에 있는 화실(畵室)을 겸한 전시실로 인도하십니다. 그곳에는 화백님께서 우리나라 경향 곳곳을 답방(踏訪)하시면서 보고, 그리고, 수집한 민화(民畵)와 수석, 도자기 등의 온갖 진귀한 문화유물들이 보관 되어 있습니다.
 또, 민화를 이해하려면 민화가 그려진 지역의 향토역사와 그곳 사람들의 정서를 알아야한다고 전국 각 시?군에서 발행한 수 백권의 시?군지(市,郡誌)가 서가에 가지런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청광화백께서 지금까지 사용하시다가 못쓰게 된 붓과 벼루 등의 필기구 그리고 학생시절의 교모(校帽), 교복(校服)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기념메달, 질그릇, 거문고, 편액, 불상, 화로, 곰방대 등등의 지난 시절을 기억케 하는 물건들,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생활필수품들이 깨끗하게 손질되어 보기 좋게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마치 유물전시관과 박물관에 온 기분을 들게 합니다. 이곳에 있는 물건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조그마한 좌대 위의 수석(壽石)입니다. 수석은 사람들이 만져서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들을 원하는 사람이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돌(수석)이라 사람들이 만지다 보니 그렇게 빛을 낸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값지고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은 옛날 옛적 어린 시절, 고향집 사랑방 황토벽에 붙어 있던 오래된 그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그려진 그림들이 병풍으로 소장되어 있어 나를 30십 년 전의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 시키는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 여 년 전에 작고하신 할아버지와 이제는 모두 분가하신 숙부(叔父)님들을 비롯한 남자(男자)들만 기거했던, 남자들만의 공간인 사랑방의 추억입니다. 사랑방은 벽면은 고르지 못한 황토벽이었고 그 위에는 온통 누렇게 변한 신문지가 벽면에 덕지덕지 붙어있었습니다. 머리맡 벽면 신문지 벽지 위에는 민화인 호죽도(虎竹圖 :아침이슬 머금어 푸른빛 빛나는 대나무밭에서 힘차게 걸어 나오며 포효 하는 호랑이가 그려진 그림)와 까치와 호랑이를 함께 그린 작호도(鵲虎圖) 한 폭과 몇 점의 민화인 그림이 붙어있었는데, 민화들은 담배연기에 모두 누렇게 된 것이었지만 그래도 보기 좋았고 정감 가득했습니다.
 할아버지와과 친구 분들은 명절이나 농한기, 특히 찬바람이 불어와 단풍진 나뭇잎새는 모두 떨어진 낙목한천(落木寒天) 겨울철이면, 수시로 사랑방에 모여서 한담(閑談)을 나누시며 기거하셨습니다.
 한담을 나누시다 심심하시면 육백화투놀이를 하시면서 큰 봉지에 담긴 ‘풍년초(豊年草) 담배’를 곰방대에 담아 쟁여 태우셨습니다. 재가 덮인 언제나 따뜻한 놋화로 담배를 쟁긴 길이가 60cm가 넘는 곰방대로 재속을 헤집으면 화롯불은 빨간 속살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러면 백동으로 만들어진 곰방대 둥근 빨부리를 뻐꿈뻐꿈 빨아 대시면 담배에 불이 붙고 그분들 입에선 하얀 구름 연기가 뭉게뭉게 나옵니다. 나에겐 냄새만 맡아도 어질어질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담배 중에서 가장 독한 풍년초 담배연기는 방안 가득차면서 황토벽면에 붙어 있던 이런 민화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누렇게 퇴색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벽체와 함께 사라져 버렸기에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민화들이, 이곳에서 친한 친구처럼 따스한 인상을 주면서 나를 맞이하니 감회가 새롭고 감개(感慨)가 그지없이 무량(無量)합니다.
 청광 김용대 화백께서는 손수 이러한 민화들, 잊어버렸던 향수와 추억을 불러오는 민화들이 그려진 열두 폭 병풍을 한 점 한 점 꺼내어 보여주시면서, “이 눈(雪)들은 평생 녹지 않아요. 왜냐하면 붓으로 그려졌기 때문이지요.”라는 식으로 모두를 웃겨가며 그림에 담겨진 사연을 몇 번이고 반복 설명을 하십니다. 왜냐하면 화백께서는 태어나실 때 언청이로 태어나시어 그 후 정형수술을 몇 번 받아 외형은 정상이지만 발음이 정확히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왜 우리나라 민중은 민화인 작호도(鵲虎圖)를 좋아 했을까?
