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균 고성문화원 향토사연구원

▲ 도깨비 이야기
우리 지방의 도깨비이야기는 자주 구연되고 있는 민담 중의 하나로서 그 내용들은 대개 도깨비불, 도깨비 방망이, 도깨비와의 씨름 등에 관한 것이다.
민담에서 도깨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까닭은 도깨비가 갖는 신비감, 그리고 인간이 동경하는 능력을 도깨비가 소지하고 있는데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깨비 이야기는 주로 해안 지방에서 내용의 풍부함을 보여주는데, 이런 현상은 해안지방이 갖는 체험의 다양함 때문이며, 특히 확인할 수 없는 사건의 경험을 확대, 발전하는 형태로 구비 전승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단순한 이야기로만 거론되어 왔던 것이 점차 도깨비에게 신성의 의미까지 부여하는 등 그 위격이 승화되어 왔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으로 접해왔던 ‘도깨비감투’나 ‘도깨비방망이’만으로 마치 이것이 도깨비 이야기의 전체적인 위상인 양 인식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먼저 도깨비 이야기의 유형분류를 시도해보고, 이를 통해 얻어진 도깨비의 특징적인 면모와 역할을 보면 첫째는 자리고수하기이다. 이 유형은 도깨비가 자기 영역의 표현을 도전의 형태로 나타내는 데 크게 육지와 바다의 도깨비 행위로 나누어진다. 육지에서는 도깨비의 도전에 인간이 힘겨운 승리를 얻는 데 비해서, 바다에서는 일방적으로 인간이 패배하기 때문에 도깨비가 공포의 대상이 된다.
둘째는 도깨비를 이용해 부자되기로서, 도깨비와 친근관계를 맺어 부를 성취한다는 것과 음식을 제공하여 이에 보답으로 부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앞의 경우는 부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의 굴곡이 있으나, 뒤의 경우는 뚜렷한 갈등형태가 없이 전개된다.
셋째는 도깨비불 보기이다. 이것은 거의가 경험담의 형태로 구술되고 있다. 또한 도깨비불과의 만남 자체도 착각이나 불확실한 물체에 대한 과장된 표현이 다분하기 때문에 제보자의 상상력이 발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는 도깨비에게 홀리기의 유형으로서 도깨비는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로 묘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완전한 패배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나 갈등이나 대립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못한 상태에서 마무리 되고 있기 때문에 민담적 흥미유발이나 심리적 갈등의 해소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는 암시하기이다. 대개 하나의 모티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을 위해 도깨비가 도움을 준다는 내용을 갖고 있다. 또한 갈등형태가 뚜렷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흥미가 반감되는 취약점을 지닌다.
여섯째는 뚝딱 방망이 얻기로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이다. 이것은 선과 악의 인과론적 결과를 강조하고 있으며, 교훈적 요소가 두드러진 2개의 모티브로 구성되어 있다.
일곱째는 은인되기인데, 갈등이나 대립이 선명치 않고 도깨비와의 친교로서 부를 얻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에 의해 도깨비는 풍어신으로 숭앙의 대상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방적인 도움이라는 단순한 구조체계 때문에 민담의 영역에 수용될 수 있는가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 도깨비 이야기의 특징
도깨비는 실제적인 존재라기보다는 헛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주인공을 주목하면 제보자나 제보자의 주변 인물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도깨비 이야기가 경험담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동시에 과거부터 전래된 이야기들도 원래는 경험담일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도깨비 이야기의 주제는 크게 도깨비와 인간의 대립, 그리고 인간과 도깨비와의 친화형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대립의 형태는 자리고수하기나 도깨비에게 홀리기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도깨비의 영역을 침입하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그 갈등 양상은 뚜렷이 예시되며, 힘겹게 인간이 승리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반대로 도깨비에게 홀리기는 도깨비가 우세한 상황에서 인간의 불행이 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도깨비 이야기의 대립상황은 명쾌하게 대립이 야기될만한 유인의 제시가 없다는 것이 주목된다.
인간과의 관계에서 도깨비의 역할을 주목할 경우 도깨비의 초능력이 강조되는 이야기는 대개가 옛날이야기로 표현된다.
그러나 도깨비가 공포의 대상으로 표상화되는 경우에는 반대로 경험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도깨비 이야기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뚝딱 방망이 얻기와 도깨비 이용해 부자 되기로서 도깨비는 신통력을 갖고 있으나 인간과 대등관계에 있다.
즉, 도깨비에게서 신의 능력을 제거한다면 인간과 같다는 점이다. 따라서 도깨비의 면모는 인간이 이룰 수 없는 한계를 초월한 능력을 소지하고 있음으로 특징지어지며, 둘째는 도깨비가 공포의 대상으로서 인간을 위협하는 이야기꾼이다. 도깨비의 뚜렷한 우위상황에 의해 항상 인간이 패배하게 되어 있으며, 특히 바다의 도깨비는 신으로까지 모셔지는 현상을 보인다. 이처럼 도깨비의 능력이 강화되고 인간에 비해 힘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도깨비와는 판이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깨비의 성정은 심술이 심하고 장난의 정도를 넘으며 씨름이나 가무를 즐기고 때로는 신통력을 발휘하고 사람에게 재물을 주거나 협력해서 발복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구세주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의 도깨비는 인간의 생명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보다 격이 승화되어 치성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안의 일정한 장소에 어장을 설치하여 고기잡이하는 해제어민들은 용왕님도 믿지만 이 도깨비를 주로 믿는다. 어장 가까운 해안가에 작은 도깨비집을 만들어놓고 수시로 메물(피고물)떡을 넣어두거나 어장 고사를 지내는 그 자체가 도깨비와 친해지고 풍어를 얻어보겠다는 어민들의 사고 관념의 단면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도깨비의 행위는 도깨비가 신의 의미나 영역을 구축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과 동등개념의 위치에서 초능력을 갖고 있던 도깨비가 점차 신으로 신봉되어 가면서 풍어를 관장하는 신격으로의 상승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도깨비가 신격화되었음은 도깨비에 대한 인식의 변모를 의미하며, 동시에 도깨비를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한 인간적 심리가 반영된 결과이다.
도깨비는 처음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서 같이 씨름을 밤새하며, 또한 과부와 성생활을 영위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는 신격화된 도깨비의 역할이 강조된 경험의 이야기로 전승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성격적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상으로 도깨비의 유형과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