 보여주시는 민화 설명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참새와 호랑이를 그린 작호도(鵲虎圖)에 얽힌 사연 설명입니다.“이 작품 작호도에 그려진 호랑이는 권력을 가진 사람을 상징하고요, 까치는 힘없는 일반 백성인 서민을  상징하지요. 하지만 권력자는 끝내는 서민들을 이길 수 없다는 철학적 의미를 이 작호도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조선의 민중들은 민화 중에서 특히 작호도를 많이 선호한 것입니다.”
그리고 작호도 이해를 위해 동화를 한편 이야기 합니다.
‘옛날 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어떤 나그네가 산길을 가니 호랑이 한 마리가 함정에 빠져 올라오지 못하고 굶어 죽게 되어 있었습니다. 나그네를 본 호랑이는 눈물을 흘리며 자기를 함정에서 꺼내어주면 꼭 은혜를 갚겠다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이를 불쌍하게 생각한 나그네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호랑이를 꺼내주었습니다. 그런데 호랑이는 배은망덕(背恩忘德)하게도 마음이 변하여 사람들이 함정을 파놓아 자기가 이 지경으로 곤란을 당했다고 말하면서 그리고 배가 고프니 사람인 나그네를 잡아먹어야 하겠다고 하면서 덤벼들었습니다.
 기가 찬 나그네는 3번의 재판을 통해서 옳고 그름을 가려서 자기가 지면 그때는 잡아먹어도 좋다고 제안하니 호랑이도 좋다고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옆에 늙은 나무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1심 재판을 요청하니,  늙은 나무는 호랑이가 옳으니 나그네를 잡아먹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는 나무들을 톱이나 도끼로 마구 잘라내어 죽이기도 하고, 또 장작을 패서 화목으로 불태워 없애니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은 나그네는 이번에는 지나가는 황소에게 2심 재판을 의뢰했습니다.
황소도 나무와 마찬가지로 호랑이가 옳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인즉, 사람들은 황소들에게 죽도록 힘들게 일을 시킬 뿐만 아니라, 그것도 모자라 고기는 물론 뼈까지 먹어치우는 무지막지한 사람을 호랑이가 대신 잡아먹는 것이 당연하니 어서 잡아먹으라고 했습니다.
 2심 재판에서도 패하여 절망에 빠진 나그네는 마지막으로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까치에게 3심 재판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까치는 호랑이에게 이렇게 주문했습니다. 정확한 재판을 하려면 원점으로 돌아가 현장검증을 하야하니, 원래대로 함정에 들어가 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호랑이는 앞뒤를 생각해보지도 않고, 어리석게도 단숨에 함정에 뛰어들고 말았습니다. 이를 본 까치는 재판은 이제 공평하게 끝났으니, 나그네에게 갈 길을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명재판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호랑이가 까치를 잡으려고 하지만 끝내는 잡지 못하며, 항상 나뭇가지나 풀 속에서 권력자인 호랑이를 서민인 까치가 감시하고 있다는 재미있는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십니다.
“또 우리민족의 새라고 일컫는 까치는 사람을 구해주는 곧 인류를 구해준다는 미래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비전은 다음과 같은 민중이야기 속에 묻어 있습니다. 뱀에게 물려 죽을 뻔한, 두 마리의 까치를 살려준 나그네가 적에게 쫓게 종이 울려야 열리는 성문 앞에 다다랐을 때 나그네는 ‘이제 죽었구나.’라는 절망감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난데없이 종소리가 울려 나그네는 극적으로 구출됩니다. 바로 그 나그네가 살려준 두 마리의 까치가 두개골을 종에 부딪쳐 소리를 내고 죽어갔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곧 사람은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민화는 국민을 가르쳤던 교육사상이 이 담겨있는 대표적인 민화입니다.” 라고 설명하십니다. 
 이러한 사연을 간직한 작호도를 가만히 바라보니, 마치 한 마리의 커다란 호랑이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한 쌍의 까치들에게 원망의 메시지를 보내지만 까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잘못된 소행을 반성하라고 일러주는 소리가 소곤소곤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는 작호도 외에도 어회도, 화조도, 효제충신도, 책가도, 호렵도, 십장생도 등등의 많은 대작들이 병풍으로 소장되어 있었는데 힘들게도 설명을 덧붙여가며 한 점 한 점씩 모두 다 꺼내어 관람시켜 주십니다.
 아마, 이곳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학생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라, 선조님들의 지혜와 얼과, 멋과 정서와 철학 그리고 해학(諧謔)이 깃들어 있는 우리 민화의 가치로움과 소중함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라는 뜻으로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조님들이 보고, 즐기고, 사용했던 물건들을 하나도 헛되이 버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수집?보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웅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문화유물 전시장 같은 전시실에 보관된 모든 것을 약 1시간 정도 구경하고 나오면서??화백님, 언제부터 민화를 그리게 되었으며, 또 달마대사상을 그리게 된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었습니까???하고 여쭈어 봅니다, 빙그레 웃으시며??젊은이는 모든 것에 관심이 참 많은 사람이네.??하시며, ??태어날 때 이 길을 걷도록 점지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누구나 정성을 다하여 한 가지 일에 정진하면  그 일에 도를 통하게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자기 이름자 3자를 붓으로 쓰던 연필로 쓰던 볼펜으로 쓰던지 정성을 다하여 1만 자를 쓰고 나면 그때부터는 반드시 기가 발생합니다.??라고 힘주어 잘라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사군자(四君子)로 칭송되어 서예인(書藝人)이 즐겨 그리는 매(梅), 난(蘭), 국(菊), 죽(竹) 중에서 매화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매화는 이른 봄 눈 속에서 피어,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매화꽃은 묵은 가지에서 피고 지는 꽃으로 이것은 부모와 형제를 상징하는 잎새가 미처 나오기 전에 얼굴만 잘난 체 뽐낸 뒤 일찍 지는 것처럼 생각되기에 윤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리 좋아할 것이 못 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지나온 과거사를 다음과 같이 술회하시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세완무복(世完無福)’이란 말에 깨달음을 얻고
 청광 화백님께는 60여 년 전에 이곳 개천면 청광리에, 부유한 광산 김씨 종손으로 태어나셨는데 언청이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놀림과 따돌림을 당해 인생의 비애와 절망감에 빠져 늘 혼자 집에 머물면서 당신 집 벽에 그려진 민화에 매료되어 그림을 그리곤 하였습니다.
 그러자 부친께서는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종가집 종손이 하라는 글공부는 하지 않고 천대받는 환쟁이가 되려고 한다면서 엄하게 꾸짖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과 아이들의 놀림, 그리고 아버지의 몰이해 속에 인생을 비관하며 실의에 빠져 자살을 몇 번 기도했지만 자애로운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이를 극복하고 진주남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진주로 유학하게 되자,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한 것은 부친의 속박에서 벗어나 하숙집에서 틈만 나면 좋아하는 그림을 맘대로 그릴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진주에 오신 부친께서 예고도 없이 하숙집에 들러 방안에 널려있는 그림들을 보시고는 ??그리지 말라고 한 그림을 그리려면 학교를 그만 두라.??고 하면서 책보를 챙겨 가지고 집으로 가자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부친의 엄한 꾸중과 호통을 듣고,??아버지,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그림까지 못 그리게 하시면 저는 이만 남강 물에 빠져 죽겠습니더.??하고는 남강 쪽으로 달렸습니다. 한참 동안을 달렸습니다. 부친은 쫓아오고 숨은 차고 하여 숲이 무성한 으슥한 동굴에 숨어서 한 곳을 무심코 바라보니, 그곳에 누군가가 변을 닦고 버린 신문지에 세완무복(世完無福)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이 세상에는 완전하게 갖추어진 복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서 깨달음을 얻은 후 그 변이 묻은 신문지를 가지고 자기를 찾아 헤매는 부친께 소리치며 달려가서??아버지 예, 제 이제 안 죽을 꺼라예, 여기를 보십시오. 세완무복이라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언청이로 태어난 것과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도 다 뜻이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하면서 변이 묻은 신문지 조각을 보여드리니,??그래, 니가 이 글의 의미를 깨달으니, 이제 하나뿐인 나의 외아들이 되었다.??고 기뻐하시면서 그때부터 그림을 그려도 좋다고 허락하셨다고 합니다.
 그 후 학교공부와 함께 그림공부도 열심히 하였고, 정형수술도 받아 진주남중학교와 진주농고를 졸업하여 취직을 원해 몇몇 회사의 필기시험에는 합격을 했습니다. 그러나 신체장애로 인하여 취직이 되지 않아 애를 태우면서 농사일을 하던 중 불행 중 다행으로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당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밀양 손씨 양가집 규수를 안해(집안의 태양)를 맞이하였습니다. 가사는 아내에게 부탁하고,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아무도 찾지 않아 사라져 가는 서민들의 정서가 담긴 우리 민화를 찾아 연구하기 위해 약 25년 동안 전국을 떠돌면서 그림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돈도 되지 않는 민화를 만산이라는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며, 연구하고, 수집하고, 그리다보니,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부유했던 가산은 탕진되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것의 소중함과 가치로움을 알고 유랑걸식(流浪乞食)과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며, 풍찬노숙(風餐露宿)으로 좋은 민화가 있는 곳이면 친소원근(親疎遠近)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 보고 그렸습니다.

▲ 꿈속 선인(仙人)의 계시(啓示)로 그리게 된 달마도(달마대사상:達磨大師像 그림)
 이러한 민화를 찾아 전국을 떠돌던 1975년 어느 날, 임진왜란 때 의승장이었던 서산대사(西山大師)께서 전등(傳燈)의 신표로 의발(衣鉢)을 전했다는 전라남도 해남 대흥사 부근의 민박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비몽사몽간(非夢似夢間)에, 평소 꿈에서 자주 보던 선인이 나타나??용대야, 나의 얼굴을 보아라, 나의 얼굴을 그려 만인(萬人)에게 보시(布施)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서??예, 그렇게 하겠습니다.”고하니 홀연히 사라졌고 깨어보니 하도 이상한 꿈이라 몽롱한 기분으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상한 할아버지 한 분이 와서는 막무가내로 달마대사 얼굴 모습을 그려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청광 화백께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달마대사를 본적도 그려 본적도 없어 못 그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막무가내로 달마대사를 그려주기로 약속하여 놓고 이제 와서 못하겠다면 사람을 놀리는 것이라고 우기므로 진땀을 흘렸습니다. 다른 방도가 없어 어젯밤 꿈에서 본 선인의 얼굴을 그려주었습니다. 노인은 좋은 달마대사상 그림이라고 하면서 가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의 요청에 의거 그리기 시작하여 인연 있는 사람에게 주기 시작했습니다. 밥값이 없으면 밥값대신, 노자가 없으면 노자대신으로 주기도하고 또 감사의 뜻으로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안주면 안주는 대로 형편대로 받기도 하고 무상보시 한 것이 약 1만 여 점이 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동안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달마도를 소지한 사람들로부터 청광화백의 달마도가 제액 초복(除厄招福)하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수맥 과 기(氣)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실험한 결과 청광 화백님의 달마대사상 그림에서 신비하고 상스러운 기가 발생하여 수맥을 차단시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을 S.B.S TV 방송국은『토요미스테리극장,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 특집으로 방영함으로써 달마대사상 그림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청광화백님의 민화
 청광화백께서는 당신도 모르는 동안, 당신께서 무상보시(無償布施)한 달마대사상 그림에서 상스러운 기(氣)가 발생하여 인체에 해롭다는 수맥(水脈)을 차단시키고, 제액(除厄)하고 초복(招福)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하십니다.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보내올 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그 분들이 보내온, 간절한 염원이 담긴 편지를 검은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읽고 방명록에 기록하고 보내주며, 달마대사상을 그리지만 전혀 피로감을 못 느낀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틈틈이 민화인 독수리 그림인 취조도(鷲鳥圖)를 많이 그립니다. 천광 김용대 화백의 취조도(鷲鳥圖)는 마치 살아 있는 것같이 생동감이 있어 보는 이에게 생기를 준다고 하여 기업가, 정치인, 장성, 취업희망생, 학생의 학부모 등의 주문이 쇄도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또 작호도와 매화앵영도(梅花鶯迎圖: 매화나무에 앵무새가 있는 그림), 계명도(鷄鳴圖: 수탉이 해를 치며 우는 그림)등을 많이 그리시는데, 국제화시대를 맞이한 우리나라 사업주나 기업인들이 한 번에 수 십장씩 사간다고 합니다. “서구 유럽이나 미국 사업가나 바이어들은 뇌물이나 향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동양의 신비로움이 간직된 민화와 같은 것을 매우 좋아 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린 작호도나 매화앵조 등을 선물하면 그들은 뿅뿅 간다고 합니다. 아무런 부담 없이 줄 수 있는 선물로서는 최고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물건에 비해 부피도 작고 가벼워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하지요” 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청광 김용대 화백께서는 저에게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를 버리고 남을 위해 일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기므로 마음을 비우고 매사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귀뜸도 하여 주십니다.
‘한 마음 청정하면, 그 기가 바로 극락정토요. 한 마음 흐리면, 그 곳이 바로 지옥이니라. 사바세계 중생이여! 부지런히 수행하여 청정한 마음을 가져라. - 부처님 말씀 -’
 일행들은 각각 달마대사그림 1점을 주문하고 맑고 영롱한 별들이 무수하게 빛나는 밤 9시경에 사저를 나서니, 달마형상(백호형상으로도 보임)의 앞산이 별빛 속에 웅장한 모습으로 푸른 정기를 무한히 쏟아 내리고 있습니다.
 기록을 마치며,
 예불을 드릴 때 청원(請願)하는 ‘옛 인연을 이어서 새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라는 청법가(請法歌) 한 구절이 가슴에 사무치도록 와 닿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